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가집'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3.01.04 강릉일기
  2. 2011.07.27 외가집 마당 10
  3. 2011.07.20 강릉집에서 17
  4. 2009.08.09 새댁의 휴가, 똑순이의 여름방학 24
  5. 2008.10.27 똑순이, 고속버스탔어요~ 18
하루2013. 1. 4. 20:28

 

 

강릉에도 눈이 살짝 왔다.

서울이나 다른 지방처럼 많이 온 것은 아니고, 기온도 다른 지역보다는 조금 높다.

영동지방 날씨는 특이한 구석이 많아서 다른 곳이 추울 때 따뜻하고, 다른 곳이 더울 때 서늘하고, 눈도 남들 안올 때 폭설 오곤한다.

 

그래도 여기도 춥다.

'대한이가 소한이 집에 놀러왔다가 얼어죽었다'는 옛말도 있는(^^) 그 소한 추위가 대단하다.

그래도 애들은 밖에서 노는걸 좋아한다.

눈온 날 아침, 연수는 할아버지 따라 눈치운다고 마당에 나서서 작은 삽으로 제 맘껏 길을 낸다.

 


 

 

 

 

잠옷 밑에 패딩 바지 입고, 잠옷 위에 패딩 점퍼 입은 연호도 하삐 옆에서 빗자루질 영차영차~! ^^

 

 

손학규씨가 쓴 '저녁이 있는 삶'이란 책 제목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잠시 패러디하자면 나는 '마당이 있는 삶'이 좋다.

내 생각에 '마당이 있는 삶'은 '할아버지가 있는 삶'이다. '아버지가 있는 삶'이기도 하다.

할머니와 엄마도 마당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시지만 그래도 마당은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존재감이 빛나는 공간이다.

이 곳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일을 배운다.

눈이 오면 마당에 쌓인 눈을 치우고, 집 안팎을 돌아보고, 자동차 세차도 하고, 집에 딸린 텃밭이나 논에서 거둔 곡식들을 손보아 잘 갈무리해두기도 하는 곳.

낙엽이 떨어지면 비질을 하고, 덥수룩하게 자란 집 둘레 나무들의 가지치기를 하는 곳.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칠 수도 있고, 손주들의 발놀림이 그새 얼마나 야무져졌나 가늠하는 재미로 할아버지가 축구공을 던져주시는 곳.

겨울 초입에 아이들과 상주 시댁에 갔을 때는 시골집인 시외가 마당에서 할아버지들이 장작을 패기도 하셨다.

아직 아궁이가 두 군데나 있는 시외가의 겨울 준비를 하기위해 도시에서 온 자식들이 산에 가서 나무를 해오고, 함께 장작을 마련하고, 아궁이에서는 손주들을 위한 고구마가 구워지는 그 풍경이 나는 참 좋았다.

 

아버지들의 노동이 주로 집에서 멀리 떨어진 회사나 공장에서 이루어지고,

집의 형태도 자기 마당이 따로 없는 공동주택이 대다수인 도시의 집에서

고단한 노동을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들은 사실 집에서는 큰 존재감을 갖기가 어렵다.

아이들의 놀이감을 가지고 함께 놀아주는 것도 한두시간이지, 그 이상 노는 것은 힘들기도 하고 또 피곤한 아버지들도 쉬어야하니

집은 그냥 잠을 자고 다시 일을 하러 나가는 공간 이외의 역할을 하기 힘들다.

주말이라도 공원이나 어디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상 집안에서는 잠시 아이들과 장난감을 가지고 함께 놀다가 지치면

아버지가 TV(스마트폰)를 보거나 아니면 아이들을 TV(스마트폰)앞에 앉혀놓고 어른들이 잠시 한숨돌리거나 하는 이상의 활동이 어렵다.

버트란트 러셀이라는 철학자가 <행복의 정복>이라는 책에서 아파트를 두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장소도 없고 어른들이 아이들의 소란을 피할 곳도 없다'고 했다는데

참 적절한 통찰이 아닐 수 없다.

안과 밖이 모두 존재하는 집이 아니라 '안'만 있는 아파트나 공동주택에서는 아이들은 마음껏 놀 수가 없고(층간소음 때문에도 그렇고 집안에 함께 있는 어른들로부터 '조용히 좀 하라'는 말도 거듭 들어야하므로), 어른들은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가 없다.

