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자연육아'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01.18 시골집에 깃든 친구 - 홍성 솔이네에 다녀오다 22
  2. 2009.11.24 겨울아침을 여는 '심심 따끈 대추차' 14
  3. 2009.05.18 천기저귀로 바꿨어요 34




지난 가을에, 그러니까 10월 초에 충남 홍성에 사는 솔이네에 다녀왔었다.

그때 바로 사진만 올려두고 뒤이어 제주 여행과 이런저런 일들이 이어져 여지껏 글을 못 쓰고 있다가 

해가 바뀌고 눈에 파묻힌 한겨울이 되어서야 뒤늦게 갈무리해 올려본다.


토요일 낮에 마침 대전에서 대학시절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다.

결혼식만으로도 꼭 가보고 싶었던 대학시절 친한 친구와의 귀한 만남이었는데 '충청도까지 가는 김에 솔이네에도 가볼까?' 싶어 연락했더니 흔쾌히 어서 오라는 솔이엄마의 대답. 

그래서 기쁘게 대전들러 홍성으로 1박2일의 짐을 꾸려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나선 길이었다.

 


그립다, 저 뜨락. 

활짝 웃는 순영씨. 

호연이 호승이 명진씨 모두 잘 있는지.. 이 겨울, 솔이네 시골집 풍경은 어떤지.

궁금해서 훌쩍 다시 찾아가고싶다.

 








호연이네 텃밭에서 수확한 땅콩.

농사일 거들기(?)를 좋아하는 연수는 땅콩 따는 재미에 푹 빠져서 솔이엄마의 '아구~ 잘한다~~'하는 칭찬속에 호연이랑 둘이서 엄마아빠가 마당에 뽑아두고 바빠서 못 따고 있던 땅콩을 거의 모두 땄다. 역시 시골에서는 아이들 고사리 일손도 무시할 수 없다. ㅎㅎ



솔이는 호연이의 태명이고, 태어난 후에도 솔이엄마가 가족블로그였던 '솔이의 도시자연육아'에서 늘 솔이로 불러 내게도 그 이름이 더 익숙하다. 

연수와 동갑내기인 솔이는 태어날 때부터 아토피가 많이 심해서 솔이와 엄마아빠가 모두 고생을 많이 했다.

심한 아토피로 힘들어하는 솔이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여러 자연치료와 병원치료, 음식조절을 해나가던 솔이엄마아빠의 블로그 일기를 나도 눈물 삼키며 읽곤 했다.


솔이네와 우리 가족과의 인연은 연수 아빠가 총각시절에 열심히 활동하던(지금은 거의 이름만 올려놓고 있어 죄송한ㅡ.ㅜ) 청년회에서 시작되었다. 

솔이아빠도 이 청년회의 열심히 활동하는 회원이었고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고 아이낳아 키우던 솔이엄마와 나는 두 집 다 블로그를 쓴다는 공통점에 서로의 블로그를 오고가며 육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렇게 남편들을 통해 알게된 순영씨와 나지만 우리는 곧 남편들보다 더 가까운 친구이자 육아동료가 되었다.


나는 솔이엄마를 통해 '자연주의육아'라고 부를 수 있는 육아방법에 대해 알게 되었다.

출산 전에도 '황금똥을 누는 아기' 같은 책을 읽어서 자연주의 출산이나 육아에 대해 살짝쿵 알고는 있었지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알아보거나 내가 그렇게 아이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연수를 낳기 전에 내가 유일하게 준비하고 출산 후에도 열심히 하고 있었던 것은 모유수유 뿐이었다.  

모유수유는 그 즈음에는 산부인과와 소아과에서도 강조하고 있었고, 유명한 소아과 의사가 쓴 '삐뽀삐뽀 우리 아기 모유먹이기' 같은 책을 보고 나도 마음 단단히 먹고 어려운 고비들 헤쳐나가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던 차에 순영씨를 통해 조산원 출산과 천기저귀 쓰기,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 '이유식 다시 쓰기'와 같은 책들을 알게 되었다.

