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이의 행복한 성장'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8.19 똥이 닮았다 2
  2. 2009.11.26 엄마옆에 딱 붙어있기 6
  3. 2009.09.17 행복한 성장의 순간들.. <엄마, 내가 행복을 줄께> 17
umma! 자란다2010. 8. 19. 16:20










가끔 이 녀석이 도대체 나랑 어디가 닮았을까... 궁금할 때가 있다.
얼굴을 보면 아빠랑 닮은 구석은 알겠는데 나와는 어딜 또렷이 닮은 데가 없는것 같다.
발가락이라도 닮았나.. 싶어 찾아보면 그마저도 안 닮았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우리 둘이 정말로 닮은 것 한가지를 깨달았다. 
똥.. 똥이다. ^.,^;;;


어제는 덥다고 토마토얼려놓은 것을 우유랑 꿀넣고 믹서에 갈아 토마토샤베트를 둘이 한대접씩 먹었다.
그랬더니 오늘 아침에는 연수도 나도 살짝쿵 설사를...;;;
저 사실을 발견한 뒤 몇 달동안 관찰했는데 거의 매일 같은 사실을 확인하곤 한다. 닮았다.ㅎㅎ

연수와 나는 식성이 똑같다. 
둘다 과일, 야채는 가리지 않고 잘 먹고 '빵'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면으로 된 음식도 다 좋아하고, 버섯도 좋아하고, 육고기도 좋아하지만 해산물을 더 좋아한다.
달달한 건 없어서 못 먹는다.

하루종일 붙어서 밥도 같이 먹고, 간식도 같이 먹는 우리가 유일하게 다르게 먹는게 있다면
엄마가 커피 마실때 연수는 오미자차 먹고, 엄마가 김치 먹을때 연수는 무나물 먹는 정도..
그러니 똥이 닮을 수 밖에. ^^

얘기가 영 민망하지만.. 나는 우리의 똥이 똑 닮아있는 이 시절이 좋다.
이제 연수가 커서 학교를 다니고 내 품을 떠나 밖에서 밥먹고 간식 먹고 하는 날이 오면 
우리의 닮은 것중 큰 한가지가 줄어들 것이고 그러면 나는 좀 섭섭할 것도 같다.
그 때는 아마 확인할 길도 거의 없겠지만..
아이 똥을 더러운줄 모르고 '예쁜 똥 잘 쌌네~!'하고 칭찬까지 해주며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치우는 날도 그리 오래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닮은 이야기가 나온 김에 우리가 또 뭐가 닮았을까.. 생각해봤다.
 
수다스러운거?
나도 정말 어릴때 연수만큼 수다스러웠을까? 며칠후 친정엄마가 연수를 보시면 판명해주시겠지.

27개월을 향해가는 연수는 요즘 깨어있을 때는 거의 한시도 입을 다물지 않는다.
쫑알쫑알 웅얼웅얼.. 주로 엄마만 온전히 다 알아들을 수 있는 그 얘기로 쉴새없이 말을 거는데 일일이 응대해주려면 보통 피곤한게 아니다. 

"엄마, 이렇게 튀어나온 블럭 조각 못 봤어요?" (바로 옆에 보통 떨어져있다)
"엄마, 같이 퍼즐 맞추기해요~"
"고리가 안 걸어져요. 엄마, 어떻게 하는 거예요? 엄마가 도와줘요!"
"엄마, 이 책 읽어줘요~" (엄마가 지금 요리중이라.. 어쩌구하면 바로 말투가 바뀐다.)
"지금 읽어야돼요! 지금 해야돼요!! 지금 빨리 읽어줘~~요!!!" -.,-;;;

제가 하고 있는 일, 들리는 소리들에 대해 쉴새없이 중계방송을 하고 중간중간 흥얼흥얼 노래도 곁들인다. 
나도 어릴때 늘 엄마 옆에서 쫑알쫑알 쉬지 않고 떠들어서 "아구~ 송신타(씨끄럽고 정신없다는 뜻의 경남 사투리)~~, 절로(저리로) 좀 못 가나!!"는 말을 우리 엄마가 입에 달고 사셨는데 인제 나도 꼭 그렇게 되려는지... 참 걱정이다.


고집스러운 것도 날 닮은걸까..
그래도 난 청개구리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요즘 연수는 아주 소수의 솔깃한 제안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엄마의 제안에 "싫어~!"로 일관한다.