 

마당에서는 어른들은 일을 하고, 아이들은 놀 수 있다.

그러다가 어느결에 아이들은 어른들의 일을 어깨 너머로 배울 것이다.

함께 조금씩 해볼 수 있을테고, 몸이 커지고 손도 야물어 질 때쯤 되면 생각도 깊어질 것이다.

마당에서의 소란은 하늘과 땅이 그 소음을 흡수해주고 햇살과 바람이 그 빛나는 존재들을 더 빛나게 해주어서인지

아이들이 밖에서 내뿜는 에너지는 집안에서와 달리 어른들을 지치게 하기보다는 어른들에게 빙그레 웃음을 짓게 만드는 힘이 되는 것 같다.

 

나는 마당있는 삶을 꿈꾼다.

아마도 우리 가족에게 마당이 생긴다면 그 마당에서 벌이는 일의 대부분은 주로 내가 하는 일일 것이다.

남편은 아마도 전기 배선이나 수도, 크게 힘써야하는 뭔가를 옮겨놓는 일 정도를 제외하면 아마 거의 마당에서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에 이미 충분히 회사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린 남편이 집에서 또다른 일을 더 하기는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고

본인의 성격이나 취향상 잘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 아마 우리집에서 '마당이 있는 삶'은 '아버지가 있는 삶'이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엄마가 아주 행복한 삶'이기는 할 것이다.

 

나는 마당에서 꽃과 나무를 가꾸고 싶고, 작은 텃밭에다 푸성귀를 심어서 키우고 싶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개나 고양이를 키울 수도 있겠고

작은 수도가를 두고 여름에는 물놀이도 하고

평등한 가사노동에 대한 훌륭한 메세지를 담고있는 그림책 <돼지책>에 나오는 엄마처럼 자동차를 즐겁게 정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겨울에 눈이 오면 아들 셋과 함께 마당에 쌓인 눈을 치우고 여력이 되면(아들 셋이 이렇게 든든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ㅎㅎ) 동네골목에 쌓인 눈까지 같이 치우는 상상을 하며

나는 한참동안 참으로 흐뭇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마당있는 삶이 빠른 시일내에 우리들의 삶속으로 꼭 들어와주었으면 좋겠다. ^^

 

 

 
 

 

 

 

연수는 작년에 외갓집에 왔을 때

그야말로 '폭설'이 내렸던 외갓집 마당에서 눈천사를 만들며 놀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살짝 내려 아쉬운 눈위에서도 눈천사를 만든다.

이제는 여섯살이 된 나의 큰 아기.

 


 

 

 

 

엊그제는 외할머니가 맛있는 메밀전을 부쳐주셨다.

친정에서 차로 10분거리에 사는 언니가 조카를 데리고 놀러왔다.

고향집에 오면 부모님과 함께 언니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큰 기쁨이다.

어느새 마흔이 된 언니. 어린시절의 언니를 꼭 닮은 조카딸.  

나이들어가시는 부모님 가까이에 우리 남매들중 한 사람이라도 가까이 살고 있는 것이 참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고마운 언니, 나이 들수록 애틋해지는 우리 언니.

 


 

 

 

"안녕하세요, 저.. 연호예요."

짜잔~~ 이 분이 누구신가~!

2:8 가르마를 예쁘게 타시고 머릿기름 자르르 발라 앞머리를 곱게 넘기신 이 분.

귀염둥이 우리 둘째 아들되시겠다. ㅎㅎ

 

 

 

 

 

 

이 날의 헤어스타일리스트는 바로 '하삐'!

아버지가 늘 바르시는 머리 화장품으로 외손주들 머리도 곱게, 곱게 빗겨주셨다. ^^;;;

 


 

 

 

 

연호의 변신이 넘 재미있었던지 연수도 자청해서 할아버지께 머리를 맡겼다. ㅋㅋ

머리도 늘 신경써서 손질하시고 옷도 깔끔하고 멋지게 입으시는걸 좋아하는 멋쟁이 우리 아빠.

손주들의 머리도 참 정성껏 손질해 주셨다. ^^ 


 

 

 

 

 

'오빤 하삐 스타일~!!'

 

머리숱이 많은 연수는 연호만큼 극적인 변신을 선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잠시동안은 앞머리가 아주 단정했다. ㅎㅎ

외가에서 지내는 동안 아이들은 아침마다 세수를 곱게 하고, 할아버지 옆에 앉아서 로션을 바르고 할아버지가 헤어로션 발라 싹싹 빗어넘겨주시는 손길에 머리 단장을 한다.

