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9.07.28 삼랑진 여행 3
  2. 2019.07.27 삼랑진 여행 1
  3. 2019.07.24 삼랑진 여행 2 2
  4. 2019.07.23 상일역 가로수
  5. 2019.07.12 첫 프리마켓
  6. 2019.07.10 할머니집 가는 길
  7. 2019.07.09 여름밤
여행하는 나무들2019. 7. 28. 12:36



5월에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두 달이나 묵혀서야 썼다.
어떻게 써야할까.. 고민도 조금 했고, 생활에 쫒겨 시간을 못 내기도 했다.
짧은 글들은 간간히 썼지만 내 나름대로 좀 정리를 해가며 길게 쓰고싶은 이 여행기는 시작이 쉽지 않았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며 살아간다.
하루하루는 어렵게, 때론 수월하게 버티고 애써가며 그저그렇게 지나가는 것 같은데
그 시간들을 모아서 몇 년, 몇 십년의 단위로 묶어놓고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자신을 이루어왔는지가 보인다.
작은 조각들이 모여 큰 그림을 이루는 모자이크 처럼.
그리고 그 그림은 계속 그려진다.
바로 오늘도.

엄마 주위에 우리가 모두 모여 동화사에서 사진을 찍은 그 날에
나는 엄마의 인생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엄마라는 사람을 이루는 중요한 한 조각을 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삼랑진을 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목수였던 젊은 외할아버지와 책읽기를 좋아하셨던 외증조할머니,
장에 왔다가 무시로 들리시는 친지와 이웃 할머니들을 위해
큰 냄비에 수제비나 죽을 끓이다 한명 더 오면 물 한바가지 더 부으며
“점심 자시고 가시소~”하던 외할머니의 젊은 날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손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이나 잘 하시고
책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잘 하시는 울 엄마가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어떻게 자란 것인지 조금 더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엄마는 씩씩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과 함께 자신이 자란 곳에서 멀리 떠나와
가족들과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강릉이라는 낯선 곳에서 우리들을 키우며 보여준 엄마의 여러 모습들을 생각할때
엄마가 만들어온 엄마 자신의 그림은 씩씩한 사람인 것 같다.
작은 몸에 깃든 씩씩한 마음.





어쩌면 우리는 모두 나무일지도 모른다.
각자의 이야기라는 가지를 넓게 펼쳐가며 오늘도 아주 조금씩 자라고 있을 것이다.

엄마의 언니인 서울 이모께서 “아고~ 나도 삼랑진에 한번 가보고싶다!”고 하셨다는 얘기를 여행하며 많이 들었다.
다음에는 큰이모도 함께, 강릉 언니도 함께, 외삼촌들도 함께 삼랑진 골목을 또 걸어봐도 좋겠다.
우리가 나무라면
가끔은 자기가 출발했던 곳, 자기 뿌리를 한번 돌아보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그리고 또 오늘의 가지를 뻗어가는 것이다.











우리 품에 깃든 고운 생명들을 보듬어가며.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9. 7. 27. 14:14





날이 좋았던 지난 5월,
엄마아빠를 모시고 오빠네 가족과 함께 삼랑진 여행을 다녀왔다.

삼랑진은 엄마의 고향이다.
1948년 삼랑진에서 태어난 엄마는 스물일곱살이던 1974년에 아빠와 결혼해 강릉으로 시집오실때까지 삼랑진에서 살았다.

엄마가 결혼하고 얼마후에 외할머니와 외삼촌들은 모두 대구로 이사를 하셨다.
그래서 삼랑진은 엄마의 유년시절과 처녀시절의 추억이 많이 깃든 곳이지만
찾아가보기는 어려운 곳이 되었다.

강릉에서 대구 외가까지도 먼 길이거니와
외할아버지 제사같은 가족 행사나 우리들의 외가나들이로 대구에 한번 간다고 해도
꽤 멀리 떨어진 삼랑진까지 일부러 가게는 잘 안되어서
엄마는 결혼후로 삼랑진에 한번도 못 가보셨다.

우리는 삼랑진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엄마의 옛날 이야기를 좋아했던 우리들은
삼랑진 역 근처 읍내에서 종묘상을 하셨던 외할아버지 이야기,
엄마의 동네 친구들 집에 가서 만화책 보며 놀던 이야기,
아직 어렸던 막내 외삼촌이 업어달라고 조르면
“요기까지 오면 업어주지~”하고 골목길에서 놀려주던 엄마의 어린시절 이야기가 참 재미있었다.

삼랑진 극장에 걸리곤 했던 옛날 영화들을 같이 구경하고,
처녀시절 엄마가 편물 일을 하던 방으로
모여들던 동네 친구들 이야기며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야했던 동상이 고모 집에 사는 호야라는 사촌 오빠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속에 삼랑진은 한번도 가보지는 못했지만 무척 친근하고 가보고싶은 곳이 되었던 것이다.