밥먹자, 싫어! 안 먹어.
손씻자, 싫어! 안 씻어.
옷입자, 싫어! 안 입어.

포도먹을까? 좋아~~(이건 꼭 작게 말한다)

그만 자자, 싫어! 계속 놀아~!!
이 닦자, 싫어! 안 닦아.
목욕할까? 싫어! 머리 안감아!!

토토로 보고싶어? 좋아.....

혼자 하겠다는 것은 또 얼마나 많은지...
"연수가, 연수가 해야 돼요, 연수가 혼자 할꺼야, 연수 혼자 힘으로~~~~~~!!!!!!"
그러다 잘 안되면 저 말들이 점점 흐느낌과 고함으로 바뀌는데... 그쯤돼면 엄마의 인내심도 바닥이다.

장난도 나는 연수만큼 심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 토마토 사진만 봐도 그렇지만... 온 얼굴에 토마토를 묻히고 바닥에 문질러놓고... 말린다고 말리지만 대개 엄마가 잠시 곁을 떠난 사이에 번개같이 한바탕 일을 벌려놓는다.

덕분에 하루종일 엄마랑 티격태격하다 결국 제 맘껏은 못 놀고 옛날 얘기 두어 마디에 스르륵 잠이 든 세살배기 어린애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오늘 하루는 행복했니? 원하는만큼 마음껏 잘 놀았니..? 풀고 싶은 에너지, 채우고 싶은 사랑.. 흠뻑 누렸니? 그러지 못했다면 미안하구나.. 하고 가만히 속삭이게 된다.


저랑 똑닮은 자식을 낳아 키워봐야 부모님 마음을 알게 된다고 하면 나는 아직 울엄니아부지 마음을 알려면 멀었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말을 안 들을까? 얼마나 더 장난을 치고, 놀아달라고 조르고, 이런저런 위험한 일로 마음 조이게 할까..?

생각해보면 이 애가 나를 닮지 않았으면 하는 것도 참 많다.
나보다 솔직하고, 나보다 자유롭고, 나보다 용감하게 살아갔으면 좋겠고
나보다 결단력있고, 나보다 신중하고, 나보다 끈기있었으면 좋겠다.
눈치 많이 보고, 늘 인정받고 싶어하고, 허영심많은 나와는 달리 당당하고 자존감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으로 자라게 해주기 위해서 나는 뭘 해야하고, 또 뭘 하지 말아야할까.
내 안에 들어있는 내 부모님의 그림자 중에 어떤 것을 살리고 어떤 것은 극복해야할까..
내 유년의 기억에서 무엇을 배워야할까....

참 쉽지 않지만... 둘 다 밥 잘 먹고 힘내서 잘 해볼 일이다.
아자아자아자~!
똥이 닮은 이 시절.. 아이야, 우리 더 깊이 사랑하고 함께 잘 자라자.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11. 26. 22:33









만 18개월을 꽉 채워가는 연수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제법 아이티가 난다.
아기 시절이 끝나가는 모양이다.

아기에서 아이로 넘어가는 고비일까.
문득 키가 훌쩍 큰 것 같이 보이기도 하고, 얼굴 살은 좀 빠진 것 같기도 한 요즘 
연수는 엄마 무릎과 가슴팍을 유난히 파고든다.
엄마 볼에 제 볼을 부비고, 엄마 옆에 꼭 붙어 앉고, "어부바~ 어부바~"하며 등과 목에 매달린다.  
한동안은 업기만하면 내려달라고 버둥거리더니...
책도 꼭 엄마무릎에 앉아 읽어야하고, 밥도 엄마랑 한 의자에 앉아서 먹어야한다.
어찌나 치대는지, 몸무게도 12kg나 된 녀석이랑 한참 씨름하고 나면 온몸이 얼얼하다.

몸이 쑥 크는 이 시기에, 마음도 쑥 크고 있는 것 같다.
걷고 뛰는 것이 안정되어 어디든 제 맘대로 갈 수 있고,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점점 많아진다는 사실이 무척 뿌듯하면서도
엄마와 독립적인 하나의 존재로 성장하는 것이 조금은 두렵기도 할 것 같다.
그래서 더 어리광을 부리고, 엄마의 변함없는 애정과 보살핌을 확인하고, 구하고 싶어하는게 아닐까..

