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동네.세상2009.06.11 15:54

며칠 찌푸렸던 하늘이 청명하게 개었습니다.
이제야 6월 같습니다.

6월은 장미꽃이 절정이었다가 사그러드는 계절,
따가운 초여름 햇살이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투명하게 내리쪼이는 달입니다.
그리고 6월은 항쟁의 달입니다.
민주주의를 향한, 인간다운 삶을 향한 노동자, 시민들의 항쟁의 달.

북한산이 건너다보이는 우리 마을은 이렇게 조용한데
세상은 올해 6월에도 어김없이 전쟁중입니다. 
우리집에도 아침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한 두 개의 세상이 들어옵니다.

오늘 아침 경향신문 헤드라인에는 아주 굵은 글씨로 <22년만에 터진 "민주주의" 요구>라고 쓰여있었습니다.
두번째 기사 제목은 <"위법.폭력 행사로 민주주의 왜곡" 李대통령 기념사 '책임전가' 논란>이고,
1면 마지막 기사인 세번째 기사는 <공정택, 항소심도 당선무효형>이란 반가운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공짜로 들어오고 있는(얼른 넣지 마시라고 해야지.. 건강에 무척 해로워요ㅜ) 조선일보의 1면 헤드라인은
<'시위'가 '시민'을 몰아낸 서울광장>입니다.
'예정된 문화행사 대신 구호와 깃발 난무... 무원칙한 당국 대응도 문제'라는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사진 아래에는 '경찰은 이날 광장 주위에 차벽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원칙하다는 것이죠.

같은 사건을 보는 눈이 이렇게 다릅니다. 
하는 얘기는 하늘과 땅 차이고요. 
무엇이 옳은가. 어느 쪽에 설 것인가. 
곰곰히 살펴보고 작은 내 한 걸음이지만, 옳은 쪽에 보태야 겠습니다. 

이제 갓 돌을 지낸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이유로
세상의 치열한 전쟁을 멀리 강건너 불 구경하듯 바라보고 삽니다. 
마음이 불편합니다.
일렁이는 저 불길의 연기는 우리집 하늘위도 뒤덮고 있는데.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바라보는 마음도 착찹하고 슬펐으나 
역시나 멀리서 강물이 소용돌이치며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듯 덤덤하게 지나갔습니다. 
신문 1면도 겨우 읽을까말까한 애기엄마의 바쁜 일상 때문이었다는건 변명이고요,
그 소용돌이에 내 몸을 담그고 싶지 않았다는게 솔직한 심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면 안될 것 같습니다. 
역사는 방관하는 사람들까지도 휩쓸고 지나가는 강물이니까요. 
무심해져선 안됩니다.
민주주의는 우리 가족에게도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과 행복을 주었는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을 들은 우리 시어머니의 첫마디는 "노무현이 우리 애 수배도 풀어줬는데..." 셨습니다. 
그랬어요. 그 시절에 우리는 노무현 정부를 참 많이 비판했지만, 그래도 그것때문에 잡혀갈거란 걱정은 안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말하는 것을 겁내야하는 시절입니다. 슬프고 무섭습니다.
그러나 무서워하면 지는 것 이란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습니다.

"6월 항쟁 계승하여 민주주의 회복하자"
어제 시민들은 6.10항쟁 22주년 기념대회에 모여 이런 구호를 외쳤다고 합니다. 
새댁 생각엔 이 구호가 옳습니다. 저는 여기에 발은 못가도 마음을 보냅니다. 
똑순이가 자라서 물으면 엄마는 이때 이 사람들을 마음깊이 응원했다고 얘기해야겠습니다.
네가 좀더 크면 손을 잡고 광장에 꼭 서겠다고 다짐했노라고 얘기해줘야지.. 그 약속을 꼭 지켜야지. 속으로 다짐합니다.


다시 생각하니.. 민주주의가 충분했던 시절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성장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며, 
지금 그 작은 싹이 싹싹 밟혀 뭉그러지고 있는 것도 분명해보입니다.

아이 손을 잡고 동요처럼 부르고 싶습니다.
새싹을 살려요. 
그 싹이 잎이 무성하고 가지가 큰 나무로 자라
6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우는 이들의 머리위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도록
울울창창한 민주주의의 나무를 키워요.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