umma! 자란다2008. 11. 2. 13:50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가 시작되었습니다.
드르렁 드르렁 커어 커어~~ 안방에서 울리던 신랑의 코고는 소리가 잠잠해질 즈음
똑순이도 젖을 다 먹고 잠이 들었습니다.
잠시 안고 토닥토닥 두드려서 젖 좀 내려준 다음에 신랑 옆 똑순이 이부자리에 데려다 뉘어놓았습니다. 
얼마나 잘지는 모르지만... 일단 우리집 두 남자가 다 잠들고 나니
집안이 온통 조용했는데... 앗! 똑순이가 뒤집다가 깼나봅니다. 앙~~~~~ 울음이 터집니다.

이번에도 똑순이가 낮잠들이기에 실패했습니다. ㅠㅠ
결국 안아서 남은잠과 울음을 달래고 비스듬한 흔들침대에 앉혀놓았습니다. 장난감애벌레를 안고 울까말까.. 고민중입니다. ^^;;
똑순이가 깨자 "응? 응? 똑순아 왜?왜?"하며 일어났던 신랑, "몇 시야?" 묻더니 1시라는 대답에 "으응~ 그래.. 이제 점심먹으러 가야지...." 하더니 다시 잠이 듭니다.

오늘은 똑순이 데리고 첨으로 외식을 가보기로 했거든요.
동네에 있는 예쁘장하게 생긴 스파게티집에 똑순이유모차 태워서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신랑은 다시 잠이 든 모양입니다. ㅠ
아침부터 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신랑, 밉기도하고 가엾기도 합니다. 
(새댁) '저러다 또 오후5시쯤 되면 '아~ 이제 좀 살겠네'하며 괜찮아지겠지.. 흥!'
신랑이 좋아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이 그 시간에 시작하거든요.
무도, 패떳, 골드미스, 1박2일.. 바쁘고 피곤한 신랑의 유일한 취미생활입니다 ㅜ
(그래도 새댁이 안방에서 똑순이 재우느라 끙끙대는데 혼자 작은방에서 TV보며 헤헤헤 웃는 신랑을 보면 넘 얄밉습니다-.-+++)
그래서 무지 밉다가도 만약 그 시간까지도 생생해지지 않으면..? 그건 더 큰 문제입니다. 정말 어디가 많이 아프다는 거쟎아요..ㅠ
그러니 그 시간에라도 쌩쌩해지는 것이 다행입니다.  

지난 한주내내 신랑은 매일 새벽까지 야근을 했습니다. 
월요일하루만 일찍 왔는데, 그건 토욜에 새벽2시까지 야근하면서 문제를 무사히 해결한 기쁨에 술을 너무 거하게 마신 나머지
술병+감기로 일요일 내내 앓고 월요일 회사가서도 많이 아팠기 때문입니다. ㅜ
그러더니 좀 나았고, 일은 많고.. 어쩔수 없다며 화, 수, 목, 금 나흘을 내리 새벽 1, 2시까지 야근을 하더군요.
금요일에는 야근이 피크에 달하여 '주말에 출근하지 않기위해 모두 합심하여 새벽 3시까지 야근해 끝냈다'고 하며 들어왔습니다.ㅠㅠㅠㅠ

그러니... 어제와 오늘, 신랑이 파김치가 되어있는 것이 이해는 가는 노릇이지요. 
덕분에 새댁과 똑순이는 '아빠있는 하늘아래 살고싶다'는 농담같은 입버릇을 달고 삽니다.
식구들을 먹여살리기위해 돈을 벌어야하는 고단함과 힘겨움이 십분이해되지만... 그래서 고맙고 미안하지만..
행복하고 싶어서 돈버는건데 좀 덜 벌더라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더 보내는게 행복한게 아닐까...
새댁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어제는 그래도 오후에 잠시 똑순이 유모차 태우고 단지안에 있는 놀이터에 놀러도가고,
아파트 앞에 차려진 붕어빵 포장마차에서 붕어빵과 오뎅꼬치도 하나씩 사먹었으니 모처럼의 온가족 휴일외출을 한 셈입니다...

경기가 어렵다고 하고, 신랑이 다니는 작은 IT벤쳐회사도 나름의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다고 하고,
신랑이 맡은 업무도 과중하다하고... 고생하는 신랑이 많이 안쓰럽고 몸이라도 상할까봐 걱정되지만 
매일 혼자서 아가와 씨름하다보면 새댁도 지쳐 주말만큼은 신랑이 좀더 똑순이와 많이 놀아주고 똑순이가 울면 달래주고 했음 좋겠습니다.
애기랑 놀고, 우는 애기를 달래는 일은 정말 많은 체력과 정신력을 필요로하는데.. 신랑처럼 지쳐있으면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새댁은 일요일 하루만이라도 새댁만의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쉬고도 싶지만.. 실은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미뤄놓은 큰 숙제가 있거든요...ㅠ
학위논문을 써서 수료 딱지를 떼고 졸업을 해야할텐데..... 똑순이가 클 때까지 불가능한 걸까요...ㅜㅜ
새댁이 너무 큰 욕심을 부리는걸까요.....

"밥먹자 밥먹자!!!"
무슨 구호라도 외치듯 중얼중얼 거리며 신랑이 비틀비틀 걸어나옵니다.
그러나.. 이내 거실바닥에 드러눕습니다. "장판과 하나가 된 것 같애~~~~" 정말 그래보입니다.. 장판이 신랑을 끌어당기는 모양입니다. 
새댁이 제때 밥을 못먹으면 몹시 배고파하다못해 서글퍼한다는 걸 잘 아는지라
신랑, 저 와중에도 밥을 먹으러나갈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새댁)"피곤한데 그냥 집에서 먹자.. 시켜먹든지.. 밥을 하던지..."
(신랑)"아냐 아냐.. 그 김에 씻고 정신 좀 차리자. 아아아아~~~~ 정신줄 놓으면 안돼... 얍!얍!" 
결의가 가상하고 눈물겹습니다. 
똑순이는 똑순이데로 "으아 에에 오오오~" 우렁차게 옹알이를 하며 애벌레에 붙은 치발기를 열심히 빨며 놀고 있습니다.
엄마가 안 쳐다보면 '으앙~'울기 떄문에 새댁, 눈은 똑순이를 보면서 손으로만 포스팅을 합니다. 

씻으러가던 신랑, 새댁을 보더니, "분노의 포스팅하는구나! 검열받고 올려~~~"  합니다.
겁나나 봅니다.
검열은 무슨.. "언론자유 보장하라~!"
모처럼 외식은 할수있을듯한데... 책은 과연 몇장이나 더 볼 수 있을지....
앞산에는 가을단풍이 곱게 내리고 있는데... 새댁네의 일요일 오후가 깊어갑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