기저귀도 하기 싫고, 바지도 입기 싫고, 밥상에 얌전히 앉아 밥을 끝까지 다 먹는 것도 싫고, 제 변기에 앉아 쉬하는 것도 싫은-
그래서 도망다닐때보면 이제는 저도 제 기호가 분명한 어엿한 한명의 아이인 것 같은데
엄마 옆에서 놀때는 마치 방금 엄마 배속에서 나온 아기마냥 
엄마와 어떻게든 살을 붙이고 있어야 살 수 있다는 듯이
엄마를 잠시도 꼼짝못하게 붙들고 품안으로 파고드는 연수를 보며 한 생각이다.

18개월.. 그래, 아직은 참 어리다. 
많이 큰 것 같지만 아직 두 돌도 안된 정말로 어린 아가다. 

천천히,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이는 매일 조금씩 엄마로부터 독립해갈 것이다.
엄마옆에 딱 붙어있고 싶어하는 이 시절에 그 매달림을 받아주고, 더 많이 안아주고, 다독이고 보듬어주는 것이
아이가 더 멀리, 더 힘껏 뛰어오를 수 있도록 떠밀어주는 길일거라고 생각한다.
매달리지 말고 네 힘으로 걸으라고 울며 매달리는 아이를 억지로 떼내는 것보다
힘껏 안아줌으로써 아이 마음에 깃든 두려움과 불안을 걷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성장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어른인 우리도 때때로 나이드는 것이 무섭고, 새롭게 맞닥뜨리게되는 삶의 과제와 무게앞에 두려워지지 않던가.  
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기고 앞으로 걸어갈 수 있는 힘은 혼자 가라며 뿌리치던 냉정한 손길이 아니라
언제고 힘들때 돌아가면 그속에 얼굴을 묻을 수 있는 어머니의 따뜻한 무릎, 포근한 품.. 그런 것에서 나오지 않을까.

아이가 내게 매달리면 언제고 받아주리라.  
쉽지만은 않지만 내 힘이 허락하는 한 기꺼이 안아주리라.
아이가 언제나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힘들고 두려운 순간에 내 품안에 위로받고 격려받은 아이는 더 힘차게, 더 멀리 내 도움없이 제 길을 잘 걸어갈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연수와 함께 지낸 몇 달의 짧은 시간동안 나는 연수가 좋아하는 성장의 방식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아이가 가고싶어 하는 곳을 가게 해주고, 같이 가자 하면 같이 가고, 하고싶은 것을 하게 해주면
아이는 지치지 않고 떼도 쓰지않고 잘 걷고 잘 놀았다.   
못가게 막아놓고 엄마가 정한 테두리안에서만 놀게하진 않았다. 그렇게 하려고해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제가 가고자하는 길을 열어주면 아이는 언제나 신나게 앞장서서 걸어가곤 했다. 
다리가 아프거나 뭔가 무서운 마음이 들면 그제야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손을 뻗었고, 그전에는 새로운 세계를 탐색하는 즐거움에 절대 엄마에게 매달리지 않았다.
매일매일 그렇게 조금씩 저 혼자 걷는 거리를 늘리고, 새롭고 재밌는 놀 거리를 더 많이 찾아내며 성장해왔다.
지금 이 매달리는 시기에 충분히 안아주고 북돋워주면
저 혼자 걷고 놀고하며 한뼘만큼 더 엄마 앞으로 떨어져나갈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빈다. 

만 17~8개월쯤에 아이들의 언어는 눈부시게 발전한다고 한다. 
아는 단어가 늘어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세계가 그만큼 커진다는 것이다. 연수도 그렇게 제 세계를 키워가고 있다.
생각할 수 있는 힘도 커지고, 입도 살짝 트인 아이는 이제 금새 자랄 것이다. 
그래서 언제 이런 시절이 있었냐는듯 성큼성큼 걸어서 엄마 품을 떠날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이 아이의 무게를 내 팔로, 어깨로, 가슴으로, 다리로, 무엇보다 마음으로 온전히 지탱해줄 수 있어야할텐데... 
나는 잘 해낼 수 있을까.
아이가 자랄수록 아이보다 내가 걱정된다. 내가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아이가 자라는 동안 아마 나도 아이와 함께 자랄 것이다.
그래서 더 튼튼하고 깊고 용감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팔이 무척이나 뻐근한 오늘밤... 그런 희망을 꼽씹어본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책/육아도움책2009. 9. 17. 14:10


성큼 다가온 가을이 반갑기도하고, 추워질 날씨 걱정이 앞서기도 하는 요즘.
15개월하고 딱 절반을 지난 똑순이는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크고 있습니다.

