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2012. 1. 27. 23:37









명절 얼마전부터 좀 아팠다.
그전 주말에 반가운 지인들을 만나느라고 밤늦게까지 조금 무리한 외출을 하기도 했고, 
주중에는 나름대로 명절 준비를 한다고 좀 부산하게 움직였더니 몸에 탈이 난 것이다.

사실 제사며 명절에 대식구 지낼 준비야 지방에 계신 시어머니께서 다 하시고, 나는 아이들데리고 짐꾸려 내려가기만 하니 명절준비라 말하기 부끄럽다.
그저 오랫동안 빨지 못했던 연수 겨울파카와 연호 아기띠, 겨울담요, 포대기 같은 겨울장비들을 욕조에 넣고 발로 좀 밟고 손으로 북북 문질러 찌든 때를 빼는 애벌빨래를 한게 다다. 
밖에 나가면 어떻게든 흙바닥을 찾아 엎드리고마는 연수의 겨울파카는 하필 흰색이라 어찌나 새까맣게 떄가 묻었는지 힘을 잔뜩 줘서 한참 세게 비뼈빨아야했고, 형한테 물려입은 연호 겨울옷과 담요며 수유쿠션커버 같은 것들도 자주 손빨래를 하지 못하는 게으른 내 성정상 모처럼 한번 빨자니 부끄러울 정도로 떄가 많았다.ㅠ
그것들 빨고, 며칠 모은 천기저귀 빨아 삶고 차례로 세탁기에 돌린 다음날 팔이 욱신욱신하더니 그 길로 몸살이 와버렸린 것이다. 에구.. 이 부실한 인사같으니라구..

명절에 꼭 새옷을 입어야만 설빔이랴, 게으른 엄마가 모처럼 손빨래 좀 해서 우리 아이들 깨끗한 옷을 입혀주자..
자주 뵙기 어려운 시부모님 오랫만에 뵈러갈때 아이들 옷도 제일 꺠끗하게 입히고, 아기 물건도 깨끗한 것 보시면 어른들도 흐뭇하시겠지.. 깨끗이 빤 포대기로 어머니가 연호 업고 외갓집 마실가시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은 아팠지만 마음은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
연수 데리고 미용실가서 머리까지 예쁘게 깍아 돌아오니 이제는 가방쌀 일만 남았구나.. 싶었다. 
아직도 할 줄 아는게 없어서 명절이 널널하기만한 며느리의 명절 준비는 이렇게 끝났다.









명절 앞두고 시작된 몸살감기는 시댁에 가서 한층 심해졌다. 재채기에 콧물에... 코가 막히니 눈물도 덩달아 자꾸 났다.
안그래도 연호가 엄마에게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터라 제사 음식 준비도 연호 낮잠잘때 겨우 튀김 조금 거드는 것으로 끝났는데, 대식구 식사준비며 설겆이까지 도맡아 하시는 어머니께 내 감기 걱정까지 하시게 해 참 면목없었다.
어머니는 잠시 앉을 짬도 없이 바쁘게 종종거리시는 중에도 떡국끓일 사골국물 냄비뚜껑위에 배즙팩을 얹어 따뜻하게 데웠다가 먹으라고 챙겨주셨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연호도, 연수도 엄마 감기 옮지 않고 건강하게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면서 3박4일동안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고모 사촌들같은 대가족에 둘러싸여 재미나게 지내다 돌아왔다는 것이다.
나도 오히려 집에 있을때보다 더 편하게 매끼니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는 맛있는 음식먹고, 연수는 나랑 뚝 떨어져 아빠나 사촌형이랑 노는 동안 연호만 이리저리 안고 업고 놀면 되었기때문에 감기앓는 것이 괴롭긴 하였지만 그래도 수월하게 앓을 수 있었다. 고모네가 온 뒤로는 시댁에서도 종가집 큰며느리 노릇하느라 쉴틈없이 고단하게 일했을 고모가 친정에 와서도 어린 조카달고있는 내 대신 설겆이며 어머니 도와 이런저런 일들을 다 해주었다.  







+ 연수가 제 이마에 '상주곶감' 라벨을 붙이고는 '엄마, 나 로이같지?'하고 포즈를 취하길래 너무 웃겨서 쓰러질 뻔했다. 연호랑 아빠에게도 붙여주겠다해서 그러라고 하고 '상주곶감 삼부자' 사진을 찍었다. ㅎㅎ 연수는 다같이 '로이놀이'를 해야하는데 깔깔 웃기만 한다고 사진찍을 때는 그만 삐져버렸다. 아무튼 상주곶감은 맛있다. ^^ 많이 사랑해주세요~~~! (저, 곶감하는 분들 많이 압니다. 혹시 명절에 선물로 주문하시고프면 제게 연락하셔도 돼요~. ㅎ)




어머니는 일이 많아 힘들었고, 나는 아파서 힘들었던 설 명절을 쇠고 올라오며 한가지 결심을 했다. 
다음 명절에 내려갈 떄는 꼭 내 손으로 몇가지 음식을 장만해서 내려가야지..
대식구의 식사 챙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제사 음식도 준비하면서 매 끼니 돌아오는 식사 준비를, 그것도 모처럼 모이는 가족들이니 뭐하나라도 맛있는 국이나 반찬거리를 챙겨서 차린다는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급한데로 맛있는 식당이라도 가서 한끼 별식으로 해결하고 올 수있으면 좋겠지만 돌도 안된 어린 아기들이 달려있는 집이니 그도 쉽지 않다.

나도 참 철없는 며느리고 엄마다 싶다.
어머님이 하도 편하게 해주시고 솜씨좋은 분이라해도 그렇지 어쩜 그리 마음놓고 그저 얻어먹을 생각만 하고 내려갔는지...
다음에는 꼭 내가 연수삼촌 좋아하는 '돼지고기냉이볶음'도 재워가고, 불고기도 재워가고, 실버스푼 돈까스도 몇팩 싸가서 제사음식하느라 바쁜 날에는 튀김하던 기름에다 돈까스도 얼른 튀겨 식구들 점심밥상으로 차려내고 해야지.
 
아버님은 모처럼 작은댁 삼촌들까지 어린 아기낳아서 다 데리고 제사모시러 온 것이 너무 기쁘셔서 
설날 낮에도 조카들과 약주하시고, 저녁에는 외갓집가서 또 약주하시고 돌아오시는 길에 
'작은 집 아들이 오니 내가 얼매나 기분이 좋은지, 나는 기분 최고다! 기분 최고!!'하는 말씀을 연신 하셨다.

아버님의 그 마음, 오래 뵙지는 못했지만 집안의 사정을 이제 조금은 알게된 나도 공감할 수 있었다. 
형제가, 자손이 내집, 작은 방들마다 그득그득하게 모여 다정한 얘기 나누고 아이들 재롱보며 함께 웃는 명절.
그보다 행복한 날이 또 있을까.
아버님 행복해하시던 모습 오래 기억하고 싶고,
그 행복 이해하고 누구보다 공감하시면서도 할 일이 너무 많아, 작은 몸으로 혼자 감당하셨던 고된 일감이 너무 많아
아버님과 같이 웃지 못하시던 어머님 모습도 마음에 아프게 오래 남을 것 같다.

다음 명절엔... 내가 더 잘해야지. 
아프지 말고, 씩씩하게,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보듬어야지..

새해, 모두 복 많이 받으세요.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