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나무들2019. 7. 27. 14:14





날이 좋았던 지난 5월,
엄마아빠를 모시고 오빠네 가족과 함께 삼랑진 여행을 다녀왔다.

삼랑진은 엄마의 고향이다.
1948년 삼랑진에서 태어난 엄마는 스물일곱살이던 1974년에 아빠와 결혼해 강릉으로 시집오실때까지 삼랑진에서 살았다.

엄마가 결혼하고 얼마후에 외할머니와 외삼촌들은 모두 대구로 이사를 하셨다.
그래서 삼랑진은 엄마의 유년시절과 처녀시절의 추억이 많이 깃든 곳이지만
찾아가보기는 어려운 곳이 되었다.

강릉에서 대구 외가까지도 먼 길이거니와
외할아버지 제사같은 가족 행사나 우리들의 외가나들이로 대구에 한번 간다고 해도
꽤 멀리 떨어진 삼랑진까지 일부러 가게는 잘 안되어서
엄마는 결혼후로 삼랑진에 한번도 못 가보셨다.

우리는 삼랑진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엄마의 옛날 이야기를 좋아했던 우리들은
삼랑진 역 근처 읍내에서 종묘상을 하셨던 외할아버지 이야기,
엄마의 동네 친구들 집에 가서 만화책 보며 놀던 이야기,
아직 어렸던 막내 외삼촌이 업어달라고 조르면
“요기까지 오면 업어주지~”하고 골목길에서 놀려주던 엄마의 어린시절 이야기가 참 재미있었다.

삼랑진 극장에 걸리곤 했던 옛날 영화들을 같이 구경하고,
처녀시절 엄마가 편물 일을 하던 방으로
모여들던 동네 친구들 이야기며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야했던 동상이 고모 집에 사는 호야라는 사촌 오빠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속에 삼랑진은 한번도 가보지는 못했지만 무척 친근하고 가보고싶은 곳이 되었던 것이다.







바빴던 날들이 지나고 지나
엄마는 46년만에 다시 삼랑진에 도착하셨다.
김해에 사시는 막내 이모와 이모부가 오셔서 엄마의 삼랑진 여행에 동행해주셨다.

먼길을 차로 달려와 지친 아이들과 아빠는 삼랑진 트윈터널을 구경하며 좀 쉬고 계시기로 하고
엄마와 오빠, 나만 삼랑진 읍내로 가서
이모와 이모부를 만났다.

엄마가 처음 살았던 집, 그리고 나중에 좀더 커서 처녀때까지 살았던 집터들을
이제는 많이 달라진 거리에서도 다행히 방향을 찾아 가볼 수 있었다.
옛 집들은 헐리고 그 자리에 이제는 큰 건물과 창고 등이 서 있었지만
그래도 엄마에게는 그 공간들에 깃들어있는 어린날의 추억들이 한꺼번에 떠오르시지 않았을까.

엄마와 이모, 삼촌들이 모두 다녔던 삼랑진 초등학교도 찾아가보았다.
학교는 그대로 그 자리에 서있고,
운동장 조회대 옆의 나무는 큰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있었다.
60년 넘는 시간을 지킨 나무.







아침에 원주터미널에서 만나 우리차를 함께 타고 삼랑진까지 오는 동안
엄마는 삼랑진에 살던 시절의 추억들을 여럿 더 이야기해 주셨는데
그중에는 내가 처음 듣는 이야기도 많았다.
젊었을때 외할아버지가 목수 일을 하셨다는 이야기며
책읽기를 좋아하셨던 자그마하고 예쁜 엄마의 할머니 이야기도 그랬다.
엄마의 할머니시니 내게는 외증조할머니가 되시는 할머니는
본래 유복한 집에서 자라셔서 글을 배웠고 책을 좋아하셨다고 했다.
가끔 친척이나 이웃 할머니들이 모이시면 할머니가 읽어주는 옛소설(흥부전이나 심청전 같은 이야기가 아니었을까?)들을 재미나게 듣곤 하셨단다.
할머니가 가끔 시골에 있는 큰 기와집인 친정에 가실때면 엄마를 꼭 데리고 가셨는데
며칠 동안 할머니의 동생이 살고있는 시골 집에서 재미나게 지내고 오곤 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