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08. 7. 4. 21:06
아기가 태어난지 한달.
매일 매일이 새롭다.
매일 잠자는 시간이 바뀌고, 수유 패턴도 바뀐다.
'어제 이 시간쯤에 잤으니 오늘도 자겠지...' 하는 섣부른 기대는 금물.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기록을 세울까, 우리 똑순이가!' 하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무장하고
즐겁게 새벽을 여는 것이 낫다.

벌써 한달이 흘렀다.
이렇게 시간이 가다보면 아이도 크고 나도 중년이 되어가겠구나..
'한달'이란 긴 시간이 어느새 채워져있는걸 보니 멀게만 느껴지는 백일, 돌..을 지나
똑순이가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하고 가방메고 인사하며 문을 나설 날도 멀지 않았겠다 싶다.

아이는 매일 달라졌다.
생후 2주쯤 똑순이는 젖을 먹고난후 수유쿠션위에서 잠이 들곤했다.
고개와 가슴을 내 배쪽에 붙인채로 그대로 두어야만 잠이 들었다.
살그머니 들어서 요위에 내려놓으면 바로 잠이 깼었다.
그러다가 3주 이후에는 젖을 먹은 후 요위에 내려놓아도 깨지않고 잘 잤다.
아. 아이가 크니까 역시 떨어져서도 잘 자는구나.
그런데 5주차에 들어선 요즘 똑순이는 다시 등에 고감도센서라도 달린 것처럼 안고있다 바닥에 내려놓기만하면 잠이 깬다.
어쩌다 아주 피곤할땐 계속 자기도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금방 깨버린다.
새벽에 한참 똑순이를 안고 거실과 작은방들로 방황하던 아빠가 '이제는 자겠지..'하고
안방에 와서 내려놓으면 어느새 작은 몸을 버둥! 하면서 깨어나 아빠를 좌절시킨다.
그런데 이 녀석, 젖을 먹은후 수유쿠션위에 그대로두니 깊은 잠에 빠져든다.
2주때의 버릇으로 회귀한 것이다.
불과 3주전이지만 그때보단 한참 컸다고 생각하고, 큰 애처럼 다루었나 싶기도했다.

수유쿠션위에서 잠든 아이를 한시간 정도 지켜봤는데
이 녀석 있는 위치가 딱 한달전, 엄마 배속에 있던 그 위치다.
엄마 심장과의 거리도 딱 그만큼.
달라진 건 그땐 배속에 있던 아가가 이제는 엄마 배밖에 있다는 것뿐이다.
똑순아, 이 높이가 좋니?
너도 그 시절이 그립니?
엄마는 요즘 가끔은 네가 엄마 배속에서 숨쉬고 놀던 시절이 참 아득한 옛날같고, 그리웁기도 하단다. ^^

아기는 세상에 적응하느라 많이 힘들 것이다.
깜짝깜짝 놀라고, 잘 운다.
그런 아기에게 이 초보엄마가 제대로 힘이 되어주고있는지..
문득 오늘 엄마 배에 기댄채 곤히 잠든 아가를 보며 생각했다.
나도 힘들지만 엄마는 어른.
엄마의 엄마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극진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란 어른이니
엄마는 괜찮다.
이제는 내가 너에게 그런 사랑을 돌려줄 때인거야.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6. 25. 18:00

생후 3주간 신통하게도 '에~!'하는 한마디로 울음을 다하고
젖만 먹으면 곯아떨어져 1~2시간씩 잠을 자곤 하던 똑순이가
3주를 채우고 4주차에 접어들던 날부터 달라졌다.
하루종일 찡찡거리며 보채고 고개가 옆으로 훽훽 돌아가면서 숨이 넘어가라 젖을 찾는 것이다.
정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였다.

