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나무들'에 해당되는 글 63건

  1. 2009.04.08 오래된 봄놀이터.. 서오릉에 다녀왔어요 22
  2. 2008.04.18 4월, 창경궁의 봄 2
  3. 2008.04.10 겨울 제주도, 용머리해안
여행하는 나무들2009. 4. 8. 22:41



서오릉은 새댁네 집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습니다.
나름 집에서 가장 가까운 큰 공원(?)인 셈인데
연신내에 둥지를 틀고 두번째 맞는 봄인 올 봄에야 처음 가보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조금 쌀쌀했던 토요일, 생애 첫 봄을 맞고 있는 똑순이랑 바람쐬러 갈 곳을 찾다
가까운 서오릉에 잠깐 가보기로 했지요.






그전에 엄마 병원에 잠시 들렀는데, 요녀석.. 따뜻한 봄볕을 받으며 차안에서 코 잠이 들었습니다.
라디오를 들으며 아들과 둘이 차에서 기다리던 신랑이 살짝 찍어놓았습니다.






새싹 돋아나는 땅위에서 똑순이랑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서오릉.. 오래된 무덤들과 아름다운 전각들이 띄엄띄엄 들어앉은 이 곳은
아주 한적한 흙길 산책로와 소나무숲, 잔디밭이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오래된 이 공원의 한적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새로 만든 매끈하고 예쁜 공원들과는 다른 여유로움.. 우선 인구밀도가 낮아서 좋습니다. ^^
그리고 낡은 옷, 낡은 의자처럼 오래된 것들이 주는 편안함과 향수가 있습니다. 
유모차에 앉은 똑순이도 아스팔트 산책로보다 풀과 꽃이 자연스레 돋아난 흙 산책로가 더 맘에 들것 같습니다.   








소나무숲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신랑이 천천히 똑순이 유모차를 밀고 갑니다.
모처럼 숲을 만나 신난 새댁은 마음내키는 데로 사진을 찍으며
혼자 카메라를 들고 폴짝폴짝 뛰어다녔습니다. 






키큰 소나무들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
이렇게 키큰 나무들 아래 서본게 얼마만인지... 공기에서도 솔향기가 납니다.







새댁네 집앞에는 '봉산'이라는 낮고 구릉구릉한 산이 있는데 여기 서오릉까지 이어진다고 해요.
동네 어른들은 운동삼아 많이 다니시는 모양입니다.
언젠가 똑순이가 좀 더 크면.. 손잡고 집에서 출발해서 서오릉까지 걸어와봤으면 좋겠습니다.







소나무.. 알림판이 예쁩니다.
'이 땅의 소나무는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란 마지막 구절이 눈에 밟힙니다.




"엄마, 까치!" 똑순이가 저쪽 소나무숲을 향해 팔을 치켜들었습니다. 실제로는 "어!" 하고 말했습니다.^^ 






아빠랑 둘이서-^^

서오릉에서는 유난히 나이드신 부모님을 모시고 산책나온 중년(실은 그도 노인에 가까운)의 어르신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똑순이랑 아빠가 사진을 찍는 동안 그들 뒤로 나이든 부자 한쌍이 손을 잡고 천천히 지나가셨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똑순이랑 아빠도 오늘처럼, 그들처럼 다정하게 손을 잡고 산책해주길 바래봅니다.  








혼자 뭔가 불잡고 일어서길 좋아하는 요즘의 똑순이, 땅을 딛고 서있는걸 한장 찍었습니다.








초록물 오르는 봄땅, 새댁이 찍었구요, 




아직은 살짝 찬 봄바람 속 진달래꽃, 신랑이 찍었습니다.


+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실렸던 '청구회 추억'(단행본으로 나왔지요)이란 글은
서오릉 답청길에서 어린 소년들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40여년전 그 봄에는 버스에서 내려 꽤 오래 걸어야 도착하던 서오릉에
지금은 바로 앞까지 버스가 다니고, 주차장도 바로 곁에 붙어있습니다.
그래도 어른 입장료 1,000원을 내고 그 문에 들어설 때는
아주 오래된 봄놀이터,
누군가는 평생 안고 살아가는 인연과 추억을 만들었던 오래된 비밀 정원에 발들여놓는 것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10개월된 똑순이와 함께 찾아갔던 서오릉은
바람에 술렁이던 오래된 소나무숲, 똑순이를 안고 걷던 흙길.. 같은 것으로
제게도 소중하게 기억될 것 같습니다.
한낮에는 덥고 햇살도 강했던 어제 오늘, 서오릉의 시원한 소나무 그늘이 무척 그리웠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08. 4. 18. 17:25

