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11. 7. 3. 14:25






요즘 이 분.. 많이 힘드시다.

엄마는 어린 동생 젖먹이고 재우느라 한 집에 있어도 같이 놀 시간이 거의 없고
할머니들과 아빠랑은 제 입맛에 딱맞게 놀기가 어려울 뿐더러 심통부리다가 야단맞기 일쑤다.
늘 밖에서 양껏 뛰고 구르던 아이가 집안에만 갇혀있자니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기 어려운데 
소리지르고 뛰고 구르는 모든 일이 어린 아기 옆에서는 위험한 일이 되니 조심해라, 하지마라 야단이 끝이 없다. 

연수는 연수대로 심통이 나서 어른들 말씀에 "흥~!, 그러지 마!"하고 소리치기도 하고 "싫어, 아니야"를 입에 달고산다.
"나 좀 구해줘~!"는 연수가 요즘 제일 많이 하는 말인데 힘을 쓰면서 놀고싶어서 작은 집안에서라도 어딘가 매달리고 구르며 이 소리를 계속 지른다. 같이 놀아줄 수 없는 엄마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아프다. 










평화를 낳고 병원에서 다섯밤을 잤다.
그동안 연수는 내내 나와 함께 병원 입원실에서 잤다.
할머니나 아빠와 집에 갔다가도 잠은 엄마곁에서 꼭 자겠다고 해서 저녁이 되면 엄마와 평화가 기다리는 406호로 돌아오던 아이.
그때부터 시작해서 집에 돌아온 요즘까지도 아빠나 할머니와 밖에 나갈 때면
"엄마, 우리 갔다올께~~! 약 잘 먹고 잘 있어~~, 평화 잘 보고~~!"하고 길고 다정한 인사를 하며 헤어지는 아이.
다녀오면 저 멀리서부터 타타타타 뛰어오는 작은 발자국소리가 들리고, "엄마 우리 왔어~~~!" 하고 뛰어들어오는 아이.










제왕절개 수술 후 긴 병원생활이 첫째때보다 훨씬 견딜만하다고 느꼈던 건 연수 덕분이다.
별처럼 빛나는 내 큰아이가 재잘재잘 떠들고 환하게 웃으며 곁에 있어주었기 때문에
작고 답답한 병실안에서 걸음도 잘 걷지 못하고 수술자리의 통증을 느껴가면서도 웃고 밥먹고 행복하구나.. 생각할 수 있었다.

닟선 병원에서 여러날을 보내는 것이 네살배기 아이에게 퍽 힘든 일이었을 텐데도
엄마가 있기 때문에 저도 응당 엄마 곁에 함께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며 잘 견디고 건강하게 지내준 연수가 정말 고마웠다.

이 아이가 나에게, 우리에게 준 기쁨과 행복이 얼마였던가.
얼마나 크고 많았던가.. 
지나온 모든 날들과 함께, 평화를 낳고난 후 더 절절하게 연수에게 고맙고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연수는 평화가 참 예쁘다고 한다.
만져보고 싶어하고, 평화 곁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있고 싶어한다.
엄마와 손발을 맞추어서 평화가 똥을 싸면 새 기저귀와 물티슈를 가져다주는 일은 제가 꼭 하려고도 한다.
 
하지만 엄마를 오래도록 차지하고 있는 어린 동생에게 샘도 나고 화도 나는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전까지는 하루종일 저 혼자 엄마를 독차지하고 지내다가
갑자기 오랜 시간 엄마를 동생에게 내주고 저는 혼자, 혹은 집안일로 바쁜 할머니와 잠깐씩 놀아야하는 상황이 
생각하면 때로 참 못마땅할 것이다.
 
가끔 연수는 안방에 들어왔다가 엄마가 누워서 평화에게 젖을 먹이고 있으면 저도 평화곁에, 그러니 엄마의 한쪽 팔끝을 베고 누워서  평화를 툭툭 때리기도 하고, 평화 위로 슬쩍 굴러보려고도 한다.
어린 아기가 다칠까봐 겁이 난 엄마가 혼을 내거나, 구르지 못하게 막으면 
힘을 부쩍 써서 엄마에게 맞서도 보았다가 제 맘을 몰라주는 것이 서럽다는듯이 엉엉 울기도 한다.
낮잠이 올 때는 투정과 서러운 감정이 더 심해져서 아주 서럽게 한바탕 울 때가 많다.  

