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08. 5. 1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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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순이의 출산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요즘은 매일 한가지씩 똑순이를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며칠전에는 똑순이 기저귀 스무장과 손수건 스무장, 그리고 배냇저고리 3벌을 빨아 다림질해두었습니다.
처음 하는 똑순이 빨래인지라 세탁기 청소하는데 하루, 기저귀 10장씩 빨아 말리는데 이틀 해서 도합 삼일이나 걸렸어요.
마른 기저귀는 소독도 할겸 다림질을 해서 개어두었는데 기저귀 다림질이 만만한 일이 아니어서
하루에 10장씩 다리다보니 손목이 약간 아플 정도였습니다.

똑순이가 태어나서 이 기저귀에 똥도 싸고 오줌도 싸면 그때부턴 삶아서 빨고.. 대신 다림질은 안할 심산입니다.
삶거나, 햇볕 쨍하고 바람 잘 통하는 데서 짱짱하게 말려주면
따로 다림질하지 않아도 살균이 잘 된다고 하더라구요.

똑순이의 기저귀와 손수건, 배냇저고리들을 다리다보니 정말로 이 아이와 만날 날이 멀지 않았구나... 실감하게 됩니다.
기저귀를 갤때는 참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른들도 옷이나 이불 어디가 몸에 끼거나 잘못 접혀져 있으면 참 불편하잖아요.
아직 말도 못하고 제 힘으로 해결할 수도 없는 이 아이가 기저귀 어디가 불편하면 얼마나 괴로울까.. 생각하니
옛날 어른들처럼 방망이로 다듬이질이라도 해서 보드랍고 구김살없게 펴놓고 싶더군요.

다리미의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배냇저고리를 볼에 대어보기도 하고,
가제손수건을 개며 어린시절 이 손수건을 가슴팍에 달고 유치원에 가던 날들을 떠올려 보기도 했습니다.

문득 이 아이가 태어나서 자라는 과정은
나도 다시 한번 유년부터 성년까지 인생을 되돌려 살아보는 것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30대와 40대, 그리고 50대라는 중년의 내 인생도 살면서
또 한번 태어나고, 자라고, 친구를 사귀고, 유치원을 가고..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보겠구나..
인생을 두 배로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니
새삼 이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지금은 내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갓난쟁이와 아주 어린 시절도 이 아이 덕분에 다시 겪어보게 될테고
그때 나를 키우시던 젊은 날의 엄마아빠는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생각할 수도 있게 될 것입니다.

고맙다. 똑순아.
네가 나를 찾아와준 것만으로도 정말 고마워.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
새로운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역시 '만남'인 것 같습니다.
어떤 만남은 삶을 정체시키거나 퇴보시키기도 하겠지만, 좋은 만남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것입니다.  
사람들과 세상과 더 열심히 더 깊게 만나야겠다.. 생각하게 됩니다.

부부의 탄생, 아이의 탄생.. '가족'의 탄생이란 것도 모두의 '성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그라운드가 펼쳐지는 것 같은게 아닐까요.
그 시공간을 통해 모두 어느만큼,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갈지.. 사실 두렵기도 하지만 흥미롭기도 합니다.
똑순이는 자라고, 저와 철은 늙어갈 것이나..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해 성장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신혼일기2008. 5. 1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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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택배가 왔다.
스티로폴 박스 안에 층층히 들어앉은, 꽁꽁 잘도 싸매놓은 봉지봉지를 하나씩 열때마다
달랑무김치, 얼린 나물, 얼린 떡, 마른반찬이 자꾸자꾸 튀어나온다.
보물상자가 따로 없다.

며칠전에 울 엄마 전화로 말씀하시길-
"달랑무김치(총각김치를 우리동네에서 이렇게 부른다^^;) 안 먹고싶나? 김장김치만 먹으면 맛이 없을긴데... 아 낳고나면 이가 상해서 달랑무김치 같은건 한동안 못먹는데이~ 내가 맛있게 담가서 보내줄테니 낳기 전에 많이 먹어래이~"
하시더니 정말로 많이도 보내셨다.

김치냉장고 통에 넣고보니 큰통으로 반통도 훨씬 넘는다. 손도 크시지.. 우리 엄마.
이제 출산이 한달도 채 안남았는데 매일매일 달랑무김치만 먹어도 하루에 몇개 못먹는데... 언제 다먹나.
공시랑거리며 김치통에 옮겨담는데 문득 알싸한 김치양념 냄새가 엄마 냄새 같아서 코끝이 찡해졌다.
언제나 맨손으로 그 매운 양념 다 버무리며 대식구 입에 넣어줄 김치를 산더미같이 담그곤 하시던 엄마.
발갛게 양념물이 밴 투박하고 작은 엄마의 그 손 덕분에
오늘까지 우리 형제들, 우리 가족들 행복하게 밥숟갈 부지런히 입안에 떠넣으며 건강하게 살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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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이 가까워오니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
살아오는 내내 엄마 도움 안받고 지냈던 순간이 없지만, 요즘처럼 엄마에게 많이 의지하고 의논하며 지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고보면 잘난 딸, 대학다니고 일 한다고 바빴던 20대에는 엄마랑 뭔갈 공유한 적이 거의 없었다.
요즘 어떻게 사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제대로 얘기한 적도 거의 없고, 엄마의 삶에 관심을 가진 적은 더욱 없었던 것 같다.
중고등학교때라고 크게 달랐을까..

그런데 엄마는 늘 내게 뭔가를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셨다.
참 이상하지.. 자식들은 부모와 자신의 삶을 공유하는데 그토록 인색한데
부모님들은 어쩜 그렇게 끊임없이 나눠주고 보듬고 살펴주시는지. 자신의 온 삶을 통털어서.

나도 이제 곧 그 불가사의한 '엄마'의 세계에 진입하게 된다.
준비가 잘 되어있어서가 아니라 눈앞에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에
나도 엄마처럼 어떻게든 내 아이를 먹이고 보살피고, 최선을 다해 키워낼 것이다.
그리고 나도 엄마처럼 자그마하게 늙어가겠지.
내가 아주 늙은 뒤에도 우리 엄마가 계속 나보다 좀더 늙은채로 살아계셔서
나중에는 내가 엄마에게 "이 더 약해지기 전에 달랑무김치 많이 드셔~"하면서 김치도 담궈드리고
둘이 같이 어디 여행도 가고 재밌는 영화 구경도 다니면서
그렇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어버이날 즈음에 신랑의 동료분들이 집들이선물로 꽃다발을 사다주셨었는데 가만보니 거기 카네이션이 들어있었다.
예비엄마, 처음으로 카네이션을 받아본 것이다.
멀리 고향의 엄마아빠께는 전화밖에 못드렸는데.. 이 꽃, 마음으로나마 고향 부모님께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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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