요즘 날씨가 너무 좋아요~!
새댁도 집을 박차고 나가 햇살과 꽃그늘과 봄바람 아래 앉아있느라
한동안 블로그에 글을 못쓰고 있었네요... ^^

어제는 이제 두 돌이 다가오는 조카 녀석과 하루종일 고궁 나들이를 하고 왔답니다.
녀석도 신나고, 조카와 하루종일 씨름하느라 고생많은 착한 새언니도 신나고, 저도 신나고, 엄마 배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있는 8개월의 똑순이도 신나고~
저녁엔 모두 자기 집에 돌아가 일찌감치 골아떨어졌을만큼
햇빛 속에서 뛰어논 하루는 즐거웠습니다.

저상버스를 기다리다 결국 일반버스에 용감하게 유모차를 접어서 들고, 조카를 안고 올라탄 새언니와
역시 환승정류장을 찾느라 한참을 헤맸지만 굴하지 않고 일반버스를 타고 나들이에 나선 8개월차 임부 새댁이
만난 곳은 바로 '창경궁' 입니다.
 
연신내에서 창경궁 가는 길은
새댁집 근처인 선일여고앞에서 7712번을 타거나, 연신내전철역 3번출구앞 정류장에서 독립문(영천시장)가는 많은 버스중 하나를 타고, 영천시장에서 내립니다.  
큰길을 건너 반대편에서 푸른색 171번 버스로 갈아타면
사직터널 지나 - 경복궁앞 지나 - 계동 현대사옥 지나 - 창덕궁 지나 - 창경궁(서울대병원 후문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줍니다.  
창경궁의 대문인 아름다운 '홍화문'으로 들어가면 되는데, 입장료는 어른이 1000원입니다.
새댁과 새언니는 투표하고 받은 '공공시설 할인권'을 내고 무료로 들어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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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처음 찾은 곳은 아름다운 연못, 춘당지입니다.
원래 이 자리에는 조선시대 왕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쳐보던 '권농장' 이라는 논이 있었다는데,
일제때 조선총독부가 큰 연못을 파고 일본식 정원으로 바꾸어버렸데요.
1986년 창경궁 복원공사때 우리 전통 조경수법으로 다시 조성하였다는 설명이 팜플렛에 쓰여있군요.

하얗고 붉은 꽃들이 연못에 비쳐 연못속에도 봄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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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위를 떠나니는 꽃잎 사이로 오리들이 유유히 지나다닙니다.
연예인들의 기자회견장 못지않게 많은 카메라 세례가 춘당지의 오리들에게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둥둥 엄마 오리,
못 물 위에 둥둥.

동동 아기 오리,
엄마 따라 동동.

풍덩 엄마 오리,
못 물 속에 풍덩.

퐁당 아기 오리,
엄마 따라 퐁당.

- 권태응 동시 '오리' 전문


아가들은 무엇이든 엄마를, 곁에 있는 어른들을 따라 배우지요.
똑순이가 자라며 새댁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울거라 생각하니 괜시리 살짝 긴장이 됩니다.
착하게 바르게.. 잘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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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와 새언니. 연못속의 잉어들을 찾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무르익은 봄속에 녹아들듯 합니다.

똑순이까지 우리 넷은 춘당지를 빙 돌며 나무그늘 아래서 가져간 간식거리들을 먹고 제일 오래 놀았습니다.
원래 창경궁은 음식물 반입 금지인데, 많은 사람들이 과일같은 간식이나 김밥을 싸와 먹고 있었어요.
단속반 아저씨도 즐거운 점심식사 행렬을 막지는 못했는데, 대신 쓰레기는 다시 자기 가방에 다 넣어오는 센스가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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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잎은 풀숲위에 떨어져있는 모습이 제일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하얀 꽃잎과 갈색 흙이 어우러져있는 벚꽃 나무그늘은 환상적이었습니다.
 
