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18. 3. 16. 11:53




연호가 여덟살이 되었다. 

새봄에 연호는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많이 컸다. 

서울 동쪽에 와서 낳은 아기인데 어느새 여덟살 소년으로 훌쩍 자랐다. 

첫째와는 또 다른 감회로 둘째의 여덟살이 크게 느껴진다.






1월부터는 집앞에 있는 피아노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저녁을 일찍 먹고 7시쯤 학원에 갈 때도 있는데 

어느 눈내리는 날, 손을 꼭 잡고 걸으며 연호가 말했다. 

"엄마, 눈 밟는 소리는 왜 이렇게 듣기가 좋지?"

뽀드득 뽀드득. 그래.. 눈 밟는 소리는 참 예쁘지. 참 듣기 좋지..^^


어느 날 연호가 또 말하길

"엄마, 표를 안 사도 탈 수 있는 기차가 있다. 뭔지 알아?"

"글쎄.. 그런 기차가 있어?"

"응! 꿈나라 열차~. 신기하지? 꿈나라가는 열차는 돈내고 표를 안사도 탈 수 있어~~^^"


어린 아들의 손을 꼭 잡고 학원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길. 

나는 예전에 우리 엄마아빠도 나의 손을 잡고 어디로 가실 때, 늦은 시간 여고 앞으로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오실 때 

이런 마음이셨을까.. 생각해보았다. 

어린 아들의 작고 따뜻한 손을 꼭 잡고

폭신한 눈을 밟으며, 그 소리를 함께 들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오래오래 기억해두고 싶은 시간이었다. 






​​일곱살때 연호는 한창 까불까불 개구진 장난이 심한 장난꾸러기였는데 

여덟살이 된 요즘은 조금(아주 쪼금^^) 의젓해진 것도 같고 

엄마한테 종알종알 하는 얘기의 주제도 다양해졌다. 


어느 날은 나에게 아빠와 어떻게 만났는지 묻고, 왜 결혼하기로 했는지도 묻고 

어떻게 결혼할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지도 물어서 

꽤 한참 진지하게 외모와 성격과 호감과 사랑, 결심과 약속과 책임에 대해서 밤늦은 시간에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었다. 


연호는 '예전에는' 긴 생머리인 사람이 좋았으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어서 파마머리를 한 사람이 좋다고 한다. 

자기는 결혼하면 제주도에서 살 테니, 자기 아이가 태어날 때는 엄마가 제주도에 와서 아기낳는 것을 지켜봐달라고 부탁했다. 

제주도의 마당있는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며 예쁜 부인과 아기랑 사는 것이 여덟살 연호가 그리고 있는 '어른이 된 미래'의 풍경이다. 

예쁜 풍경이네..^^ 







밤이면 세 녀석중에 보통 가장 늦게 잠드는 연호와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다가 문득

'아 지금 이 녀석은 자기 인생을 한창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은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 기간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아주 빛나는, 아름다운 인생의 한 시절이다. 

생각해보면 내 어린 시절도 그랬다. 

어쩌면 그 날들이 가장 분명하게 나를 알아가고, 내 꿈을 생각하고, 매일 진지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매순간 어떻게 놀까, 친구들과 무얼 할까, 궁리하고 생각하며 에너지에 가득 차서 즐겁게 지냈던 시간이었다. 

다양한 경험과 매체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저 나름의 생각을 키우며 사는 시절이다. 

아직 어려서 부모가 보살피고, 학교에 가서 배우며 자라는 시절이지만 

이미 그 안에 너무 멋지고 당당한 한 '사람'이 있다. 


학교 끝나고 놀이터에서 유치원때 친구들과 만나 놀면서 

"이건 비밀인데..."하고 친구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저희들끼리 속닥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인생이 저기 성장하고 있구나.. 생각한다. 


내 꼬마 인생 친구의 건투를 빈다. 

사랑한다, 우리 연호. 

^^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