당황한 초보엄마, 아빠
애기가 어디 아픈가, 젖이 갑자기 줄었나, 방이 너무 더운가... 끙끙 앓으며
각종 육아책을 뒤지고, 똑순이가 태어난 병원의 모유수유원 간호사분과 상담전화를 한 끝에
똑순이가 '성장급증기'에 돌입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생후 2~3주, 6주, 3개월 정도에 아기가 급속히 성장을 하면서
더 많은 칼로리 수요를 채우기 위해 모유에 대한 욕구가 느는 시기가 있는데 이 때가 '성장급증기'라고 한다.
이때 많은 엄마들이 젖양이 부족한게 아닌가 의심하면서 분유를 더 먹이게 되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엄마도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수분보충을 충분히 하고 푹 쉬면서
며칠간에 걸쳐 모유를 더 자주 먹이면 모유공급은 늘어나게 된다고 써있었다.
모유는 아기가 빠는만큼 늘어나므로 엄마가 힘들더라도 더 자주 젖을 물려주면
수일내로 엄마젖도 아기가 원하는 양만큼 늘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처럼 현실이 쉬운 것은 아니어서 잠들지 못하고 보채다못해 꽁꽁 앓는 것 같은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분유통에 손이 안가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평소 2시간 정도 간격으로 3~40분씩 먹이던 젖을
갑자기 1시간, 30분 간격으로 한시간씩 계속 먹이려니 가슴만이 아니라 온 몸이 얼얼할 정도로 아파
엄마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게 된다. 푹 쉬면서 젖양을 늘리라는 교과서의 지시를 따르기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똑순이는 성장급증기의 3일째를 보내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밤에는 2시간씩은 꼭 자고, 낮에도 잠깐씩이지만 잠자리 날개처럼 가벼운 쪽잠에 빠져드는 아이.
살아가고 성장하는 일이 이렇게 어렵다.
우리도 모두 다 이렇게 어려운 고비들을 넘기며 오늘날 이렇게 큰 어른들이 되어 있을 것이다.
첫날 보다는 둘째날이, 둘째날보다는 그래도 셋째날인 오늘이 한결 견디기 쉽다.
그래도 아까는 온몸이 노곤해서 칭얼대는 아이에게 바로 젖을 물려주지 못했다.
좀전에 정신차리고 젖을 먹인뒤 곤히 잠든 아이를 뉘어놓고 바라보고 있으니
얼마나 미안하던지... 나에게는 피곤함이지만 너에게는 생존인 것을.

사내아이의 엄마가 된 뒤에는 길을 가다 보게되는 할아버지들도 예사롭게 넘겨지지 않는다.
'우리 아이도 자라서 언젠가는 저렇게 늙겠지.'
'저 할아버지도 우리 아이처럼 애지중지 어머니가 품어안고 키웠던 시절이 있을 것이다.'
사람은 모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인간이란 얼마나 애틋한지.
사랑해주시던 어머니는 이제 세상에 안계시더라도 그 사랑의 힘이
아이들을 오래오래, 머리희고 허리굽은 노인이 된뒤에도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6. 22. 16:25

엊그제는 몸과 마음이 모두 너무 힘들어서
'아 딱 하루만 쉬었으면! 그러면 기운차려서 하나하나 다 잘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집이 아니라 병원에서 하루종일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유축기로 젖을 짜는 생활이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이 생각을 새벽에 하고 잠깐 쪽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이상하게 평화로운 아침이 찾아왔다.
젖을 먹고난 아기가 1시간 정도 자는 동안
아침밥을 먹고 약도 먹고, 세수도 하고보니 새삼 살만한 기분이 되었다.
아이가 잠을 자주는 10분을 1시간처럼, 1시간을 하루처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분 사이에도 얼마든지 정신을 차릴 수있고,
마음의 여유도 찾을 수있다.
1시간이면 정말 하루를 쉰 것 만큼 체력도 보충하고 이것저것 내 할일도 해내야겠다고 결심했다.
내 할일이라봐야 출산 3주차인 지금은 부족한 잠 보충하기, 배고픔을 해소하기위해 뭔가 찾아먹기, 하루에 최소 한번은 세수하기, 최소 2번은 양치하기, 땀을 너무 많이 흘렸을땐 샤워하기... 같은 것들이다.
이것마저도 지금은 다 해내기가 넘 어렵다.

다행히 이제 아기의 황달도 나아 퇴원해 집에 돌아오고
여전히 새벽마다 2, 3번씩 깨어 한시간씩 젖을 먹이고
낮에도 거진 2시간 간격으로 젖을 먹이며 지내고 있지만
집에 돌아오니 한결 마음과 몸이 편안하다.
 
새벽에는 열이 좀 나면서 감기가 올듯 아팠다.
그러나 나는 아파서도 안된다. 나는 엄마니까.
우리 아기 젖을 먹여야하고 이 애를 지켜줘야하니까.
실은 아기가 나를 지켜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6. 10. 19:04

6월항쟁이 21주년을 맞은 오늘
연세대 정문에서 시청까지는 21년전 이한열 열사의 국민장을 재현하는 행진이 열렸다고 합니다.
연세대 정문 돌기둥곁을 지날 때마다 그곳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던 한열이형을 친구가 부축하고 있는 흑백사진을 떠올리게 되곤 했는데,
그 정문, 그 횡단보도.. 이화여대 후문을 지나 금와터널을 지나 사직터널도 지나면 경복궁, 광화문, 시청앞..
한홍구 선생님의 글에서 묘사됐듯이
대형영정그림을 앞세운 장례행렬의 선두가 시청앞에 도착했을때
대오의 후미는 아직도 연세대 앞에 있었다고 하는데..
오늘은 광경은 어땠는지...
가보지 못하고 멀리 연신내에서 새댁, 몹시 궁금합니다.

연인원 50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연일 시청앞 광장에서 촛불을 켜는
87년 이후 유례없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이 와중에도
아이는 태어나고, 칭얼대다 젖을 빨고 잠이 듭니다.
혁명의 와중에도 장미는 피고 아이들은 자라나네요.  
87년 그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이 이제는 스물한살,
엄마아빠들이 뛰어다녔던 그 뜨거운 6월의 광장과 거리를
이제는 그들이 지키고 서있을 것입니다.
새삼 이 희망들이 눈물겹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6. 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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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똑순이가 태어나는 날입니다.