창경궁의 최대 장점은 '넓고 나무가 많다'는 것일듯해요.
새댁은 서울 시내의 고궁이라곤 경복궁과 서울역사박물관 뒤편에 있는 작은 궁(이름이 뭐였더라...) 밖에 못 가봤는데
경복궁보다 이 창경궁이 훨씬 '나무'와 산책로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경복궁은 웅장한 옛 궁궐을 보러 간다면, 창경궁엔 아름다운 옛 궁궐의 정원을 즐기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다음엔 창경궁 바로 옆 '창덕궁'에 있는 '비원'도 꼭 보고싶어졌어요.
넓은 창경궁의 구석구석을 산책하는데 앉아쉴 벤치도 많고, 장애인화장실과 유모차대여 시설, 팜플렛 등도 잘 되어있어 예쁜 고궁이 더 돋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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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어린 시절 기억이 나서
조카를 '함인정' 날아갈듯한 추녀 아래 세우고 기념사진(!)을 한장 찍었습니다.
우리 어릴때 절이나 어디로 소풍가면 꼭 이런 사진 한장씩 찍어오곤 했잖아요. ^^

임금이 문, 무신, 관유학생들에게 제술시험을 보던 장소라는 '함인정'
귀여운 조카야, 똑순아
1등할 필요는 없단다. 네 나름의 멋진 답을 가지고 살아주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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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 공원에서 사람들이 주는 음식물을 받아먹고 '청살모'가 살고 있습니다.
어느 궁에는 다람쥐도 있다하고, 얼마전에 갔던 선유도에서는 '섬토끼'도 봤는데-^^;
동물원 우리에 갇힌 동물들보다는 아주 쪼금 더 자유로운 이 녀석들과의 만남이
어른들에게도, 어린 조카에게도 반갑고 즐거운 것이었습니다.

이 날 하루, 조카 녀석은 신나게 '와하하' 소리내 웃고 박수도 치면서 마음껏 뛰어다녔습니다.
재작년 여름에 태어나 작년 봄엔 잠깐 코끝에 바람쐰게 다닌 녀석이니
올 봄이 이 아이가 제대로 만끽하는 첫 봄인 셈입니다.
공원을 뛰고, 꽃과 나뭇잎들을 만져보고, 개미와 오리를 구경하고, 간식을 먹고.. 유모차에서 늘어지게 낮잠도 한숨 자며
조카는 하루를 고궁에서 아주 알차게 보냈습니다.  
답답한 집 안에만 있었다면 조카와 새언니에게 오늘 하루는 무척 길고, 힘들었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역시 밖에서 뛰어놀며 자라야하는구나.. 싶더라구요.  

4월, 창경궁의 봄은 정말 눈부셨습니다.
우리 넷은 선물같았던 봄나들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햇빛에 익은 얼굴을 식히고, 많이 걸어 뻐근한 다리와 발도 풀어주며..
서울이 녹지가 더 많고, 차는 더 적은 정말 아름답고 시원한 도시가 되는 건 언제일까 생각했답니다.
그래야 이 좋은 봄을 또 누릴 수 있을 테니까요...

4월말인데도 벌써 초여름같은 더위를 보며
조카와 똑순이가 살아갈 지구가 날로 뜨거워지는 것이 심히 걱정이 됩니다.
어떡해야할까요..?
우선 MB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결심과 계획부터 제출해야할테구요(지금은 전년수준동결이 목표라는군요.. 다른 OECD 가입국가들은 10%를 훨씬 넘는 감축목표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의무화하고, 개인들도 가정과 자동차의 이산화탄소와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려고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벌써부터 에어컨을 튼 버스나 은행같은 건물에 들어서면 시원함과 동시에
마음속부터 서늘해지는 공포를 느낍니다.
악순환이잖아요.. 날로 더워지는 날씨와 점점 더 일찍, 많이 틀어지는 에어컨이라니-
이 고리를 끊을 수 있는건 사람들일 것입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08. 4. 10. 19:55
여행 게시판을 하나 열었다.

지나온 길은 언제나 아름다운데, 그 곳에 어떤 '순간'이 머무르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나를 어딘가에 세워두고 총총히 또 떠나가며 우리는 살아간다.
지나온 길들위에는 그날의 바람과 햇살, 귓전에 속삭이던 많은 생각들이 여전히 반짝이고 있다.
마음의 술렁거림, 낯선 길위에 서있을 때의 고요함.. 여행이 좋은 이유다.

*

엊그제 신문에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제주도 용머리해안의 산책로가 하루8시간씩 물에 잠기고 있어 이제 서귀포시는 용머리해안 산책코스를 폐쇄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실려있었다.
처음 그 기사를 봤을 때는 수학여행지로 유명한 '용두암'으로 착각하고.. '음- 유명관광지가 없어지겠네..'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찬찬히 기사를 보니 용두암이 아니라 '용머리해안'이었다.
아. 예전에 혼자 제주도를 여행할 때 산방산 아래 용머리해안의 그 산책로를 걸었던 것이 기억났다.