솔이네 블로그에 올라오는 솔이의 아토피 치료를 위한 모유수유와 엄마와 아기 모두의 음식조절, 풍욕 같은 여러가지 자연치유 노력과 자연주의 양육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정말로 든든한 선생님이자 동료를 만나게 되었다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연수가 8개월 되던 무렵부터 쓰기 시작한 천기저귀도 실은 순영씨가 솔이 신생아때부터 하는 것을 보고 '음.. 나도 한번 해봐야지.. 할 수 있을거 같아.. 아니, 해야지..'하고 엄두를 낼 수 있었고, 그 외에도 순영씨를 따라 용기내서 해보게 된게 참 많다.









음... 이 사진은 내가 너무 심하게 웃어서 영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나는 순영씨가 그렇게 좋다구. ^^;;;

자주 보지 못해도 한번 만나면 마음 깊이 담아두었던 이야기들, 묻고 싶고 나누고 싶었던 고민들을 얘기할 수 있는 순영씨가 있어 참 좋다. 

명진씨께 전해들은 말로는 순영씨도 나 만나는걸 무척 기다리고 좋아한다 하니(ㅎㅎ) 그리운 벗이 멀리 있어 안타깝긴해도 멀리서 이렇게 그리워하다 가끔 찾아가 만나는 기쁨은 참 크다.   


 


서울 신림동의 도시살이에서도 자연육아를 해나가기 위해 따뜻하고 소박한 노력을 정성스레 기울이던 순영씨 부부는 

재작년 겨울, 솔이가 네살이 될 무렵에 충남 홍성으로 터전을 옮겼다. 

평소 시골생활을 하고파했던 솔이엄마의 바램이 이뤄진 것이기도 하고, 솔이의 아토피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될 이주였다. 

서울에서 진보적인 인터넷언론의 기자로 일하던 솔이아빠가 마침 지역신문 기자라는 적절한 일자리도 찾을 수 있어서 솔이네는 마당과 텃밭과 감나무가 많은 시골집으로 떠났다.


한겨울에 시골의 한옥집에 둥지를 틀고는 기와지붕에 하얗게 눈을 덮어쓴 채로 나무보일러 가득 장작을 넣고 하얀 연기를 피워올리던 순영씨네 집 사진을 블로그로 보며 

나는 그 한옥집 마루에 앉아보는 날을 늘 상상해보곤 했다.

그해 여름에 나는 연호를 낳았고, 또 그 해 겨울에는 순영씨가 둘째 호승이를 낳아서 우리는 둘째들도 어슷비슷하게 키우며 살게 되었지만 홍성으로 순영씨를 한번 보러가는 일은 그만큼 쉽지가 않았다. 


순영씨는 음식솜씨가 참 좋다. 

나같은 어영부영 초짜 주부와는 달리 순영씨는 요리를 정말 좋아하기도 하고, 맛과 건강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또 어렵지않게 슥삭슥삭 깊은 맛을 낼 줄 아는 내공있는 진짜 요리사다. 

각종 반찬, 나물, 생선조림, 찌개, 죽.. 몇번 못 만났지만 순영씨는 늘 그녀가 차려준 밥상의 따뜻하고 흐뭇했던 맛으로 함께 기억되는 사람이다.

명진씨는 우리 신랑과 똑같이 4대 위해식품(육식+인스턴트 음식+술+담배)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인데(^^;;) 순영씨는 그런 남편에게도 맛있는 요리를 해주면서 아토피안인 아이와 모유수유중인 자신을 위해 다양한 채식요리를 건강하고 맛깔나게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자다.

10월에 벼르고 벼르던 순영씨네를 찾아가면서 나는 순영씨가 만든 맛있는 음식들을 먹을 생각만으로도 입가에 고인 침을 흐뭇하게 닦고 있았다. ^--------------------^


역시 내 예상대로 순영씨는 직접 담근 효소로 음료수를 만들어주었고, 녹두죽을 쑤어주고, 삼천포에 사시는 시아버님이 손수 잡아 보내주시는 물고기들을 맛있게 구워주었다. 

남편들은 모처럼 마당에 숯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먹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있었지만, 나는 순영씨가 내놓는 밑반찬들이 더 반갑고 맛있었다. 