참... 어디 꽃미남 대회에라도 내보내고 싶으나... 이 추운날 갈 데는 없다. ㅎㅎ

다행히 외갓집에는 관객이 많아서 아침마다 아이들은 외증조할머니와 외할머니, 엄마의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다.

냄새가 무척 진한 할아버지의 헤어로션 향기를 온 집안에 뿌리며~~^^;;

 


 

 

 

 

연호는 매일매일 이웃집인 옥계집 개들에게 문안인사도 빼먹지 않는다.

저 위에 큰 개가 앉아있는 저 양지바른 자리는 엄마가 어릴때 늘 소꿉놀이하던 곳.

삼십년 세월동안 튼튼히 서있는 저 벽도 신기하고(가만보니 다시 쌓으신 것도 같다), 저 벽 뒤에 있는 아름드리 키 큰 소나무들은 나를 기억하는지

양지바른 저 자리에서 매일 흙과 사금파리를 조물락거리며 놀던 그 꼬마 여자아이는 나중에 커서 무엇이 될지

나는 연호 뒤에 서서 한참동안 궁금해하곤 한다.

그리고 올려다보는 강릉의 겨울 하늘이 참 파랗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1. 7. 27. 22:13







"연수야, 향나무 좀 봐~, 거미줄에 빗방울이 걸렸네!"
"엄마, 저거 거미줄 아냐. 구름이야~!"
"구름이라고..?!! 아.. 너무 예쁜 구름이다..^^"
"엄마, 저 구름으로 구름빵을 만들면? 그걸 우리가 먹으면? 우리도 고양이들처럼 하늘을 날면?"

요즘 연수는 저렇게 연이어 질문하는걸 좋아한다.
이 질문에 내가 붙인 이름은.. '꼬꼬질(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 







"엄마, 뻐꾸기 소리가 들리네?"
"아.. 그렇네. 뻐꾹새가 우네..."
"뻐꾹새가 아니고 뻐꾸기야."
"그래.. 뻐꾸기. 뻐꾸기 소리 참 좋다.."
"응. 참 좋아"

뻐꾹... 뻐꾹...
고향집 마당에 서면 멀리 앞산에서 뻐꾸기 소리가 들린다.
지지배배.. 종달종달... 이름을 모르는 다른 새소리들도 참 많이 들린다.

연수가 마당에 서서 새소리에 가만히 귀기울이고 있을 때, 내 마음도 참 좋다.
연호를 안고 거실을 왔다갔다하며 재울 때.. 연호 귓가에도 이 새소리들이 들렸으면..







어느 비갠 날, 외할머니가 연호를 안고 마당가에 나오셨다.
형아가 종일 모래놀이 하는 모래밭 옆에는 외할머니의 작은 부추밭이 있고, 
부추밭 가장자리에는 봉숭아꽃이 피었다. 

연호야.. 저 봉숭아꽃에 호랑나비가 와서 앉아있었어. 
엄마가 세상에 태어나서 본 호랑나비중에 제일로 크고 예쁜 나비였어.
연호가 처음 마당에 나온 날에.
 










한 손에는 호미들고, 한 손에는 큰 쥐며느리를 올려놓고...
네 살 여름에 외가집 마당에서 이렇게 놀았지, 우리 연수. ^^









지은지 30년 가까이 되어가는 내 고향집.
이 집 자리는 원래 아주 큰 밭이었다. 나는 그 밭을 가로질러 뛰어가던 생각이 난다.
친구들과 소꿉놀이를 하려고..
대여섯살 무렵의 내가 소꿉놀이하기 좋아하던 양지바른 담벼락이
앞산으로 올라가는 길 옆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있었다. 담 옆에는 석류나무가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지금도 우리집 마당에 서면 소꿉놀이하던 그 언덕이 바로 건너다 보인다.
이 집을 처음 지을때, 아직 도배가 채 안되어있던 집에 온 가족이 들어와 자던 날도 기억난다.
한여름에.. 너무 더울때.. 새집이 시원하다고 모두 하룻밤 같이 와서 잤던 것 같다.
이 집에서 자라는 동안의 일들이 아직도 너무나 생생히 기억나는데
어느새 이제는 내 아이들이 이 집에서 새로운 추억들을 만들고 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외증조할머니가 계시는 집.