여행다닐때면 늘 가지고 다니는 여행수첩을 뒤적여 찾아보니 이 날 쓴 여행기가 있었다.



2005. 12. 12. AM 8:20

자다깨다를 반복하다가 새벽5시쯤 일어나려고 생각하니 가장 단잠이 쏟아져서 한시간을 마저 자고 일어났다.
씻고 미역국 정식까지 챙겨먹고 옷을 챙겨입는데 예쁘장한 경상도 아가씨가 말을 건네왔다.
"한라산 다녀오셨어요?"
반갑게 묻는다.
"아니요. 오늘 가려구요"
"아, 저는 어제 다녀왔어요. 진달래꽃밭에서 쳐다본 정상이 어찌나 예쁜지 이렇게 예쁜 산은 평생 첨 봤어요."
스스럼없이, 그이는 알몸으로, 나는 등산복을 모두 껴입은채로 대화를 한다.
제주도 용두암해수찜질방 겸 사우나니 이런 어이없고 재미있는 상황도 가능해진다.
그리곤 걱정한다. 어제도 내려올때 눈보라가 많이 쳐서 혼났다고, 낮엔 날씨가 너무 좋았는데, 오늘도 확인해보고 가라고 걱정한다.
자기 옷장문을 열고 전화번호-성판악휴게소-까지 일러준다.
전화결과는 한라산 대설주의보로 입산금지.
어느 코스나 그렇단다.
7시 40분. 해가 떠서 바다가 보인지 얼마안된 새아침에 갈데가 없어진 나는 하늘만보고 웃다가
이대로 서울로 올라가진 않기로 했다. 슬슬 제주도를 천천히 걸어야지.
산방산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시외버스터미널로 오는 택시에서 택시기사님은 오빠라고 불러달라며 농을 쳤다.
5월, 제주도는 5월이 제일 좋다고, 그떄오면 꼭 연락하라신다.
지난 봄 우도로 가기위해 이 터미널에 앉아있었던 것이 딱 이시간인 것 같은데. 8시 30분.
변화무쌍한 제주도 날씨는 정말 놀랍다.
아무렇지도 않게 슬금슬금 철썩이며 밀려드는 파도.
바다가 바로 곁에서 새삼스럽지 않게 앉아있는 곳, 제주.
새벽에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여기는 내가 살아온 곳과 전혀 다른 삶이 있겠다 싶었다.
흐렸는가 하면 해가 나고, 해난채로 비오고 눈발날리는 곳.
오늘은 제주 5일장이 서는 날이라던데. 재래시장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비행기를 탈까보다.
이제 버스가 왔다.

한라산은 여간해선 겨울에 제얼굴을 잘 보여주지 않는가 보다.
섬에서 산다는 것. 특히 눈을 뜨면 울렁대는 바다를 본다는 것.
멀리 한라산과 그 아래 구릉구릉한 오름들을 보며 그아래 옹기종기 모여 가족과 일가와 이웃해 산다는것.
제주도는 그새를 못참고 또 눈발을 날려보낸다.
관광도시에서의 삶은 피곤하리라.
밀려드는 사람들, 개발바람, 쏟아지는-국제자유도시니, 자치특별도니, 세계 평화의 섬이니 하는- 미사여구들을 뒤집어쓰고, 감내하고 사는 삶은 피곤하지 않을까.
뭍사람들보다 피로도가 높을 것만 같다. 그래도 이섬엔 귤이 나고, 말이 크고, 구멍 숭숭난 현무암돌멩이들과, 유채꽃이 핀다.
위로하려는 듯이. 이 섬의 사람들을.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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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산방산 입구에서 찍은 해안마을, 남제주 대정마을이다.
네델란드인 하멜이 상륙한 곳도 이 산방산가 용머리해안이었다. 용머리 해안으로 내려가면 한켠에 하멜이 타고온 배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설명은 오늘 붙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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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방산가는 버스를 타고 1시간쯤 오면 여기에 내려준다. 
산책로처럼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계단을 따라 산방산을 올라가니 '석간수'라는 물이 흘러나오는 '산방굴사'란 작은 동굴이 있었다.
석간수는 여신 산방덕이 인간세상의 박해를 받고 바위가 되어 흘리는 눈물이란 설명이 돌에 써있었다.
지금은 불상이 굴안에 자리잡고 앉아 제주해안과 석간수로 목을 축이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산방산을 내려와 용머리해안으로 향하는 길,
12월, 육지는 한겨울이겠지만 제주도의 바람은 부드러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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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용머리해안의 주상절리는 아름다웠다.
세월이란 그렇게 부드럽게만 사람들을 훑고 지나가는 것은 아닐텐데
돌에는 어떻게 저렇게 부드러운 물결을 새겨놓았을까.
오랫동안 바다속에서 켜켜이 쌓이는 시간을 견뎠을 절벽이 바다위로 솟아나와 바람을 맞고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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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하늘이 용머리해안의 산책로의 웅덩이에 고여있었다.
이 길이 지금은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음이 아프다.