시골집 뒷마당에 예전 주인이 쓰다 두고간 항아리들을 잘 살려서 올해는 장도 직접 담가보려고 하는 순영씨. 

그녀라면 능히 잘 해낼 일이고, 나는 그 곁에 한번이라도 더 가서 구경도 하고 장맛에 감탄도 하고 장독대 위로 떨어지는 단풍든 감나무 잎사귀나 쳐다보고 있어야하는데 

바다 낳고 그런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    










석유보일러와 나무보일러를 함께 쓰는 순영씨네가 가을이지만 밤으론 춥다며 임산부와 아이들을 위해 뜨끈뜨끈하게 난방을 해준 방에 누워 

나는 순영씨와 오래오래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

연수와 호연이는 어른들이 고기굽는 마당을 뛰어다니며 오래도록 밤하늘의 별을 보고 저희들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늦게사 잠에 곯아떨어졌고, 덩달아 신나서 젖을 물고도 자주 잠이 들었다 깼다 하던 둘째들도 겨우 잠든 뒤에 

그래서 아주 늦은 밤이 되어서야 순영씨와 나는 순영씨네가 시골와서 지냈던 지난 일년 이야기, 아이들 유치원 이야기-내가 초봄에 연수를 잠깐 유치원에 보냈다가 결국 다시 데리고 있기로 한 이야기와 호연이의 시골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이야기, 둘째들의 육아에 대해 두런두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순영씨는 나와 생각이 비슷하면서도 더 열려있고, 더 경험이 많다.

유아교육과를 나와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교사 생활을 했던 순영씨인지라 내가 아직 내 아이 하나만 키우며 겪고 생각하고있는 여러가지들을 교사와 부모 모두의 입장에서 더 깊게 바라보고 얘기해주었다. 

우리는 대안교육의 장점들, 그러나 그런 대안교육에 종사하는 교사나 학부모가 빠지기 쉬운 협소함, 공교육 안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계신 고마운 선생님들께 배우게 되는 열린 자세,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자세... 같은 것들을 얘기했는데 나는 이해받고 있다는 기분과 함께 따뜻한 위로와 잘 할 수 있을거라는 다독거림도 함께 많이 받았다. 


순영씨는 말이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진심이 담긴 그녀의 한 두 마디 말에 나는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확~ 풀리는걸 느끼곤한다.

이런 식이다. 

내가 셋째를 임신하고 나서 만나는 아기엄마들이나 할머님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고 여러 말씀들을 많이 하셨지만 주로는 '아고~ 힘들어서 어떻게 키우냐'하는 걱정을 담고 있어 듣는 나도 그 기운이 전염되어 의기소침해지거나 걱정하게 되는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순영씨는 전화로 내 셋째 소식을 듣고는 바로 환하고 밝은 목소리로 축하해주면서 "아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했다. 

나는 그 말이 참 좋았다. 

둘째들을 낳고보니 첫째와 둘째가 잘 놀 때는 엄마 마음도 흐뭇하고 엄마 손도 더 짬이 나서 아이 하나 키울때보다 좋다는 얘기끝에 나온 얘기였는데 순영씨가 "하나보다는 둘이 좋고, 둘보다는 셋이 좋지요"하고 말하며 다시 한번 내 셋째 임신을 축하해주어서 나도 기운이 나고 마음이 무척 밝아졌었다. 

힘이 있는 말, 힘들지만 굳은 의지를 가지고 헤쳐나가는 사람, 그리고 그 속에서 참된 행복과 보람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어서 들으면 힘이 나는 말. 그런 말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는 홍성의 도서관을 구경갔다. 

일전에 대안교육 잡지인 '민들레'에서 공간 이야기를 하면서 소개된 홍성의 '홍동밝맑도서관'의 회랑 이야기를 읽으며 '아, 여기 솔이네 동네네!'하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날좋은 일요일 오전에 뭘할까.. 하다가 아이들데리고 도서관나들이 가지 않겠냐고 순영씨가 물어서 내가 '밝맑도서관이 여기 있지 않냐'고 했더니 '바로 거기 가자는 얘기였다'며 순영씨는 웃었다. 