오늘은 앉아있는 엄마 주위를 뱅글뱅글 돌며 빗으로 엄마 머리를 빗겨주었는데
그 느낌이 얼마나 보드라운지 눈물이 살짝 날뻔했습니다.
아이가 해주는 머리손질(?)을 받고 있자니 마치 내가 세상에서 제일 귀하고 예쁜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책을 읽다가 '엄마'란 말이 나오면 손으로 나를 가르키며 환히 웃고,
책에서 원숭이들이 방석을 던지면 저도 던지고, 애벌레가 나오면 높은 책장위에 올려놓은 제 애벌레 인형을 보러 다녀오고
시계가 나오면 벽시계를 보고 와야하고, 화분에 물을 주면 엄마에게 화분에 물주러 가자고 바가지를 찾아 앞장서는 통에
예전보다 책 한권 읽는 시간이 배는 넘게 길어졌지만
말을 알아듣고, 제 입으로 제 몸으로 따라하려고 애쓰는 아이를 보면 참 신기하고 대견합니다.

이제는 놀이터 미끄럼틀도 혼자서 엎드려서 탈 수있고
엄마가 빨래를 개고 있으면 제 옷들을 집어서 안방에 있는 제 옷바구니에 갖다놓기도 합니다.
가는 길에 서너개는 흘리고, 나머지 옷은 대부분 바구니 앞에 떨어져있지만(바구니에 넣으려고 노력한 흔적은 역력해요^^;;)
엄마 말을 알아듣고, 엄마 일을 거들어주려고 한 것만 해도 고맙고 또 고마운 일입니다.   

똑순이가 말할 수있는(아니, 엄마가 알아듣는^^;) 단어도 네 개쯤으로 늘었어요.
엄마, 아빠, 빠빠(밥), 부어(부엉이). ^^
앞의 세개는 이해가 쉬운데, 왜 네 번째 단어가 '부어'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책과 노래에 나오는 수많은 동물중에.. '부엉이'가 특히 좋은걸까요? 
동그란 눈, 통통한 몸집.. '떡해먹자 부엉!'하고 말하는 그 녀석이 맘에 들었나..;;

아침에는 포도를 먹다가 씨를 아프게 딱 깨물고 앙~ 울음이 터졌던 녀석이
'씨'란 말을 따라하며 눈물고인 눈으로 웃었습니다. 
'퉤 뱉어~' 했더니 작은 소리로 '테', '테' 따라하고 또 웃습니다.

아이와 함께 지내며 잊어버릴까봐 겁나는 기억이 많아집니다.
내 삶의 어떤 시절에 내가 이런 겁을 냈던 적이 있나 싶을만큼 
아이가 자라는 한순간 한순간이 너무 예쁘고 절절합니다.
다 기록해둘 수는 없지만, 돌아오지 않을 이 시절은 우리의 마음속에 따뜻한 감촉같은 걸로만 남게 되겠지만
그래도 벌써 가물가물해지는 기억을 더듬어 하나라도 더 적어두고 싶습니다.



 



지난주 아빠엄마의 친구들과 함께 짧은 여행을 다녀왔어요. 산장 주변길로 아침산책을 나섰다가 만난 민들레입니다.








요즘 아이는 '주세요~'라는 말을 몸짓으로 합니다.
손을 꼭 오므려쥐고 앞으로 내밀면서, 엉덩이를 뒤로 빼고, 무릎은 살짝 굽히고...
이 엉거주춤한 자세가 바로 '주세요~!' ^^






간절히 원한다는걸 표현하려고 아예 앉았습니다. '또 주세요~~!'








.. 그렇게해서 얻은 귀한 코스모스! ^^


서평을 쓰려고 시작한 글인데.. 우리 아기 얘길 하다보니 시간가는줄 모르고..^^;;;
역시 고슴도치 엄마는 어쩔수 없습니다. ㅎㅎ

얼마전 읽고 마음이 참 따뜻해졌던 책, 오소희 씨가 쓴 <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입니다.