외가에서 지내는 동안 연수도, 연호도 많이 컸다.
엄마도 고향집에 오면 늘 그렇듯이, 기운을 많이 차렸다.  
서울에 돌아가면... 소나무, 뻐꾸기 소리, 향나무 울타리, 모래밭, 다정한 어른들 목소리..
그런 것들 생각하면서 힘을 내야지.
우리 셋 다 아마 그럴 것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1. 7. 20. 21:07






강릉집에  내려와있다. 
참... 좋다.







연수는 외갓집 마당에서 하루종일 논다.
주말에는 외사촌누나와 동생도 함께 있어서 더 신이 났다.
아이들은 마당가 모래밭과 수돗가를 오가며 흙투성이, 물투성이가 되도록 놀았다. 
옷을 여러번 갈아입고 어른들의 걱정을 들었지만 얼마나 신나했는지 모른다.

사촌들이 서울로 돌아간 뒤에는 연수 혼자 옷을 버릴 정도로 모래놀이를 하지는 않는다.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 뒤를 부지런히 따라다니며 논에도 가고, 밭에도 가고
제법 멀리 떨어진 동네 양계장집으로 계란사러도 다녀온다.
할아버지 차타고 마트며 떡집, 시장으로 장보러 다니는 일은 또 얼마나 반가운지..

강릉은 태풍 영향으로 요며칠 계속 비도 오고 저온이었다.
연수는 우산을 쓰고 마당에도 자주 오가고 그래도 심심하면 할머니와 퍼즐도 맞추다가
할머니와 나란히 누눠 이비에쓰 만화도 보고....
엄마랑 같이 노는 시간이 거의 없어 섭섭하겠지만 그 빈자리를 할머니 할아버지가 따뜻하게 채워주시는게 느껴진다.
연수도 엄마도 같이 그 따스함 속에서 지난 한달동안 생긴 고단함을 위로받고 새 힘을 얻고 있다.



 

연호는 첫 외가집 나들이.
나의 할머니, 아이들의 외증조할머니는 연호를 처음 만났을 때
"아이고~ 우리 햇님이가 왔구나! 어디 햇님이 얼굴 좀 보자~!" 하셨다.

햇님이...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의 긴장이 스르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래.. 내가 낳은 어린 아기, 그 아기는 햇님이지. 순하고 여린 아기, 따순 햇살을 보내주는 햇님이지.

나도 강릉에 온뒤로 연호를 햇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햇님아, 젖먹자. 햇님이 잘 잤니. 햇님아..

강릉말 중에 '해든나'라는게 있다. 아주 어린 아기를 부르는 이름이다.
아기를 '언나'라고 부르는데 거기다 '햇'이란 접두사를 붙여서 '아주 어린 아기'를 부르는 것이다.
햇밤(막 생긴 어린 밤), 햇과일(새로 난 과일), 햅쌀..

여리고 고운 것들, 갓 생명을 얻은 귀한 것들... 
어린 아기를 대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 몸이 힘들다보니 아이에게 더 다정히 대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게 된다. 
엄마도 힘들지만... 아기, 너는 더 힘들겠지. 
사람 인생을 통털어 가장 빠르고 가장 큰 성장을 해내고 있는 젖먹이 아가야.
너를 더 많이 보듬어주고, 응원해줘야겠다.

강릉에서 지내는 동안 연수도 나도 연호도 더 건강해지고 행복해질 것 같다. 
낮시간동안 연수는 나를 찾는 일이 거의 없는데 그게 미안하고 안쓰러워서 
잠깐씩 짬이 나면 연수를 안아주고, 마당에서 함께 놀려고 애쓴다. 그래도 그 시간은 정말 짧다.
대신 연호는 하루종일 정말 많이 안아준다. 
밤잠을 수월하게 자는 대신 낮에는 거의 품에 안겨서만 자려고하는 연호.
연호를 재우느라 안고 다니다가 문득 '그래.. 이건 갓난아기, 너의 타고난 권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젖먹이 시절 엄마 품에 종일토록 안겨있고, 나중에는 등에 업혀서라도 엄마와 살을 붙이고 오래오래 그 체온을 느끼는 것은
아가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고, 권리겠구나.. 하는 생각.
너도 네 권리를 최대한 누려야지..
서른네살이나 된 엄마도 이렇게 엄마곁에만 와있어도 좋은걸.
엄마란 그런 분인걸.