바빴던 날들이 지나고 지나
엄마는 46년만에 다시 삼랑진에 도착하셨다.
김해에 사시는 막내 이모와 이모부가 오셔서 엄마의 삼랑진 여행에 동행해주셨다.

먼길을 차로 달려와 지친 아이들과 아빠는 삼랑진 트윈터널을 구경하며 좀 쉬고 계시기로 하고
엄마와 오빠, 나만 삼랑진 읍내로 가서
이모와 이모부를 만났다.

엄마가 처음 살았던 집, 그리고 나중에 좀더 커서 처녀때까지 살았던 집터들을
이제는 많이 달라진 거리에서도 다행히 방향을 찾아 가볼 수 있었다.
옛 집들은 헐리고 그 자리에 이제는 큰 건물과 창고 등이 서 있었지만
그래도 엄마에게는 그 공간들에 깃들어있는 어린날의 추억들이 한꺼번에 떠오르시지 않았을까.

엄마와 이모, 삼촌들이 모두 다녔던 삼랑진 초등학교도 찾아가보았다.
학교는 그대로 그 자리에 서있고,
운동장 조회대 옆의 나무는 큰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있었다.
60년 넘는 시간을 지킨 나무.







아침에 원주터미널에서 만나 우리차를 함께 타고 삼랑진까지 오는 동안
엄마는 삼랑진에 살던 시절의 추억들을 여럿 더 이야기해 주셨는데
그중에는 내가 처음 듣는 이야기도 많았다.
젊었을때 외할아버지가 목수 일을 하셨다는 이야기며
책읽기를 좋아하셨던 자그마하고 예쁜 엄마의 할머니 이야기도 그랬다.
엄마의 할머니시니 내게는 외증조할머니가 되시는 할머니는
본래 유복한 집에서 자라셔서 글을 배웠고 책을 좋아하셨다고 했다.
가끔 친척이나 이웃 할머니들이 모이시면 할머니가 읽어주는 옛소설(흥부전이나 심청전 같은 이야기가 아니었을까?)들을 재미나게 듣곤 하셨단다.
할머니가 가끔 시골에 있는 큰 기와집인 친정에 가실때면 엄마를 꼭 데리고 가셨는데
며칠 동안 할머니의 동생이 살고있는 시골 집에서 재미나게 지내고 오곤 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9. 7. 24. 10:46



​​





엄마에게 삼랑진은 그 분들과 함께 한 공간이었다.
어디를 간다는 것은 그 곳에 살았던 사람들, 그곳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을 떠올리고 그 추억을, 흔적을 찾아보는 시간이 된다.
엄마의 어린 시절 이웃들, 친구들은 지금은 거의 모두 삼랑진을 떠났다.
외할머니와 삼촌들은 대구와 울산에 계시고 이모는 김해에, 친구들은 전국 각지에..
엄마가 찾아볼만한 이웃 아주머니 한분 댁을 이모와 여러번 골목을 오고간 끝에 겨우 찾을 수 있었다.







50년 가까운 시간을 건너 엄마는 할머니를 알아보았고, 할머니도 엄마와 이모를 알아보셨다.
모두 잘 지내고 있으니 고맙다고, 이렇게 보니 참 좋다고, 앞으로도 건강히 잘 지내라고 서로서로 손을 잡아주고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엄마는 다음날 대구 외할머니를 만나 이 아주머니를 만난 이야기를 하고
외할머니는 젊은 시절 삼랑진에 함께 살았던 친지들과 이웃들의 근황을 아는대로 엄마에게 이야기해주셨다.
두 분이 한참 이야기나누는 것을 들으며
우리들의 삶은 시간과 공간을 함께 누렸던 사람들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머니와 헤어져 우리는 오일장이 서 있는 삼랑진 읍내를 걸었다.
오십년 전에 큰이모가 결혼식을 올렸던 삼랑진 극장이 지금은 사우나 있는 쇼핑상가로 변해있었다.
이모는 삼랑진 장에서 딸기를 두바구니 사서 각자의 손주들에게 먹이자며 한바구니씩 나누셨다.
자매는 각자의 손주들에게 주는 어린이날 용돈 봉투도 사이좋게 주고받았다.






오십년 전 이 길을 걸을때 소녀이고 처녀였을 이모와 엄마의 뒷모습.
저 방향에는 누구네 집이, 저쪽 들판에는 어디로 가는 길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재미나게 나누는 두분을 보며
이 공간에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라도
나도 두 분과 함께 있어보았다는 사실이 고맙고 좋았다.

엄마와 이모는 어떠셨을까.
오십년 세월이 잠깐인 것 같으셨을까.