어느 날은 연수의 잠투정을 겨우겨우 달래가며 갓난아이 젖물려 재워서 한쪽에 눕혀놓고 
연수 팔베게해서 옛날이야기 한참 해가며 또 겨우 재우고 한숨 돌리며 팔을 빼려고하는데
그만 잠이 포르르 깨서는 팔 빼지 말라고, 엄마랑 같이 잘거라고 얼마나 얼마나 우는지 안쓰러워서 한참 안고 달랬다. 









그래도 연수는 36개월, 많이 커서 참 많이 참고 있는거라고 생각한다.
많이 이해하고, 많이 받아들이고 있다.
동생이 태어난 후 찾아온 큰 변화를 그래도 나름대로 많이 소화하고 견디고 있는 것 같다. 

두돌 터울로 동생을 본 내 친구의 큰 아이는 동생이 태어난후 한달동안 굉장히 많이 아팠다고 했다.
말을 아직 제대로 못할 때여서 제가 받은 큰 심리적 충격을 말로 다 표현해내지 못하고 몸으로 시름시름 앓았던 것 같다고 친구는 말했다. 
동생이 태어났을 때 큰아이가 받는 충격과 고통은 남편이 첩을 데리고 들어온 것보다 크다는 말도 들었다.
  
평화가 엄마 젖을 빠는 모습을 보고있던 연수가 "나도 젖꼭지 빨고싶다.."고 말해서 그렇게 하게 해주었다.
한때는 늘 제 차지였던 엄마 젖꼭지를 이제는 아쉽게 살짝 빨고 물러난다.
평화를 때리는 것에 화가 난 엄마가 '한번만 더 때리면 안방에 못 들어오게 할거야!'하고서는 정말로 문을 잠갔더니 밖에서 한참을 열어달라며 울었다.
내가 너무 했다 싶어 미안해서 열어주고 연수를 안고 울었다.
그래도 또 때리면 나도 또 화가 나고, 또 혼을 낸다.
서로 아프게하고 다치게하면 어떻게 함께 살겠냐고, 연수가 자꾸 평화 때리면 우리가 같이 살 수 없겠다 했더니 연수는 "그런 말 좀 하지 마"하고, 때로는 나에게 "너무하잖아!"하고 소리치기도 한다.

아빠도 처음으로 연수에게 정색하고 야단을 치고, 벌도 준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 모두 어색하다.
연수는 아직 '벌'이란 것이 뭔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분위기나 말뜻은 눈치빠른 아이라 다 알아듣지만
그래도 가끔씩 섭섭하고 답답한 제 마음을 어른들이 하지말라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풀고 싶은 것 같다. 

그러다 평화를 좋아하는 마음까지 상처받을까봐, 적어질까봐 나는 그것도 걱정이 된다. 
어린 동생이 신기하고 예쁘고 좋기도 하지만, 때로 밉기도한 감정.

어느때는 이런 생각도 한다.
지금 참 힘든 시간이 우리곁을 지나고있긴 하지만... 삶의 어느 때에 형제가 있어서, 우리가 넷이어서 참 좋고 고맙다는 생각이 모두에게 드는 때도 있을 거라고..
엄마인 나도 몸이 고단하고, 두 아이 중 어느 하나도 온전히 품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괴로울 때가 있다. 
연수에게도 미안하고, 평화에게도 미안한 그런 순간에는 저 생각을 한다. 
아이가 둘이어서, 우리가 넷이어서 행복한 순간도 꼭 있을 거라고..
삶이 늘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고, 그렇지만 또 행복은 언제나 마음속에, 찾아보면 늘 살아있는 것이니
오늘 하루, 우리가 함께 있는 이 하루를 고마워하며 행복해하며 살자고...  









이렇게 작은 아이다.
아직 우리 큰 아이도.
장독대에 씌우는 하얀 천뚜껑을 뒤집어쓰고 뛰어노는 그렇게 작은 아기다.

연수는 요즘 잠들기 전에 하는 치카치카 시간을 몹시 기다린다.
평화가 잠든 후에 엄마아빠를 온통 저 혼자 차지하는 시간. 아빠가 노트북을 들고 뽀로로 만화를 보여주고 엄마 다리를 베고 누워서 입을 '아' 벌리고 하는 짧은 치카치카시간이 연수가 엄마아빠를 한꺼번에 독차지하는 하루중 유일한 시간이다.
이 아이에게 더 깊이, 더 온전히 집중해주고 보듬어주는 눈빛이,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지 모른다.

우리 가족이 모두 한걸음 더 성장하느라 힘든 시간.. 
그 맨 앞에 서있는 연수야.. 힘내자.. 고맙다. 사랑한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