+ 강릉집에 컴퓨터가 생겨서 집에서 포스팅도 할 수 있고.. 참 좋다.
그래도 짬은 잘 안 난다. 낮에는 내내 아기를 안고 있으니 밤이 되면 너무 고단해서 쓰러져 자기 바쁘다.
자면서도 몇번씩 깨서 연호 젖을 먹이지만 그래도 다행히 이번에는 '누워서 젖먹이기'신공을 터득해서 연수때보다 한결 낫다.
역시 둘째가 쬐금은 수월하구나... 

++ 엄마와 연수연호가 강릉에서 잘 지내고 있는 동안.. 서울에 혼자 남겨진 연수연호 아부지는....
아마 우리 가족중 가장 잘 지내고 계시겠지. ㅎㅎㅎ 
모처럼의 해방주간.. 뿌듯하게 잘 보내셔요. 

+++ 아.. 그러나 이 모든 웃음과 행복 뒤에는 우리 엄마의 고단한 수고가..ㅠㅠ
다리도 아프시고, 감기 기운도 있으신데... 연수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시랴, 미역국 끓이고 대식구 밥 챙기시랴.. 하루종일 종종걸음이시다.
딸은 더운밥 먹이시려고 나부터 밥먹으라 하시고 그동안 연호 안고 계시는 엄마. 우리 엄마.
엄마, 감사해요. 이 고마움, 어찌 갚을지...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8. 9. 21:27


지난 일주일동안 똑순이와 함께 강릉 친정에 다녀왔습니다.
신랑은 회사일이 바빠 주말에만 잠시 왔다갔다했으니, 새댁만 제대로 여름휴가를 보낸 셈입니다.
아. 똑순이도 신나게 외가집에서의 여름방학(?)을 보냈네요~^^ 

시골 외가에서 보내는 똑순이의 하루는 온통 초록색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외할아버지를 따라 뒷동산에 새를 보러 나갔다 들어오고,
아침먹고 나서는 엄마랑 사촌누나랑 마당가에서 물장난하며 놀고,
오후에는 외할머니랑 누나랑 손잡고 동네 산책을 다니며 온갖 들꽃들을 따들고 돌아왔습니다.






+ 강릉은 저온현상으로 밤에는 살짝 추웠지만 그래도 한낮에 해가 나면 무더웠습니다.
아이들은 마당가에 있는 작은 돌절구에 물을 받아놓고, 꽃잎과 나뭇잎을 띄우며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지 모릅니다. ^^






+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을 얼굴에 받으며 요녀석, 어찌나 행복해하던지요..
옷은 늘 하루에 두세번씩 적셔냈지만 함께 노는 엄마도 참 재밌었습니다^^






+ '엄마 나 좀 봐요~' 젖은 옷이 추울까봐 걱정되면서도 깔깔 웃는 아이들 웃음이 너무 좋아 말릴 수가 없었어요.
이렇게 돌절구를 붙잡고 찬물로 온몸을 흠뻑 적시며 놀던 녀석에게
서울집, 매끈한 플라스틱 욕조에 미지근한 물을 받아놓고 놀으라고 하려니 왠지 새댁도 김이 빠지는것 같습니다. ^^;;  


졸린 똑순이를 재우려고 업고 동네길에 나서보면 눈돌리는 곳 어디나 눈부신 초록색이어서
아. 이런 곳에서 우리 아이가 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한여름, 절정의 초록색 사이에 피어난 봉선화, 민들레, 붓꽃, 도라지꽃, 달맞이꽃, 호박꽃, 토끼풀, 들국화, 코스모스... 
꽃분홍, 연한 분홍, 노랑, 보라, 흰색으로 빛나던 그 많은 들꽃들의 향연은 또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제가 걸어 학교에 가던 논둑길은 이제 하얗게 빛나는 시멘트길이 되었지만
여전히 길옆으론 벼이삭들이 피어나는 논들이 넓게 펼쳐져있고
구릉구릉한 산들도 그대로였습니다.

고향집 마당에서 똑순이를 업고있다 오래오래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장면도 보았어요.
멀리 보이는 논둑길 사이로 분홍포대기에 작은 조카를 업은 엄마가 걸어가시고, 
그 뒤를 따라 큰조카를 업은 오빠가 따라가고..
멀리서 자전거를 탄 아버지가 오시다 엄마와 오빠를 만나 큰 조카를 받아 등에 업으시고
오빠는 아버지가 타고 오시던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장면.

