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09. 8. 14. 21:37

아.
오늘은 정말 더운 날이었습니다.

오후에는 졸려하는 똑순이를 업고 재우는데
너무 더워서 그랬는지 어렵게 잠이 들었던 녀석이 자리에 눕히려고 하니 퍼뜩 깨서 마구 울었습니다.
다시 업고 '자장자장' 노래를 부르며 왔다갔다 하는데 한번 깬 잠은 좀처럼 다시 안들고..
더운 날, 아이까지 업고 있자니 저도 너무 열이 나서 '이러다 더위먹겠다' 싶더라구요.
얼른 낮잠 재우기를 포기하고 욕조에 물을 받았습니다.

둘이 들어가 첨벙첨벙 물장난도 하고, 비치볼도 띄워서 놀다보니 열이 좀 식는 것 같았어요.
욕실에서도 똑순이의 도전은 그칠줄 몰라서 오늘은 욕조위로 기어올라가 드디어 세면대에 들어가 앉았습니다.
^^;;;;
세면대에 들어가앉으니 딱 사이즈가 맞아서 잘 놀고, 잘 씻고..
그렇게 뜨거운 오후열을 피해 엄마랑 똑순이랑 욕실로 피서를 다녀왔네요. 

아이들 크는건 잠깐이라더니.. 씻고 밥먹고 일찍 잠자리에 누워 뒹굴거리는 똑순이를 보고 있자니
키가 며칠새 또 큰 것 같아 신기하고 뭉클했습니다.
아이가 크는 과정을 이렇게 한순간도 빼놓지않고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생각하니 가슴이 뻐근하게 고마워졌습니다. 

더운날에도 엄마 품에 꼭 붙어 하루에도 서너번은 땀을 뻘뻘 흘리며 젖을 빨고, 
더운 밥에, 끓여식힌 미지근한 물에.. 더운 김내며 삶아 쨍쨍한 여름볕에 말린 두툼한 천기저귀까지 하고
이 작은 포유동물 녀석은 오늘도 열심히 자랐습니다.
이 녀석의 하늘하늘한 머리카락 감촉, 갈수록 애교가 늘어 엄마를 녹여버리는 미소,
뭔가 신기한 것을 손에 쥐고 제법 진지하게 집중하는 모습.
이런 것들이 또 이 시절의 잊지못할 영상으로 제 기억에 남게 될 것입니다.

아!
어제부터는 또 한가지 놀라운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똑순이가 숟가락질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와아~~~!!!!
언제부터였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아무튼 숟가락의 주도권을 똑순이에게 넘긴 이래
늘 손으로만 열심히 집어먹던 녀석이 (그러다 마지막엔 똑순이가 꼭 쥐고있던 숟가락을 가져와 엄마가 떠먹여주는 것으로 식사를 마치던)
드디어 어제 저녁부터는 제 손으로 숟가락질을 해서 밥을 먹기 시작한 것입니다.
'14개월하고 열흘째, 김똑순 숟가락질 하다'라고 블로그에 대문짝만하게 써둡니다. ㅎㅎ

그 작은 손으로 한 숟갈 그득하게 푹 퍼서 흘릴세라 입에 얼른 넣고, 냠냠 씹어먹는 장면은 눈물날만큼 감동적이었습니다.
늘 보던 아이인데, 어제는 어찌나 신기한지 똑순이 밥떠먹는걸 보고 웃으라 새댁는 밥먹는 것도 잠시 잊었고요. 
늘 한손엔 숟가락을 쥐고, 다른 손으론 밥을 주물러 식탁 주변을 온통 밥풀천지로 만들어놓고,
엄마의 숟가락질하는 모습에도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더니만...

아마도 이것은 제가 보기에는 '갑자기' 일어난 변화같지만  
사실은 똑순이가 마음으로, 손으로 열심히 준비해서 드디어 펼쳐보인 성장일 것입니다. 
성장은 이렇게 기다리다보면 불쑥 찾아오는 선물같은 것이구나.. 싶습니다.
제 안에서 열심히 준비하는 동안, 그 의지를 꺽지말고, 북돋워주며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식탁밑은 어지럽지만...
곧 우리집에도 식탁 밑에 밥풀과 반찬이 떨어지지 않는 날이 올 것입니다. 음하하! ^--------^
엄마는 믿고 있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