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11. 8. 2. 22:55







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서울에 돌아온지 사흘, 연수연호와 셋이서 온전히 하루를 보낸지 이틀째다.

어제는 7시에 일어났다가 아빠만 아침밥을 겨우 먹이고 나는 팔에서 잠든 연호를 안은채로 식탁에 앉아 뒤늦게 아침을 먹었다.
연수 밥도 잠든 연호를 한팔에 안은 채로 먹였다. 바닥에 눕히면 금방 깨는터라 낮에는 연호를 거의 계속 안고있다시피하는데, 급할때는 한팔로 연호안고 나머지 한손으로 이것저것 한다. 한손쓰기의 명수가 될 것같다. 

오늘은 6시에 네 식구 모두 일어났다. 덕분에 나부터 미역국에 밥말아 먹고 아빠 출근전에 연호를 다시 재우는데 성공. 연수랑 식탁에 앉아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먹였다. 그리곤 얼른 점심준비.. 연수가 좋아하는 볶음밥을 해주려고 야채들을 잘게 썰어놓았다. 이만큼만 해놔도 점심때 훨씬 수월하다. 볶음밥을 한 덕분에 연수는 점심밥을 제때 많이 먹었는데, 나는 연호 재우느라 미역국밥을 반그릇밖에 못먹었다. 어제는 점심을 오후3시에야 먹었다.   

연호안고 연수랑 아파트 놀이터에도 나가 놀았다.
연수는 세발자전거를 타고 씽씽 신나게 달렸다.
연호는 이제 50일. 몸무게도 5.6 kg로 제법 나간다. 아기띠를 하고싶지만 아직은 목을 잘 못가누니 조심스럽고... 신생아가 탈만한 유모차가 있긴 하지만 오래된 것이라 쿠션이 좀 불안해서 쓸 엄두를 못냈는데 어제오늘 안고다녀보니 무겁기도 하고, 바람도 좀 불어서 아무래도 유모차를 쓰는게 좋을 것 같다.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연수 신생아 시절에만 잠시 쓰고 오래 묵혀두었던 예전 유모차를 꺼내달라고 부탁했다. 

어제는 연수 연호가 각각 시간은 달랐지만 그래도 낮잠을 자주어서 한결 나았는데
오늘은 연수가 낮잠을 안 자는 통에 몸도 마음도 한결 고단했다.
졸린데 잠을 못 들이는 연수도 힘들었겠지... 그래도 이것저것 제 나름대로 놀 거리를 찾아내서 기분좋게 내내 잘 놀아주는 것이 참 고맙다. 
어제오늘 사이에도 연수는 많이 달라졌다.
산후조리하는 한달동안 친할머니와 산후도우미 아주머니가 같이 계실 때는 그 분들께 투정도 많이 부리고, 하지말라는 것들(소리지르기, 동생한테 장난치기 등등)을 더 하더니
엄마랑 동생이랑 셋이만 지내게 되니 훨씬 얌전해졌다.
외가집에서 지낼 때부터 동생한테 와서 장난치고 때리는 일은 안했지만 어른들께 땡깡부리고 소리지르며 노는 것은 여전했다.
그런데 다른 식구들없이 집이 조용해져서 그런가 연수도 한결 차분해진 것 같다.
아마도 어린 마음에 할머니들이 계시니 들뜨고 좋아서 더 장난도 치고, 할머니들께서 하지말란 것은 더 하고.. 그랬던게 아닐까 싶다. 집에 손님이 오면, 특히 친구들이나 어린 동생들이 와도 그렇게 흥분하고 들뜬 나머지 더 개구진 짓도 하고 떼도 쓰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제오늘은 엄마 부탁도 잘 들어주고 제법 의젓하게 제 일들을 잘 해내기도 했다.
엄마가 제 맘껏 같이 놀아주지 못해 좀 심심하기도 하지만 엄마 심부름하며, 동생 자라는 것도 보며... 연수의 마음도 더 깊게, 따뜻하게 자라주기만을 빈다.

두 아이와 종일 붙어 지내며 힘들지 않은 순간이 없다.
아.. 정말 힘들다.. 하다가 잠시 마음 추스리면 두 아이 키우며 이만큼도 안 힘들랴... 생각한다.

여름이라 연수가 밖에 나가고 싶어할때 언제든지 연호 데리고, 또 연수 겉옷입히는 수고없이 바로 나갈 수 있는건 좋은데
땀흘린 연수가 들어와서 목욕하고 싶어할 때 연호가 안자면 참 어렵다.
연호 침대에 눕혀놓고 얼른 목욕물틀어 연수 욕조에 넣어주고, 우는 연호 안아서 젖주다가 
혼자 욕조에서 놀던 연수가 '엄마 이리 와! 엄마, 나 나갈래, 씻을래!'하고 소리치면 '알았어, 연호 잠들때까지 조금만 더 놀아'하고 달래고, 얼추 먹은 연호 눕혀놓고 부리나케 욕실로 뛰어가 연수 씻기고 다시 우는 연호 안는다.


잠깐씩 짬이 날때마다 연수 간식거리를 식탁위에 올려놓고, 내 입에도 마구마구 음식들을 집어넣는다. 
먹고 먹이는 일이 하루중 제일 중하고 제일 어려운 일이다. 
잠든 연호 안고 연수 책읽어주고 연호 젖먹이면서 연수랑 논다.
연호가 기분이 좋을때는 연수가 딸랑이도 흔들어주고, 모빌로 흔들어주면서 제법 잘 놀아준다.
연호가 울음을 그치지 않아서 쩔쩔 맬 때.. 연수까지 이거 하자 저거 하자 조르면 정말 울고싶다.
오늘 해질 무렵에도 그랬는데 마침 연수가 밖에 나가 자전거타고싶다고 졸라서 얼른 셋이 출동했다.
연호는 밖에 나오면 울음도 그치고 잠도 잘 든다.. 휴.... 

그래도 연수가 혼자 화장실가서 쉬도 할 수 있고, 목욕하고 나면 혼자 옷도 입을 수 있고, 
여름이라 연수가 집안에서 빨개벗고 돌아다녀도 된다는게 정말 다행이다.. 

힘든 순간들이 어찌어찌 넘어간다.
한 고비 지나고나면 좀 숨이 트이고, 그러고나면 다음에 더 힘든 순간... 
이렇게 하나씩 넘기다보면 나의 두 아이 엄마 노릇도 조금은 여유로와질 때가 오겠지.. (오겠지..?)

저녁에 연수아빠가 퇴근하고 나면 비로소 숨이 후... 하고 나온다.
아빠가 온 뒤에도 이런저런 힘든 일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둘이니까. 둘이 있으니까 이젠 괜찮다.
오늘은 두 아이가 다 8시반쯤 저녁잠이 들었다.
일찍 일어나는 대신.. 일찍 자는 우리 아이들. 
아이들이 잠들고나면 비로소 나는 여유를 찾는다. 늦은 저녁밥을 먹고 남편과 한참동안 부지런히 집안일을 한다.
내일 조금 더 수월할 수 있게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어질러진 집을 치운다.

서울집에서는 강릉에서처럼 새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개구리와 풀벌레 울음소리는 들을 수 있다.
여름밤이 깊어간다.
오늘 하루도 모두 무탈하게 지냈으니 고마운 하루였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