멀리 바다에 보이는 배들중 군함이 눈에 띄었다.
이 용머리해안에서는 제주 화순항이 바로 건너다 보였다.
미국은 오키나와와 제주도와 평택을 잇는 대중국포위용 전략기지를 건설하려는 구상으로
화순항 해군기지를 요구해왔고, 한국정부는 제주도민들과 많은 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위험천만한 MD구상에 동참하려 하고 있었다. 
2005년 겨울, 건너편 화순항에서는 방파제 확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장차 만들어질 해군기지를 위해 바다로 뻗어가는 삭막한 콘크리트 방파제가 시야를 답답하게 죄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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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해안을 돌다가 낚시하는 분들과, 고무다라를 잔뜩 펼쳐놓고 회를 파는 아주머니들을 만났다. 또다른 한쪽에선 아주머니들이 주상절리에 붙어 굴인가 조개인가를 따고 있었다.
주상절리에 조개들처럼 매달려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행객의 눈에는 아름다워 보였다. 이제는 절벽이 물에 잠기고 있으니 이분들도 먹고 살기위해 다른 곳으로 옮겨가셔야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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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혼자 제주도를 여행할때마다 가난한 여행객인 나는 하루밤에 9500원하는 '용두암해수사우나.찜질방'를 숙소로 이용했고, 시외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제주도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런데 이날 점심, 나는 거금 1만원을 주고 제주도가 길러준 해삼과 멍게, 게불, 오징어.. 또 이름을 모르는 이런저런 해산물이 섞인 회한접시를 사먹었다.
'그 쪽이 마라도쪽'이라고 아주머니가 가르쳐준 먼 바다를 바라보며
 용머리해안에 주저앉아 아주머니가 바로 썰어준 회를 먹고 있으니 문득 '세상 뭐 별거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회접시에서 올라오던 시큰한 바다냄새, 알싸한 초장맛, 저기 어디쯤 마라도가 있겠구나 싶던 반짝이는 푸른바다.
겨울이란걸 잠시 잊을만큼 따뜻했던 그 순간이 지금도 기억난다.
 
그 점심이 여행수첩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경이로운 주상절리의 기암이 일상인 사람들을 만났다.
해녀아주머니의 고무다라가 펼쳐진 좌판에서 점심삼아 해삼, 멍게, 소라, 문어, 오징어 회를 섞어 한접시 먹었다.
파도가 치는 바위위에서 반짝이는 먼 바다, 더 먼 마라도 그리고 남제주 대정마을을 바라보며
그 파도, 그 바람, 눈 다 맞으며 먹는 점심은 말할 수 없이 뭉클했다."


... 이 해안에 앉아 또다시 가슴 뭉클해하며 회한접시를 먹을 수 있는 날이 올까.
사람들이 지구온난화의 문제를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면, 그리고 작은 실천들이 모인다면
온난화를 멈추게 할 수는 있겠지만
한번 높아졌던 해수면이 다시 낮아지는걸 내 생전에는 보기 어렵지않을까..
언젠가 다시 제주도의 12월 눈을 맞으며 이 자리에 다시 앉아보고 싶다. 회도 한접시 사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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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_ 용머리해안을 떠날 때 본 구멍난 현무암들.
아마도 그 안에 나무가 들어있다가 긴세월 흐르는 동안 나무는 없어지고 소리치는 듯한 구멍만 남은 것이란 설명을 봤던 것 같다.
그때도 돌들이 뭔가 소리치고 싶어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지구를 살려줘! 용머리해안을 돌려줘!"
지금 나도 소리치고 싶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