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08. 5. 2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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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체조교실에 나가보면 임신 막바지에 이른 예비 엄마들은 표정이 조금 다릅니다.
뭔가 더 '자연'스럽다고 할까요, 순종적이라고 할까요..
본능과 자연의 섭리속에 보통 사람들보다 더 깊이 들어가 있는 사람의 느낌.

눈매와 눈빛에도 사뭇 경건하면서 따뜻한 어떤 기운이 어리는 것 같습니다.
어린시절 고향집 외양간에 매여있던 송아지의 큰 눈 같기도 하고,
한때 아버지가 뒷산에 목장을 만들어 키우셨던 꽃사슴들의 눈망울같기도 한
크고 선한 눈동자, 부드러운 눈매.

출산이 다가오니 사람도 이 지구상에 살아가는 수많은 동물 중의 하나이며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거의 처음으로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어머니들의 몸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몸에 맡기세요. 몸이 하는 일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신랑과 함께 들었던 출산준비교실에서 의사선생님이 강조한 말씀입니다.
최대한 긴장을 풀고 몸을 이완시켜서 엄마 몸과 아기의 자연스러운 운동(? 세상에 나오려는, 아가 생애 최초의 한판승부^^;)의 흐름을 타야한다는 것입니다.
제 힘으로 혼자 출산하고 그 뒷마무리까지 다 하고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동물 어미들의 능력이 새삼 존경스러워지는 대목입니다.

4회에 걸쳐 진행된 출산준비교실에서는 두 번정도 분만과정 전체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여줬는데
마지막 출산 장면에서는 새댁을 포함해 거의 모든 임산부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곧 다가올 자신들의 일이라 쉽게 감정이 동해지기도 하고, 약간은 겁도 나고..
무엇보다 그 힘든 진통을 이기고 무사히 아기를 낳은 뒤 
막 태어난 아이를 품에 안고 행복해하는 엄마의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새댁도 저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쳐올라 눈물을 참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낳은 아이들인데...
이토록 소중한 생명들인데..
비디오들이 대부분 외국에서 촬영된 것이라 그랬겠지만
엉뚱하게도 새댁은 그 순간 이라크 전쟁에서 전사한 미국의 젊은 병사들 생각이 났습니다.
흑인 엄마도, 백인 엄마도, 뚱뚱한 엄마도, 갸날픈 엄마도
모두다 너무나 힘든 과정을 거쳐 자기 아이를 낳고, 태어난 아이를 가슴과 배위에 올려놓고
소중하고 고마워 어쩔줄 몰라합니다. 울고 뽀뽀하고 안아주고..
그렇게 어렵게 태어난 아이들이 자라 다른 이에게 총을 겨누고, 다른 이들의 보금자리를 파괴하고
그 자신도 침략전쟁의 희생양이 되어버린다면...
그 어머니의 절망은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새댁도 이제는 짐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얼마전 TV에서는 굶주리고 있는 이북 아이들을 촬영한 화면이 나왔는데
새댁은 처음으로 마음 한구석이 따끔해지는 통증을 느꼈습니다.
영양실조와 기아로 신음하는 세계 곳곳 아이들의 모습을 하루이틀 보아온 것이 아니고
볼 때마다 마음 아프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실제 몸으로 통증을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내 아이가 저렇게 굶어서 퀭한 눈과 마른 몸이 되어버린다면.. 멀건 죽 한그릇밖에 겨우 먹을 수없다면...
그 어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질듯 아플까.
새댁은 처음으로 그 어머니의 고통을 백 분의 일, 천 분의 일만큼은 같이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언제든지, 무엇에든지.. 그것이 세상에 태어나 자라가며 인간이 겪는 고통이라면
어떤 것이든지 예리하게 느낄 수 있는 가슴을 가지게 되는 과정은 아닐까...
이런저런 단상이 많아지는 요즘-출산전야- 입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