누구를 닮았는지 고집과 줏대가 예사롭지 않은 똑순이가 (엄마 아님 아빠겠지요 음.. 둘 다 한 고집합니다--;;;)
머리를 아래쪽으로 내려 나올 준비를 하지 않고 계속 꼿꼿하게 앉아 있는 관계로
똑순 엄마는 결국 제왕절개로 똑순이를 낳게 되었습니다.
수술날짜가 잡힌 후 똑순이는 유유자적 태동도 즐겁게 하며 잘 지내는듯 하나 똑순엄마는 사실 속이 많이 상해하였습니다.

열달동안 품속에서 키운 똑순이가 자기 힘으로 세상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싶고,
다른 엄마들처럼 진통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아이낳은 진통이 얼마나 극심한 것인지 이야기를 많이 들어 익히 알지만
그래도 막상 내 힘으로 아이를 낳지 못하고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자
너무 안타깝고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수술하는 것이 겁도 많이 났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이 좀 편안해졌습니다.
계기는 요리였어요.
새댁은 몇시간후에 수술이라 오늘 아침부터 금식을 하고 있지만
지방에서 올라오시는 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님을 기다리면서 점심상을 차리는데
문득 '잔치날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선을 굽고, 두부전을 부치고,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이면서
먼길 오시는 어머니들 대접할 점심상을 차리다보니
어느새 '똑순이 태어나는 오늘은 즐거운 축제날'이라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맛있는 냄새가 나고, 몇가지 안되지만 정성껏 요리해 밥상을 차리며...
우리가 엄마 아빠가 되는 오늘,
새댁과 신랑을 낳아주시고 키워주시느라 너무나 고생하셨던 어머니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새댁은 간을 볼 수 없어 맛은 장담할 수 없었지만요-^^;) 식사 한끼 제 손으로 차려 대접할 수 있다 생각하니
똑순이 덕분에 이렇게 여유롭게 출산일을 보낼 수 있는 것이 문득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할머니, 외할머니도 똑순이 태어나는걸 축하해주러 멀리서 새벽부터 오셨고,
증조할머님들, 할아버지, 외할아버지는 똑순이가 태어났다는 전화가 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계실 것입니다.
가족들, 친구들도 똑순이와 똑순엄마가 무사히 수술을 끝내고
건강하게 만날 수 있기를 빌며 마음으로 함께 응원해줄 것입니다.

이제 오늘 저녁이 되면 280일동안 엄마 자궁안에서 자라온 똑순이가 세상에 나옵니다.
똑순이가 처음 만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말고
우리 똑순이, 씩씩하고 용감하게 세상과 만나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아빠에게도 이제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셋의 신나는 여행이 이제 막 시작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가는 길에 역경과 어려움도 많겠지만 용감하고 슬기롭게 헤쳐가야할 것입니다.
똑순이는 엄마 자궁속에서 딸국질을 참 많이 했습니다.
폐호흡 연습을 하다 양수를 살짝쿵 마셔서 그렇다는데 똑순이도 나름대로 세상과 만나기위해 열심히 준비해온 것입니다.  

휴. 심호흡을 깊게 하고.. 두려움을 떨치고.. 똑순엄마, 이제 새로운 세상으로 걸어나갑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5. 3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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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순이의 얼굴을 처음으로 블로그에 올립니다.
초음파 사진중에 똑순이의 코와 입술이 비교적 잘 나온 것이 있어서.. 음... 예쁘죠? ^^
신랑은 저보고 '여기 고슴도치 어머니 또 한분 출현하셨네'라며 놀리지만... 제 눈에는 정말 예쁘게만 보입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모두 자기 몫의 슬픔과 아픔이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세살박이 딸이 갑자기 아파 병원에 입원시킨 선배 언니, 결혼 8년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힘들어하다 이번에 임신에 성공해 곧 출산을 앞두고 있는 체조교실의 한 엄마,
자연분만을 원했지만 아이 상황때문에 제왕절개로 출산하고 힘들어하는 체조교실의 또다른 엄마,
입덧이 너무 심해 밥을 거의 못먹는 임신초기의 어느 엄마, 온몸이 퉁퉁 부어 엄지발가락이 보통사람의 2배쯤 되어보이던 임신 후기의 또 어느 엄마,
조산기때문에 한달가까이 병원침대에 누워만있다 엊그제 드디어 예쁜 딸을 무사히 순산하고 아가 사진을 핸드폰으로 찍어보내온 어느 선배네...
똑순엄마도 자연분만이 어려울듯해 한동안 마음 아파했답니다.
 
사람이 자기 인생에 찾아올 행복과 불행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수많은 종류의 기쁨과 슬픔중 나에게는 이것이 차례졌구나... 생각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다 싶습니다.
   