초록색 논을 배경으로 가족들이 걸어가고, 만나고, 함께 걸어오는 한참 동안
저는 잠든 똑순이를 업고 꼼짝않고 서서 영화라도 보듯 그 장면들을 천천히 음미하며 지켜보았습니다.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들이 뛰어놀던 길, 논일하시는 엄마 아빠를 찾아가 기다려서는 함께 손잡고 돌아오던 그 길을
이제는 조카들이, 내 아이가 걸어다닙니다. 
따뜻한 힘이 마음에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힘으로 또 한동안은 평화롭게 살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 똑순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바닷물에 발을 담궈보았습니다. 아. 차가워라!





+ 아빠와 함께 만난 이 바다는 강릉 경포입니다. 똑순아, 저 넓고 푸르고 둥근 물이 바다란다!

 





+ 아빠와 똑순이에게 와서 부딪히는 하얀 파도가 시원합니다. 
외가에 있는 동안 똑순이는 두번 해수욕을 했는데, 이 사진은 처음 갔을 때 찍었어요.
이 날 똑순이, 열심히 탐색하더니.. 바다가 마음에 들었는지 두번째 갔을때는 어찌나 신나게 놀던지요! 
바다로 퐁당 뛰어들려는 아이를 꼭 붙잡느라 사진찍을 엄두를 못냈내요~^^ 



똑순이는 일주일 사이에 쑥 큰 것 같습니다. 
어제 오후 서울집에 돌아오니 제가 늘 뛰어놀던 아파트 복도가 반가웠는지 
맨발로 뛰어나가 복도에 철퍼덕 주저앉고 한참을 웃으며 놀았습니다.
문득 이 아이에게는 여기가 나고 자란 고향집이구나.. 깨달았습니다.
엄마는 일주일만에 돌아온 집이 살짝 낯설기까지 했는데
이 녀석은 익숙한 제 장난감들과 제 놀이터, 그리고 엄마와 둘이 지내던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 마음 푸근한 모양입니다. 
 
돌아온 서울은 참 덥습니다.
너무 더워서 똑순이랑 두번이나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목욕겸 물놀이를 했습니다.
젖은 옷을 입힌채로 밖에 데리고 나가 놀기도 해서 행여 감기나 걸리지 않을까.. 조마조마합니다.

짧은 휴가가, 여운은 참 길어서
오랫만에 똑순이랑 둘이 보내는 한나절 동안 문득문득 고향집 생각이 많이 났어요.
엄마가 요리하는 동안 놀아달라며 매달리는 똑순이를 보니 
똑순이가 찡찡댈만 하면 얼른 안고 마당에 나가 놀아주시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손길이 아쉽고
엄마가 싸주신 물김치와 깻잎 반찬 펼쳐놓고 밥 한그릇 뚝딱 하면서 엄마가 차려주시던 따뜻한 밥상이 그리웠고요..
똑순이는 어디 넘어지기만 하면 외할머니의 '땟지'소리가 생각나는지 제가 넘어진 곳을 한참 가리키곤 합니다.

오랫만에 나가본 아파트 놀이터에서 똑순이는 외가집에서 생긴 습관대로 꽃을 따달라 조릅니다.
시골에서야 지천에 널린 들꽃 두어송이를 선뜻 꺽어 아기 손에 쥐어주고, 꽃시계도 만들어주고 꽃반지도 만들어줬지만
아파트 화단에 드문드문 핀 꽃은 차마 꺽어줄 수가 없습니다.
'이 꽃은 경비원 아저씨들이 어렵게 키우시는 꽃이라 안되겠다, 똑순아.. 
우리가 꺽으면 다른 친구들, 형아누나들도 다 꺽고싶을텐데 그럼 더는 꽃을 볼수가 없을꺼야...' 
열심히 달래는 마음이 조금 서글픕니다. 

