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09. 4. 21. 21:29



어제오늘은 비바람 쌩쌩 휘몰아쳐 언제 그랬나 싶지만..
한 며칠 봄나들이 하기에 참 좋았지요. 
생애 첫 봄을 맞은 똑순이도 부지런히 꽃보러 다녔습니다.

새댁과 신랑에게는 부모가 되고 맞는 첫번째 봄입니다.
아기에게 꽃도 보여주고 봄햇살, 봄공기.. 조금이라도 더 느끼게 해주고싶어 부지런히 나서다보니
처녀총각 시절보다 훨씬 바쁜 것 같습니다.
 
내 한몸 씻고, 카메라만 챙겨 가볍게 나서면 되던 그 시절과 달리
아기 옷 갈아입히고, 아기 도시락, 유모차, 수유쿠션에 기저귀가방까지.. 한번 나가려면 이것저것 챙길 것도 많지요~^^
그래도 화창한 날, 아가데리고 나들이가는 엄마아빠 마음은 무척 행복합니다.





화사한 벚꽃그늘 아래로 우리집 두 꽃남이 걸어옵니다~
여기는 우리 동네 불광천변. ^^ 지지난 주말 사진이네요~







봄볕이 환합니다. 주말 내내 해를 많이 봐서 똑순이 하얀 얼굴이 살짝 탔습니다.
조그맣고 까만 얼굴로 뽈뽈 기어다니는 녀석을 보니 며칠새 더 단단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와~~ 오리다, 오리!"
불광천을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오리 부부(?)를 만났습니다. 엄마 혼자 신나하고, 똑순이는 의연히 딴데만 봤데요~^^






신랑이 찍은 벚꽃입니다.
피어있는 모습도, 바람불면 꽃비로 떨어져내리는 모습도 참 예쁜 꽃이지요. 좀 서글프기도 하지만요.. 








천변에 앉은 두 남자, 다정합니다. ^^ 
주중에는 아침에 잠깐밖에 아빠를 못 보는 똑순이, 주말에는 아빠 뒤를 졸졸졸 따라다닙니다. 
물론 제일 많이 따라다니는건 엄마 뒤지만요~~ㅎ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 불광천변도 여유롭습니다.

아.. 맥주 한잔하면 딱 좋겠다.. 신랑의 탄식이 햇살받은 강물처럼 반짝 터져나옵니다.
집에서 조금만 더 가까우면 시원한 저녁에 맥주캔 사들고 슬리퍼끌고 나올텐데..
똑순이 유모차태워 산책도 자주 하고 좋으련만.. 그러기에는 살짝 먼 거리가 아쉽습니다.








오랫만에 신랑 독사진 한번 찍어봤습니다. 많이 삭았습니다. ㅠㅠ
얼마전 똑순이 낳기 전에 찍었던 신랑 사진을 우연히 다시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땐 정말 귀여웠더라구요~^^;
처자식 부양하느라 우리 신랑 넘 고생이 많습니다.








신랑도 오랫만에 새댁 독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똑순이 태어나고 나서는 독사진을 찍어본 기억이 별로 없네요~^^
아.. 많이 늙었습니다. ㅜ
늙는 것은 두렵지 않은데.. 늙어가는 내 얼굴이 밉지 않고, 제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집에서 아기를 키우며 지내다보니
문득 내 이름은 사라지고 '엄마'라는 이름만 남는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우울했습니다.
'**씨'라고 불리며 내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의 엄마'로 내 인생없이 아이의 인생만 같이 살고있는건 아닐까.. 

새댁은 똑순이가 조금 더 큰 뒤에는 뭔가 내 일을 다시 할 생각이지만 
육아에만 전념하고 있는 이 시간도 '내 인생'이 아닌 건 아니겠지요.
육아가 아이와 함께 나 자신도 더 키우고 깊어지게 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의 엄마'로 사는 삶은 내가 없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더 나를 '완성'하는 삶일 것도 같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속에 첫번째 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