아이가진 엄마들 걱정중에 제일 크고 공통적인 것은 '우리 아이가 어디가 아픈건 아닐까'하는 걱정일 것 같아요.
임신 사실을 모른채 술도 마시고, 감기약도 먹었던 새댁도
임신 기간 내내 사실 그게 제일 걱정스러웠습니다.
임신 초기에는 정말 많이 불안해하다가 아이가 자라면서 초음파 검사나 기형아검사 등을 통해 큰 외상은 없는 것 같아보여 일단 안심했었지만
이제 출산을 앞두니 새삼 걱정이 많이 됩니다.
건강하기만 하면 정말 아무것도 더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언젠가 똑순이가 자랐을때 이 블로그를 들춰내며 '뭐야~ 엄마, 옛날에는 나 건강하기만 하면 아무것도 더 안바란다고 했잖아~~~'라고
상기시킬 수 있도록 여기에 기록을 남겨둡니다. ^^
그래, 똑순아. 공부는 잘 못해도 된다. 남보다 크게 무슨 재능 같은것도 보이지 않아도 된단다.
튼튼하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하지만 이 '건강하게'란 바램 아래에는 '장애에 대한 극심한 공포'가 깔려있다는 것이 제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그것은 결국 '장애인'을 바라보고 대하는 제 태도의 반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아이가 비장애인이기를 바라는 것이야 모든 엄마의 간절하고도 보편적인 바램이겠으나
우리 사회의 1/10은 크고작은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회가 이들의 활동을 보장해주지 않기때문에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지요.
몸의 장애보다 더 마음아픈 것은 이들이 겪어야만 하는 '마음의 장애'이며,
편견과 공포속에 빗장을 걸어잠그고 자신들만의 세상을 지켜려하는 비장애인들도 '마음의 장애'는 같이 겪고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생각을 자유롭게 키울 수 있고, 꿈도 마음껏 펼칠 수 있고
친구들도 사귀고 사랑하는 연인과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면 몸 어딘가가 조금 불편한 것은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같이 나서서 장애인도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우리 사회를 바꾼다면
'장애에 대한 극심한, 그래서 비이성적인 공포'에서도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인간이 '인간이라는 사실' 이외의 다른 조건들 -재산, 학력, 장애, 성별, 인종, 국가간의 지배 등등- 때문에
인간의 존엄, 인간답게 살 권리, 행복한 삶의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는 세상.
우리 아이가 자라는 세상은 그런 세상이었으면 제발 좋겠습니다.

최악의 황사가 지나가고 맞은 조용한 토요일 아침.. 엄마는 소박하게 바래보는데.. 그 꿈이 좀 큰가요.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엄마는 생각합니다. 그래야 이 험한 세상에 또 한 생명 내어놓을 수가 있으니까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5. 2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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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체조교실에 나가보면 임신 막바지에 이른 예비 엄마들은 표정이 조금 다릅니다.
뭔가 더 '자연'스럽다고 할까요, 순종적이라고 할까요..
본능과 자연의 섭리속에 보통 사람들보다 더 깊이 들어가 있는 사람의 느낌.

눈매와 눈빛에도 사뭇 경건하면서 따뜻한 어떤 기운이 어리는 것 같습니다.
어린시절 고향집 외양간에 매여있던 송아지의 큰 눈 같기도 하고,
한때 아버지가 뒷산에 목장을 만들어 키우셨던 꽃사슴들의 눈망울같기도 한
크고 선한 눈동자, 부드러운 눈매.

출산이 다가오니 사람도 이 지구상에 살아가는 수많은 동물 중의 하나이며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거의 처음으로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어머니들의 몸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몸에 맡기세요. 몸이 하는 일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신랑과 함께 들었던 출산준비교실에서 의사선생님이 강조한 말씀입니다.
최대한 긴장을 풀고 몸을 이완시켜서 엄마 몸과 아기의 자연스러운 운동(? 세상에 나오려는, 아가 생애 최초의 한판승부^^;)의 흐름을 타야한다는 것입니다.
제 힘으로 혼자 출산하고 그 뒷마무리까지 다 하고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동물 어미들의 능력이 새삼 존경스러워지는 대목입니다.