이 다음에 똑순이가 크면 여름방학마다 강릉 외가집으로, 상주 할아버지댁으로 많이 보내고, 데려가고 해야겠습니다.
혼자 보낼만 하면 그렇게 하고, 아직 그러기 어렵겠다 싶으면 제가 같이 내려가서
여름, 겨울만이라도 시골에서 보내고 오고 싶습니다.
올해는 갓난이 엄마라고 차려주시는 밥만 맛있게 받아먹고 아이 봐주시는 수고만 엄마아빠께 잔뜩 끼치고 왔지만..
다음에 가면 맛있는거 장봐서 부모님께 며칠이라도 제 손으로 밥을 지어드리는 '좋은 휴가'를 보내고 와야지..결심했네요.
새댁, 이제사 철이 쬐금 들려나봅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10. 27. 19:57




꾸벅! 똑순이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셨어요~ 저 외가집 잘 다녀왔어요~^^ "

어린 똑순이를 데리고 새댁, 산넘고 물건너 강릉 외가까지 잘 다녀왔습니다. 
가는 길에 남한강도 건너고, 섬강도 건너고.. 대관령으로 태백산맥도 넘으니 정말 산넘고 물건너는 먼 길입니다.
게다가 그 먼길을 고속버스타고 울지도 않고 다녀왔으니 우리 똑순이 참 장하지요? ^^

태어난지 이제 4개월이 좀 넘은 똑순이같이 어린 아가가 고속버스를 타다니.. 놀라우시지요. 
새댁도 본 기억이 없으니까요..  

새댁네에는 아직 자가용이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마이카시대 된지도 오래고, 자동차수도 2천만대를 훌쩍 넘어 인구 2.9명당 1대꼴로 차가 있다는데 
결혼하고 더구나 아기까지 태어난 집에 아직 차가 없다니..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없는걸요~~^^;

신혼살림 장만하고, 결혼후에는 신혼집 구할때 얻은 전세자금대출 갚기위해 열심히 저축하고 살림꾸리다보니 자동차는 엄두내기가 어려웠어요.
신랑은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새댁은 걸어다니는걸 좋아해 별로 차의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구요. 
게다가 새댁, 처녀시절부터 제대로 실천하는건 없으면서 지구 걱정 한답시고
"요즘 지구가 너무 뜨거워~~~ 친환경에너지로 가는 하이브리드카가 싸게(이게 중요합니다!^^) 나올때까진 차 안살거야~~" 장담하고 다니기까지 했답니다.^^;

똑순이가 태어난 후에도 크게 불편하진 않았어요.
똑순이 태어난 병원에 오고갈때는 택시를 타면 됐고요, 그나마 이제는 걸어갈 수 있는 동네 소아과에 가기로 했으니
일상생활에서는 큰 불편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런데 모처럼 어딜 좀 가려고 하면 이게 어려워집니다.
지방에 있는 시댁과 친정, 똑순이의 본가와 외가에 가고 싶을때가 제일 문제입니다.
지방 소도시인 두 곳 다 기차길이 잘 되어있지않아 고속도로를 이용해야하는데 
특히 명절에는 안그래도 막히는 고속도로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엄두가 잘 안납니다.
똑순이가 심하게 울면 같이탄 사람들께 죄송할테고, 어디가 아프기라도 하면 중간에 돌아올수도 없고 큰일이니까요.
손주를 보고싶어하시는 양가 어른들께 자주 똑순이 얼굴을 보여드릴 수 없는게 젤로 맘 아픕니다. 

서울에서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만나러 갈때도 조금 어렵습니다. 
주말에는 결혼식들이 많은데, 반가운 친구들도 보고싶고 똑순이도 보여주고 싶어 길을 나설라치면 걱정이 많이 됩니다. 
가고오는건 그래도 괜찮아요, 비용이 만만치않지만(ㅠㅠ) 모처럼의 외출이니 택시를 타고 다녀오면 됩니다.
문제는 수유입니다.
새댁은 모유수유를 하는데 외출시에 똑순이가 배고파하면 마땅히 수유할 공간이 없습니다.
자가용이 있으면 잠시 가서 수유를 하고 오면 되는 것이지요.
아이가 생긴후 차를 장만한 선배부부가 꼽은 첫번째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어요.