삼랑진 여행을 마치고 삼랑진 트윈터널에서 놀며 우리를 기다렸던 아이들과 아빠를 만나 숙소로 왔다.
대구 팔공산 근처에 있는 느티나무펜션이란 독채펜션을 빌렸는데
어른들도, 아이들도 아주 편안하게 잘 쉴 수 있었다.
아침밥도 펜션에 붙어있는 느티나무식당에서 주인아주머니가 정성껏 차려주신 백반을 맛있게 잘 먹었다.


아침 먹고는 팔동산 동화사를 한바퀴 천천히 돌아보고
대구 외할머니 댁으로 가서
할머니와 큰 외삼촌, 막내 외삼촌 부부를 만나
점심을 함께 먹고 다시 원주로 향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9. 7. 23. 14:46




오랫동안 이 나무들을 지나다녔다.
강일동에 이사와서부터니까 8년이 지나 9년쯤 되나부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며 쳐다보기도 했고
그 아래 그늘을 고마워하며 걷기도 했다.
언제나 아름답고 풍성했다.

안녕
30년도 넘게 이 자리를 지키며 함께 해준 나무들.

넓은 길이 필요해서 오래된 가로수들을 자른다.
계속 되는 확장, 터전을 잃는 생명들.
그렇게 마련된 사람들의 마을에 나도 살고있으면서도

꼭 그래야만할까?
꼭 그게 더 좋은 것일까?

잘려진 나무들을 보며 묻게 된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9. 7. 12. 20:09

연수가 반에서 벼룩시장을 한다며
엄마가 쓴 캘리그라피 엽서를 팔고싶다고, 좀 써주면 안되냐고 부탁해왔다.

그럴까? 알았어~ 대답하고
며칠이 흘러서 오늘이 벼룩시장인데 어제밤에야 부랴부랴 썼다.

요즘 아이들은 무슨 말을 좋아할까?
아이돌 가수의 히트곡 가사를 써볼까~?
궁리만 하다가 캘리수업시간에 선생님 글씨보고 따라써본 글귀 중에 몇개 골랐다.
간단한걸로~^^





그림은 아이들 잠든뒤에 간단하게 그려넣었다.
이거 쓴다고 저녁에 붓펜과 물감들을 꺼내놨더니
연제가 태권도 다녀와서 물감 그림을 어찌나 많이 그리던지.. 고만 씻고 자자고 말려도 듣지않아 애먹었다.

셋 다 잠들고 조용해진뒤에 겨우 마무리.

쉽지않았지만 누군가(연수 친구들 ㅎㅎ)에게 팔려고 내놓는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 설레고 재밌고 긴장도 되었다.

나의 첫 프리마켓은 연수 친구가 500원주고 색깔글씨로 쓴 것 1장을 사가고
두 장은 연수가 슬러시도 같이 팔면서 음료수가 튀어 물감이 번지는 바람에
제 돈내고 연수가 사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ㅎㅎㅎ

다음에는 좀더 잘 써서 어디 앉아 팔아봐야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책/똑순이 책2019. 7. 10. 13:59




연제가 좋아하는 그림책.

아이가 대답하고 혼잣말하는 짧은 문장들로만
구성된 조금은 독특한 책이다.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동시들을 그림책으로 만든 책들이 많은데
그 중의 하나.

연제가 이 아이의 대사와 행동들을 따라하는 놀이를 생각해내서
가끔 둘이 있을때 재미있게 한다.

오늘 아침 형들 등교길 배웅하고 오는 길에
잘 안가보던 아파트 한끝의 오솔길(?)을 산책했는데
“엄마! 우리 <할머니 집 가는 길> 놀이하자~!”하더니
나보고 길이 끝나는 곳에 가있으라고 했다.

룰룰루 걸어서 오솔길 끝나는 곳에 있는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 놀이에서 내 역할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연제는 길의 이쪽 저쪽을 다니며 대사를 하고
나(할머니)에게 줄 선물들을 준비하면서 내게로 온다.
엄마로서는 지극히 편안한 놀이~^^

드디어 할머니 집을 찾은 아이를 안아주고
가상의 ‘초콜릿 케이크’를 대접하는데
연제가 “쵸콜릿 케잌은 이렇게 하면 되지~” 하며
돌과 나뭇잎들을 찾아와 케잌을 만들었다.





문득 연수가 어리던 시절에,
연호연제도 아기였을때
우리가 이렇게 참 많이 놀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많이 못했다.
연제에게 그림책을 많이 못읽어줬다는 반성을 하며 조금씩 짬을 내 같이 그림책을 읽고있었다.
형들과 자라며 덩달아 너무 일찍 큰아이처럼 되어버린
연제에게 어린 날의 놀이들, 제 나이에 맞는 어린 마음도 자리잡길!








Posted by 연신내새댁
하루2019. 7. 9. 22:35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놀이터 벤치에 앉아
가로등 아래 빛나는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생각했다.

여자들은 아름답고
아이들은 펄쩍펄쩍 뛰고
남자들은 한가로운 세상

내가 바라는 세상은 이런 세상이라고..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