4회에 걸쳐 진행된 출산준비교실에서는 두 번정도 분만과정 전체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여줬는데
마지막 출산 장면에서는 새댁을 포함해 거의 모든 임산부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곧 다가올 자신들의 일이라 쉽게 감정이 동해지기도 하고, 약간은 겁도 나고..
무엇보다 그 힘든 진통을 이기고 무사히 아기를 낳은 뒤 
막 태어난 아이를 품에 안고 행복해하는 엄마의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새댁도 저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쳐올라 눈물을 참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낳은 아이들인데...
이토록 소중한 생명들인데..
비디오들이 대부분 외국에서 촬영된 것이라 그랬겠지만
엉뚱하게도 새댁은 그 순간 이라크 전쟁에서 전사한 미국의 젊은 병사들 생각이 났습니다.
흑인 엄마도, 백인 엄마도, 뚱뚱한 엄마도, 갸날픈 엄마도
모두다 너무나 힘든 과정을 거쳐 자기 아이를 낳고, 태어난 아이를 가슴과 배위에 올려놓고
소중하고 고마워 어쩔줄 몰라합니다. 울고 뽀뽀하고 안아주고..
그렇게 어렵게 태어난 아이들이 자라 다른 이에게 총을 겨누고, 다른 이들의 보금자리를 파괴하고
그 자신도 침략전쟁의 희생양이 되어버린다면...
그 어머니의 절망은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새댁도 이제는 짐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얼마전 TV에서는 굶주리고 있는 이북 아이들을 촬영한 화면이 나왔는데
새댁은 처음으로 마음 한구석이 따끔해지는 통증을 느꼈습니다.
영양실조와 기아로 신음하는 세계 곳곳 아이들의 모습을 하루이틀 보아온 것이 아니고
볼 때마다 마음 아프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실제 몸으로 통증을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내 아이가 저렇게 굶어서 퀭한 눈과 마른 몸이 되어버린다면.. 멀건 죽 한그릇밖에 겨우 먹을 수없다면...
그 어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질듯 아플까.
새댁은 처음으로 그 어머니의 고통을 백 분의 일, 천 분의 일만큼은 같이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언제든지, 무엇에든지.. 그것이 세상에 태어나 자라가며 인간이 겪는 고통이라면
어떤 것이든지 예리하게 느낄 수 있는 가슴을 가지게 되는 과정은 아닐까...
이런저런 단상이 많아지는 요즘-출산전야- 입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5. 2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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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로 살아온 날들이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37주로 접어드는 새댁, 이제부터는 언제 아기가 태어날지 몰라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합니다.
병원에 들고갈 가방도 다 싸놓았고, 집정리도 대략 끝났습니다.
하루가 저물때쯤에는 '아 오늘도 무사히(?) 하루가 끝났구나'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휴~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됩니다.
'내일도 잘 보낼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다음날 약속이 있거나 할 일을 이것저것 생각해놓고 있는 새댁은
'내일까지는, 아니 이번 주말까지는 똑순이가 좀더 기다려줬음 좋겠다' 내심 바라고 있습니다.

오늘은 구청에서 하는 '출산준비교실'에 다녀왔습니다. 마지막 철분제도 받아왔구요.
20명 남짓한 예비엄마들만 모여앉은 강의실이 흡사 여고시절의 교실같았습니다.
어떤 분은 친하게 지냈던 고등학교 친구랑 분위기가 정말 비슷해서 뜬금없이 그 친구가 보고싶어지기도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를 탔는데 '이제 노약자석에 이렇게 자연스럽게 앉는 날도 곧 끝나겠구나' 싶더군요.
다른 사람들도 임산부란걸 다 알아볼 수 있게 배가 많이 나온 7개월 이후엔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전에는 왠지 좀 쭈뼛거리며 찾아앉던 버스와 지하철의 노약자석.
그때는 구청에서 받은 저 사진속의 배지-'예비엄마랍니다'라고 작게 써있어요-가 잘 보이도록 가방을 무릎위에 놓고 간신히 노약자석에 앉아있다가
할아버지할머니가 제게로 오시면 얼른 자리를 양보하곤 했습니다.

임산부가 되고보니 평소엔 아무렇지 않아 보이던 일들이 참 얼마나 사무치던지요.
우선,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저 앞 횡단보도에 불이 바뀌면 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성큼성큼 뛰어서 횡단보도를 건너지만
저는 '다음 신호에 건너야겠다' 마음먹고 걸어오던 속도 그대로 걸어 신호등 옆에 가서 섭니다.
파란불이 좀더 깜빡거려도 건널 수는 없습니다. 제가 횡단보도를 다 건너기전에 빨간불로 바뀔테니까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기차나 고속버스를 타고 마음껏 여행하는 사람들, 어디 멀리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는 사람들도 정말 부러웠어요.
밤새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심지어 코피흘려가며 공부하는 사람들조차 부러웠습니다.
제가 못하는 것들이니까요.
출산하고 몸이 다 회복된뒤에 '자, 이제 너도 밤새 공부하고 책읽어~'하면 분명 하기싫겠지만
아주 맛있고 향좋은 커피를 다섯잔쯤 마시고 기타 간식들을 계속 먹을수 있다고하면 혹시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나는 하면 안되는 일, 할 수 없는 일'이란게 생기는 경험은 특별한 것이었어요.
다른 무엇을 위해 어떤 것을 포기하는 일은 살다보면 언제고 생기기 마련이지만
임산부 경험은 여타의 경우와 달리 일상의 아주 작은 부분들에서 포기할 것들이 생기며,
특히 그 포기가 '몸'의 변화(힘겨움)에 따른 것이란 점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잠깐이나마 '장애인'나 '노인'의 처지가 되어보는 것같은 경험이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이나 배려를 구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한다는 것은 복합적인 감정을 갖게 합니다.
따뜻한 도움을 받는 기쁨과 고마움이 있는 동시에
마음같아서는 혼자서 잘 해내면 좋겠는데 그러지못하고 누군가나 무언가의 도움을 기다려야 하는 스스로의 처지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예전같으면 혼자서도 번쩍번쩍 잘만 들던 짐도 이제는 들지 못하니
조금만 무거운 뭔가를 사거나 옮길라치면 여러번 계획을 세우고 도와줄 사람을 구해야만 할 때,
말할 수 없이 천천히 닫히는 지하철 장애인/노약자전용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길 기다리는 뻘쭘한 순간이나(천천히 닫히는 것은 괜찮습니다. 문제는 함께 탄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뭔가 불편한 기분이지요. 왜그럴까요...?)
한참 걸어 찾아낸 버스정류장에 앉을 의자 하나 없고 어디 기대설 곳도 마땅치 않아 어정쩡하게 서있는데
허리도 다리도 아프고 배도 살짝 뭉치는 것 같이 힘들 때,
그러다 기다리던 버스가 와서 겨우 올라탔는데 아무도 자리를 양보해주지 않을 때..
조금은 이질적인 존재라는 것때문에 어디를 가도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하는 것을 느낄 때.