복잡한 결혼식장안에 아가들이 쉬거나 수유할만한 휴게실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결혼식장만이 아니라.. 새댁이 아가를 데리고 외출할만한 공간들에 수유공간이 마련되면 정말 좋겠습니다.
도서관같은 공공시설이나 시장, 마트 같은 곳에요.
수유하기가 어려워 외출을 못해 답답하다는 애기엄마들의 안타까운 얘기들이 육아까페들에는 많이 올라옵니다.
새댁이 가끔 혼자 하는 상상이 있는데.. 노천까페에 앉아 똑순이에게 젖을 먹이는 거예요.^^

옛날에는 일하다 밭머리에서 아가젖먹이는 엄마모습이 낯설지 않았을텐데..
아이 젖먹이는것이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저는 사실 아주 아름답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좀처럼 보기어려운 모습입니다.
우선은 수유공간이 더 확충되고 사람들 인식도 바뀌어서 
밖에서도 조용하고 평화롭게 아이에게 젖을 먹일수있는 세상이 됐음 좋겠습니다. 
앗. 얘기가 잠시 옆길로 샜네요..^^;

암튼 그래서 차가 없으니 시댁이나 친정에 다녀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모처럼 새댁이 큰맘먹고 고속버스타고 친정길에 나선 이유는...
잠시 재충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어요.
예쁜 똑순이가 엄마보고 웃어주면 피곤했던 몸과 마음에 새 힘이 솟긴 하지만
매일 혼자서 애기와 엎치락뒤치락 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많이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아빠와 할머니를 두고 오래 집을 비우실 수 없는 엄마, 저녁 늦게까지 일하시느라 역시 서울오시기 쉽지 않은 시어머니 모두
혼자 갓난이 키우는 새댁곁에 와주시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계셨지요.

'와서 며칠만 쉬다가라, 똑순이도 보고싶다'며 엄마가 몇번 말씀하셨지만
고속버스타고 갈 엄두가 잘 안나기도 하고, 또 신랑을 혼자 두고 가는게 맘에 걸렸는데
넘 피곤하던 어느날,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신랑도 어여 다녀오라 등을 떠밀어주길래 새댁과 신랑, 짐을 꾸려 똑순이를 안고 고속버스에 올랐습니다.

다행히 똑순이는 엄마 무릎에 안아서 코 잘 자기도 하고, 수유쿠션위에 누워 엄마젖도 빨고, 아빠품에 안겨 창밖도 보면서
3시간 거리의 고속버스여행을 무사히 잘 견뎌주었습니다.
어린 아가들에게 장거리여행은 많이 힘들텐데... 엄마의 힘듬을 덜어주려고 착한 똑순이가 많이 도와준 것 같습니다.
사실 똑순이는 2개월쯤에도 외가에서 고속버스타고 서울로 올라온 적이 있답니다. 그때도 울지도 않고, 계속 자면서 왔어요.
건너편 좌석에 앉았던 청년이 신기해했답니다. "와.. 아가가 한번도 안울고 잘 오네요."
아마 힘들어서 잠들었던 걸꺼예요. 그래서 조금 맘이 아픕니다. ㅠ

새댁네도 요즘 중고차라도 어떻게 장만해볼까 둘이 머리맞대고 열심히 의논하고 있긴합니다만...
그래도 한동안은 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 자가용이 생겨도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할꺼구요..(기름값도 아깝고.. 에 또... 지구도 걱정이고요... 요즘 날씨보세요ㅠㅠ)
요즘 고속버스는 흔들리지도 않고(왠만한 자가용보다 승차감이 좋은것같아요^^;),
우등은 공간도 널찍해 수유쿠션놓고 아기를 재우거나 젖먹이기도 좋았습니다.
아가들은 카시트에 앉히는게 가장 안전하긴한데.. 안전이 제일 걱정이긴 합니다.

기차를 이용하면 에너지도 덜 쓰고 더 안전하게 아이들데리고 다니기 좋을 것 같은데요... 
새댁네 고향인 강릉가는 길은 자동차도로는 넘 많은데 (지금도 계속 산을 허물고 도로를 넓히고 있어요ㅜ) 기차노선은 6시간 가까이걸리는 우회노선밖에 없답니다. 
똑순이가 조금 더 자랐을 때에는 기름 많이 쓰고, 탄소 많이 배출하는 자동차 대신
기차를 타고 본가와 외가에 즐겁게 자주 다녀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외가에서보낸 일주일 사이에 똑순이는 또 많이 컸습니다. ^^ 
새댁이 말도 없이 쓱~ 인터넷안되는 시골 친정에 내려간 사이 소식 궁금해하며 들려주셨던 이웃분들, 감사해요~~~! 
님들의 관심을 먹고 새댁과 똑순이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