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10. 6. 25. 14:49







(목욕후 수유쿠션을 무릎위에 올려놓더니 강아지 인형에게 젖준다.. 한쪽씩 번갈아가며 꼭 양쪽 다 먹인다. ^^;)



요즘 연수는 24개월동안 먹어온 엄마젖을 떼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젖을 끊을까... 고민하다가 조금씩 줄여가보기로 마음먹었다.
2~3일 고생해서 한번에 딱 끊을까.. 싶기도 했는데 나도 연수도 너무도 좋아했던 젖이고,
연수가 자기 의지로 조금씩 젖과 이별하면서 자기를 조절하는 마음의 힘을 키웠으면.. 하는 조금은 무리인듯한 바램도 섞어서 25개월까지 천천히 줄여보기로 했다.   

낮에는 엄마 젖을 안먹은지 이제 2주가 되어간다.
아침에 일어나 저녁까지 서너번은 젖을 먹던 연수에게 낮동안만이라도 엄마 젖을 참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다.

낮에 젖을 안 먹기로한 첫 날,
연수가 이제는 많이 커서 '아가'가 아니라 '아이'가 됐으니 엄마 젖을 천천히 줄여야한다고
이제부터 낮에는 엄마젖 대신 다른 맛있는 밥, 빵, 우유, 과일 같은 것들을 많이 먹자고 얘기하자
연수는 "다른 맛있는거... 빵도 먹고 우유도 먹고 쪼코렛도 먹고.... 많이많이 먹자" 하며 밥은 빼고 제가 좋아하는 다른 메뉴들을 슬쩍 끼워넣어 읊으며 의외로 잘 수긍했다.  

그러더니 정말로 젖이 생각나는 순간에 "엄마 젖~!"하고 외치며 달려왔다가도 
"다른 맛있는거 먹자.."하면 아쉽게 그 말을 따라하며 얼른 냉장고로 달려가 문을 열고 제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다. 
우리 애기가 정말 많이 컸구나... 싶어 
우리 연수 참 의젓하다고, 이제는 '큰 아이'가 되어서 자랑스럽다고 말하면 저도 뿌듯해한다. 

제일 어려운 때는 낮잠이 올 때다.
늘 엄마 젖을 빨며 잠이 들거나 바로 잠들지 않더라도 젖을 양껏 빤 뒤에야 뒹굴거리며 잠들어왔던지라
'젖없는 잠'은 너무 낯설고 도무지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잠이 와서 "엄마 젖.."하며 품을 파고들다가 젖은 안먹고 누워서 자자고 하면 잠깐 엄마 옆에 누웠다가도 이내 발딱 일어나서 제 장난감을 찾아와 놀기도 하고, 책을 읽자며 들고 왔다.
하품을 연신 하면서도 젖을 먹을 수 없으니 아예 잠을 안잘 태세였다.
그렇게 몰려오는 잠을 억지로 참으며 계속 놀다가 도저히 안되겠으면 수유쿠션을 찾아와서 젖을 먹자고 조르고, 울었다.









이제는 낮에는 엄마 젖을 먹지 말자고, 밤에만 먹자고 하고
좀 있다가는 밤에 먹는 것마저도 먹지 말고 혼자 잠들 수 있는 '큰 아이'가 되자고 말하는 엄마가 이 순간에는 너무도 야속하고
제가 원하는 것은 늘 들어주던 다정하고 부드러운 엄마가 더이상 아닌 것만 같아 불안하고 서글픈지
아이는 많이 울고, 많이 매달렸다.
태어나 한번도 엄마에게 거절당해 본 적이 없는 아가의 욕구를 이제는 제 힘으로 조절해가는 것이, 아기에서 '아이'로 성장하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구나.. 싶었다.

하루중 제일 뜨겁고 고단한 한낮에 그렇게 울다가 업혔다가 안겼다가를 반복하다가
결국 낮잠을 못자고 저녁 6~7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내리 밤잠을 잔 적도 있고,
어떤 날은 업혀서, 어떤 날은 유모차를 타고 동네를 한바퀴 돌다가..
또 어떤 날은 정말 드물지만 고맙게도 엄마랑 누워 옛날이야기와 노래를 듣다가 스르륵 잠들기도 했다.

결국 '잠'이 문제인데 밤젖도 얼른 같이 끊을껄 괜히 줄여가기로 했나..
괜히 아이만 더 오래도록 힘들게 하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과 후회도 들었다.
그러나 아이를 오래도록 울리는 것은 내가 더 하기 힘들어하는 일이다.
우선은 '밤'에라도 엄마 젖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연수에게는 낮의 제일 힘든 고비를 참고 넘길 수있는 힘이 되어주는 것 같다.
연수는 울음을 그치고 제 나름대로 제가 잠들 수있을 것 같은 방법을 엄마랑 같이 찾는 일에 적극 나섰다.
그렇게 낮부터 연습해가다보면 밤에 젖을 못먹어 힘들때도 울음을 줄이고 제 나름의 방법을 쉽게 떠올리지 않을까.. 









오늘은 유모차를 타고 자겠다고 해서 아이를 태우고 동네를 한바퀴 돌았더니 금세 잠이 들었다. 
땀이 범벅이 된채로 잠든 아이의 얼굴이 안쓰럽다.
엄마 젖을 빨며 잠들던 달콤한 시간들이 그립고, 제 청을 들어주는 않는 엄마가 야속한듯 입이 이만큼 나온채로 잔다.
그러나 이런 시간들을 견디면서 저 나름의 잠드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가야 하고
엄마 품에서 조금씩 떨어져나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독립된 존재로 자라야하는 것이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어느새 쑥 커버린 키, 아기태를 벗고 큰 아이가 되어가는 얼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2년동안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 그 위에 고스란히 그려져 있다.

내 몸에서 나오는 젖으로 내 아이를 이렇게나 크게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맙고 신비로웠던 날들이었다.
2년동안의 모유수유는 연수보다도 어쩌면 나에게 더 많은 기쁨과 행복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힘든 순간도 많지만 모유수유를 하면서 나는 어머니가 된다는 것, 어머니가 되는 여성이 지니게 되는 놀라운 힘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내 몸의 일부를 떼어 다른 존재를 키운다는 것은 아이에게 젖을 먹여보기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세상의 어머니들을 더 존중하고 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은 자기 피와 살을 떼서 생명을 키워왔다..


연수는 이제 낮에는 젖을 거의 찾지 않게 되었고 낮잠도 조금씩 더 쉽게 잔다.
하지만 아직 저녁잠을 잘때는 젖을 먹는 연수는 밤이 와서 다시 수유쿠션위에 눕게 되면 
이 순간을 너무도 기다렸다는듯이 환호하면서 엄마 품으로 파고든다.

"엄마 젖이 제일 좋아~" 하며 함빡 웃는 이 녀석..
밤젖은 과연 어떻게 끊을지 참으로 걱정이지만...
이 힘든 날들을 견뎌내고 났을때 또 한번 우리 둘 다 조금더 단단하게 자라있기를 바래본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