그래도 임산부에게 쏟아지는 시선은 굉장히 호의적이며, 쉽게 대화로 이어집니다.  
눈에 띄게 배가 부른 후에 경험한 큰 변화중 하나가 사람들이 제게 말을 쉽게, 많이 건네온다는 것이었어요.
남에게 말을 잘 걸지 않는 한국 사회, 특히 서울이란 도시의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과장을 살짝 섞자면 가장 쉽게 말을 건넬 수 있는 대상이 임산부인 것 같을 정도로
많은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새댁에게 말을 건네시는 것이었습니다.
주로 좋은 얘기들(어머~ 몇개월이예요? 곧 낳겠네.. 힘들지요? 우리 딸도 애기낳고 키우느라 아주 고생이예요.. 등등)을 건네오시고 새댁도 기쁘게 응답합니다.
아이낳고 키우는 것이 워낙 사람의 인생에서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기도 하고
또 인간사에 몇 안되는 공통분모인지라 할 얘기도 많고, 생각나는 기억도 많지요.
낯선 이에게도 따뜻한 시선으로 얘기를 건넬 수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그래서 새댁도 기쁜 마음으로 얘기를 나눕니다.

하지만 장애인과 노인의 경우에는 좀 상황이 달라집니다.
어디서나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지는 것은 같지만 누구도 쉽게 그들에게 말을 걸진 않지요.
말없는 시선들이 사실 더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측은해하는 눈빛, 혹은 두려워하는 기색들.
시선을 받는 존재가 되고 보니 그 시선에 담기는 감정도 충분히 느낄 수가 있겠더라구요.
기왕이면 따뜻하고 밝은 시선을 보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시대, 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동료에게 보내는 편안한 시선을요.
상처주기 싫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예 주변은 쳐다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럴땐 마치 내가 투명인간이 된 것같았어요. 뭔가 그분도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배가 이만큼 나온 제가 바로 곁에 손잡이를 잡고 서있는데도 한번도 옆을 쳐다보지 않던 사람들.
기분나쁘게 쳐다본다는 이유만으로 해코지당하기도 하는 무서운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내 주위를, 혹시 도움이나 배려가 필요한 사람이 없는지 돌아보는 관심이 세상을 조금 더 살만하게 만들 것입니다.
 
귀찮지만 감수해야할 일도 많아집니다.
소화가 잘 안되니 체할까봐 음식도 천천히 먹어야하구요, 변비나 치질이 쉽게 생기니 하루에 한두번씩은 꼭 따뜻한 물로 좌욕도 해주어야합니다.
몸이 무거워질수록 마음으로 힘을 내어 작지만 중요한 일상의 규칙들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이 밖에도 가지고 있던 옷중에는 맞는 옷이 거의 없다는 것(이것도 참 신기했어요, 꽤 품이 넉넉해보이는 옷들도 임산부에게는 안맞는다는거~^^),
길을 걷다보면 뭔가 배(? 아가^^)를 위협할만한 위험한 것들이 의외로 길 곳곳에, 그리고 사람들의 움직임중에 참 많다는 것 등등
예비엄마가 되고 나서 새로 알고 느끼게 된 것들이 많습니다.
아무리 좁은 길이라도 버스정류장마다 벤치는 꼭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도 중간중간에도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구요.
길을 걸으며 흡연은 되도록 안해주심 좋겠고요...걸으며 손가락으로 탁 튀겨 담배불을 끄는 행위는 정말 공포스러웠어요-^^;;  
저상버스의 좌석이 참 안전하고 잡기 편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도 처음 실감했습니다. 타고 내릴때 불안하지 않은 이 저상버스가 좀더 많이, 자주 다녔으면 좋겠어요.
노약자좌석이 아닌 곳에서도 새댁에게 자리를 양보해주셨던 많은 분들, 참 감사했습니다. 꾸벅~^^
나중에 새댁도 꼭 잘 양보해드릴께요.