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 - 10점
오소희 지음/큰솔



'엄마가 아이가 서로 마주하며 나눈 가장 아름다운 대화의 기록'이란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아이가 자란다>는 1부와 <엄마가 자란다>는 2부로 나눠져 있다. 
육아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자라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저자같은 멋진 선배맘도 같은 생각을 일찌감치(?) 하고계셨다니 흠흠. 괜히 뿌듯했다. ^^

저자는 여행작가다. 아이를 낳기전에 쓴 여행서는 알라딘 검색에서 안 나온걸로 보아 
아이를 낳고난 후 아이와 함께 다녀온 여행기('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 등)들이 처음 출간한 여행서인것 같다.
36개월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터키 곳곳을 한달동안 베낭여행했던 그녀의 자유롭고 깊고 따뜻한 여행기(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의 감동이 커서
바로 이어서 이 책을 읽었다. 

책의 '여는 글'쯤에 이런 대목이 있다.
 
"이 책이 당신에게 드릴 수 있는 것은 알짜배기 육아정보가 아니다. 나는 다만 당신에게 위안과 격려를 드리고 싶다. 
육아란 치열하게 공부해야 할 대상도 부담스러운 일도 아니며, 그저 이 순간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고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으로 충분한 일이라고,
학습지나 학원의 부추김에 호응하면서 초조하게 결과물을 채근하는 날선 부모의 역할에서 한번쯤 벗어나,
물속에 고기를 놓아주듯이, 새장의 문을 열어주듯이, 지금 눈앞에서 엉덩이춤을 추며 탐스럽게 하루하루 허벅지 굵기를 키워가는 아이의 다시없을 한 순간을 그저 어깨에서 힘을 빼고 즐겨보시라 권해드리고 싶다.
그렇게 스스로 뿌듯해하고 스스로 대견히 여겨보시라 권해드리고 싶은 것이다."


반가웠다.
모르는게 많고, 그래서 알아야할 것, 알고싶은 것도 많은 초보엄마인 내게 육아서들은 시험공부하듯 열심히 밑줄그으며 읽는 책이었다.
그런데 그런 육아서 읽기에 나도 모르게 좀 지쳐있었나 보다.
이 책은 '아이와 엄마의 대화', 그리고 대화끝에 떠오른 엄마의 생각들을 적은 일기들을 주제별(사랑, 성장과 성장통, 행복, 성, 변화, 우정, 감사, 수용, 나눔)로 묶어놓았다.  
그래서 '오소희 지음'이 아니고 '오소희 글'이다.
아이가 같이 쓴 책이나 다름없다. 아이의 '말'을 엄마가 '글'로 정리했다는 의미일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나는 대목이 참 많다. 
'와.. 네살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해?'하고 놀라게 되는 대화도 있고,
'후훗. 일곱살짜리는 이렇게 말하는구나' 하고 깔깔 웃게되는 대화도 있다.
그러나 시종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아이 마음의 곱고 여린 결을 섬세하게 짚어가면서 성심껏 대화하는 엄마의 모습은 
어떤 육아책보다 많은 가르침을 내게 주었다.
  
네살부터 일곱살까지, 흔히들 미운 나이라 하는 그 나이가 실은 얼마나 이쁠 나이일까..
이제 제법 제대로된 말로 제 느낌과 생각을 얘기할 수 있고,
사랑을 표현할 줄 알고, 엄마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아이가 곁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지고 근사한 일일까.

끊임없이 잔소리하고 악다구니해야하는 순간도 분명히 많으리라.
하지만 그러고나서 돌아서면 엄마를 향해 하트를 날리고, 씩 웃고, '엄마, 내 마음을 가져가. 이건 엄마 거야' 라고 말해주는 순간도 있으리라..

내 아이도 첫사랑에 마음아파하는 날이 올 것이다.
우주와 죽음에 대해 질문하는 날도 올 것이고, TV 만화에 빠져 칼과 총을 들고 '죽여~'를 외치는 날도 있을 것이다.
가로등 불빛아래 서서 매미가 날개를 펴는 과정을 온밤내내 지켜보고파 하는 날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 모든 순간에 나는 이 애 곁에서 어떤 이야기와 느낌을 함께 나누며 지내게 될까.

그 날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15개월이 잠깐이었던 것만 같으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놔야겠다. ^^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더 기대하게 되었다. 
아이와 함께 살아갈 날들을, 함께 자랄 날들을.
나도 더 정직하고 순수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거란 기대도 갖게 되었다. 

아이와 함께 더 많이 웃고, 얘기하고, 안아주고, 여행하고, 꿈꾸며 살아야지..
그래서 먼훗날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너를 만난 것은 내 인생에서 최고의 행운이고 행복이었어. 고맙다.'라고 얘기할 수 있기를...


이 가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마주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모든 분들께 이 책을 권한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