특별했던 임산부 체험이 끝나고... 이제 곧 새댁도 다음 단계, 그러니까 젖먹이아이를 데리고 길을 나섰을때의 초특급 버라이어티 리얼체험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겠지요.
참.. 또 어떤 경험들이 기다릴지.. 기대반 걱정반입니다.
아마 그때는 십중팔구 '그래도 배속에 넣고 다닐때가 편했다'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그래도 내 몸 하나 움직이는 것이니까요. ^^;;

보너스같은 하루하루들을 무사히 잘 보내고, 똑순이와 만나야겠습니다.
똑순아, 네 덕분에 엄마가 새로운 경험과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구나. 고맙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5. 1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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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순이의 출산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요즘은 매일 한가지씩 똑순이를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며칠전에는 똑순이 기저귀 스무장과 손수건 스무장, 그리고 배냇저고리 3벌을 빨아 다림질해두었습니다.
처음 하는 똑순이 빨래인지라 세탁기 청소하는데 하루, 기저귀 10장씩 빨아 말리는데 이틀 해서 도합 삼일이나 걸렸어요.
마른 기저귀는 소독도 할겸 다림질을 해서 개어두었는데 기저귀 다림질이 만만한 일이 아니어서
하루에 10장씩 다리다보니 손목이 약간 아플 정도였습니다.

똑순이가 태어나서 이 기저귀에 똥도 싸고 오줌도 싸면 그때부턴 삶아서 빨고.. 대신 다림질은 안할 심산입니다.
삶거나, 햇볕 쨍하고 바람 잘 통하는 데서 짱짱하게 말려주면
따로 다림질하지 않아도 살균이 잘 된다고 하더라구요.

똑순이의 기저귀와 손수건, 배냇저고리들을 다리다보니 정말로 이 아이와 만날 날이 멀지 않았구나... 실감하게 됩니다.
기저귀를 갤때는 참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른들도 옷이나 이불 어디가 몸에 끼거나 잘못 접혀져 있으면 참 불편하잖아요.
아직 말도 못하고 제 힘으로 해결할 수도 없는 이 아이가 기저귀 어디가 불편하면 얼마나 괴로울까.. 생각하니
옛날 어른들처럼 방망이로 다듬이질이라도 해서 보드랍고 구김살없게 펴놓고 싶더군요.

다리미의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배냇저고리를 볼에 대어보기도 하고,
가제손수건을 개며 어린시절 이 손수건을 가슴팍에 달고 유치원에 가던 날들을 떠올려 보기도 했습니다.

문득 이 아이가 태어나서 자라는 과정은
나도 다시 한번 유년부터 성년까지 인생을 되돌려 살아보는 것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30대와 40대, 그리고 50대라는 중년의 내 인생도 살면서
또 한번 태어나고, 자라고, 친구를 사귀고, 유치원을 가고..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보겠구나..
인생을 두 배로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니
새삼 이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지금은 내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갓난쟁이와 아주 어린 시절도 이 아이 덕분에 다시 겪어보게 될테고
그때 나를 키우시던 젊은 날의 엄마아빠는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생각할 수도 있게 될 것입니다.

고맙다. 똑순아.
네가 나를 찾아와준 것만으로도 정말 고마워.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
새로운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역시 '만남'인 것 같습니다.
어떤 만남은 삶을 정체시키거나 퇴보시키기도 하겠지만, 좋은 만남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것입니다.  
사람들과 세상과 더 열심히 더 깊게 만나야겠다.. 생각하게 됩니다.

부부의 탄생, 아이의 탄생.. '가족'의 탄생이란 것도 모두의 '성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그라운드가 펼쳐지는 것 같은게 아닐까요.
그 시공간을 통해 모두 어느만큼,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갈지.. 사실 두렵기도 하지만 흥미롭기도 합니다.
똑순이는 자라고, 저와 철은 늙어갈 것이나..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해 성장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4. 2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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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순이 엄마와 아빠- 새댁과 신랑- 도 드디어 '출산준비'에 돌입했습니다.
마침 홀트아동복지회에서 하는 '바자회'가 있어 신랑이 바자회장에서 아가의 필수품들을 '싸게' 한아름 준비해왔습니다. ^^

역시 정보가 중요하더라구요...
아이 둘을 키우고계신 신랑의 회사 선배님께서 바자회 소식을 알려주시고, 신랑을 데리고가서 직접 이것저것 골라주셨습니다.
좋은 물건들을 좋은 취지에서 싸게 파는 바자회인지라
구름같이 몰려든 사람들을 헤치고 인기품목들을 사오기 쉽지 않은데
경험많은 고마운 선배님 덕분에 유용한 물품들을 많이 장만했습니다.  

출산용품 장만과 함께 청소, 집안정리, 언제든 병원에 갈 수 있도록 가방 미리 싸놓기 등등... 이제 앞으로 차근차근 준비할 것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우선 산후조리를 어떻게 할건지 생각해서 계획을 세워놓는 것이 젤 중요한 일이었어요.
새댁은 퇴원한 뒤에는 집에서 산후조리를 할 계획입니다.
지방에 계신 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님이 일주일 정도씩 오셔서 뒷바라지를 해주시고,
그 뒤 2주는 구청에서 지원하는 '산모/신생아 도우미 서비스'를 받기로 했어요.

산모/신생아 도우미 서비스는 일전에 한 선배가 받았다는 얘길 듣고 새댁도 일찍부터 구청 보건소를 통해 알아본 제도입니다.
새댁이 살고 있는 은평구에서는 가구수(태어날 아기까지 포함해서)와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평균소득 65%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이 '사회복지서비스'의 수급대상자가 됩니다.
맞벌이부부가 아닌 많은 젊은 부부들이 해당될 것 같아요.
구청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를 것 같긴 한데 잘 알아보고 꼭 활용할만한 사회복지서비스입니다.
(수급기준이 더 확대되어서 모든 산모가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요!!)

새댁처럼 시가나 친정이 모두 멀고, 자기가 다니던 병원에서 출산한후 자기집에서 조리하려는 산모에게
2주(12일, 월~토, 아침9시~6시, 토요일은 오후2시까지)동안 경험많은 도우미 분으로부터
신생아 돌보기와 식사, 빨래, 청소  등 집안살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출산 2달 전부터 신청이 가능하구요, 출산 30일 이내에 서비스 수급을 시작하면 됩니다.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시거나 시가/친정이 가까이 있어 도움받는 분들도 같이 병행해서 받으면 좋을 듯 해요.

이번에 신청하면서 보니 구청 보건소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모유수유 교육/ 출산준비 교육/ 산모 체조/ 아기 마사지 등 교육 프로그램도 많구요,
또 구청과 연계하에 '산모/신생아 도우미' 사업을 직접 담당하는 단체들(도우미 분들의 교육과 파견을 책임집니다)에서도
임신/출산/육아와 관련된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많이 개설해놨더라구요.
새댁은 다니는 병원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주로 신청해 듣고 있지만
미리 알았으면 교육장 위치, 비용 등을 감안해본 뒤 괜찮으면 그런 사회복지단체의 프로그램을 들어도 좋았겠다 싶습니다.  

혹시 필요하신 분들이 있을까봐 이번에 알게된 산모/신생아 도우미 서비스와 관련 교육을 하는 단체 몇 군데를 적어놓을께요~

1.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 서울지부 (아가마지) (비영리)
2. (사)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연합 (비영리)
3. 서울YWCA (비영리)
4.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 (비영리)
5. 맘밀크 산모도우미 (민간)

인터넷 싸이트를 찾아가서 프로그램 등을 보시면 됩니다. 구청/보건소 홈피도 종종 들러 새정보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구요~

임신을 하고 보니 평소에는 나와 큰 관련이 없는 것만 같던 사회복지제도와 각종 시설, 프로그램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공공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 '안전망'이 되어주는지도요.
장애아를 키우는 어느 분은 우리 사회가 장애아동들의 초기 교육에 전혀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때 사회적으로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게 만들고 있다고 얘기하시더라구요.
장애아들이 필요한 교육을 충분히 받고 자라, 사회의 소중한 한 구성원으로 사회에 기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단순한 돈만이 아니라, '행복'이란 지수로 볼 때도 사회 전체에 훨씬 +가 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작은 비용' 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삶의 힘든 고비를 넘을 수 있게 도와주고,
우리 사회를 보다 더 살맛하는 좋은 사회로 만들어주어 결과적으로는 '큰 비용' 들을 줄여줄 것입니다.
더 많은, 더 따뜻한 사회복지, 공공서비스가 실현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무상의료, 무상교육!
꿈같은 얘기같지만 영화 '식코'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미 많은 국가들이 의료서비스를 공공화했습니다.
그러나 이 정부는 그마나 있는 공공서비스들도 민영화하고,
의료시장도 개방하고, 의료보험의 당연지정제도 폐지한다 하니 정말 걱정입니다. 의료서비스가 얼마나 비싸지겠어요!

똑순이가 태어나 살아갈 세상이
'65%'에 해당하는 우리 가족에게도 과연 '건강하고 안전한 삶'이 보장될 수 있는 사회일지..
무수한 사람들을 불행으로 내몰면서 '행복한 소수'에 들기위해 경쟁하는 사회가 아니라
모두가 같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에서 우리 아이가 자랄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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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