'거기 바로 옆에 생협도 있는데 빵이랑 과자랑 참 맛있어요. 그리 가서 아이들도 맛있는것 먹이고 우리도 놀다와요' 하길래

시골집 나무문에 붙었던 한지 뜯는 일만 부랴부랴 끝내고 나들이에 나섰다. 


새벽부터 일어난 아이들데리고 나는 동네 산책도 한바퀴 했고 아침먹고 나서는 아이들은 마당에서 놀고 과일 깍아먹으며 겨울준비 얘기하다가 문풍지를 새로 바르고 비닐도 붙여야한다는 말을 듣고 

사람 더 있을때 함께 하자고 내가 졸라서 겨울준비 중 큰 일의 하나인 문 손질에 나섰던 참이었다. 

고운 나무 문틀에 쌓인 먼지 닦는 일이 혼자 꾸역꾸역 하려면 힘들고 고단한 일이겠으나 모처럼 만난 친구랑 같이 닦고 긁어내고 하니 재미있기도 하였다. 

나는 왠지 내가 좋아하는 순영씨네와 그 시골집에 작은 일거리나마 거들 수 있는 것이 기분 좋고 오랫만에 나무 결을 만져보는 일도 즐거웠다.













밝맑도서관의 어린이열람실.

아이들 사이즈에 딱 맞는 작은 등나무 의자들(어른이고 살이찐 나는 살짝 엉덩이가 끼는)을 보며 '아 아이들이 여기 참 좋아하겠구나' 싶었다. 

아이에게 맞춰준 작은 세상, 그게 아이들에게 참 필요한 것 같다.



밝맑도서관은 오랜 역사를 지닌 홍성 지역운동의 기반 위에 서있다.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풀무학교'와 그로부터 뻗어나온 지역 생협과 다양한 농업, 교육운동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에 뿌리내리고 생활을 함께 하는 생활인들의 공동체로서의 홍동마을, 그 속에 있는 도서관이고 지역민의 사랑방이고 교육터다.


홍성 지역운동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는 내가 도서관 브로셔와 풀무학교 홈페이지를 슬쩍 본 걸로만 많은 얘기를 하긴 어렵다. 

이 날 처음 듣다시피한 '풀무학교' 이야기도 워낙 깊은 배경과 의의를 지니고 있어서 나도 천천히 알아보고 공부를 좀 해보고 싶어졌다. 

아무튼 하나의 마을을, 유기농업을 기반으로 다양한 협동조합, 생산체, 어린이집부터 고등대안학교인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농업에 관한 대학교육기관인 풀무학교 전공부까지 교육기관을 아울러가며 꾸려낸 홍성의 역사와 사람들이 대단하는 생각과 함께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어렵다고, 힘들다고 얘기하고 좌절하기 바쁜 도시의 소시민인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꿈꾸는 사람들은 지금도 이렇게 만들어내고 있는걸..

그 안에는 다양한 고통과 좌절과 정체와 퇴보도 있겠지만.. 그래도 큰 틀에서 숲은 이렇게 자라고 있는 것 같다.









돌 지나고 한층 의젓해진 연호의 16개월 무렵. 지금에 비해보면 또 한참 야기같다. ^^

여름 지낸후라 까맣고 머리는 짧고 눈은 땡글땡글하구나, 우리 아들. 

밝맑도서관에서 진짜 거하게 기저귀에 똥 한버럭 싸주셨는데... 아기 똥에는 복이 있다하니 재정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던 밝맑도서관에 작은 힘이나마 됐으면 좋겠다..(실질적 도움은 못드리공.. 죄송죄송) ^^;;;









도서관에서 내려오면 바로 생협으로 이어진다. 

느티나무 참 좋다..










생협이나 지역운동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도... 빵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홍성에 왔을 때는 풀무생협에 와볼 일이다.

홍성에서 맛있는 빵을 먹으려면 갓골에 오시라.

갓 구운 우리밀 빵과 과자, 그리고 풀무학교 학생들이 직접 키운 채소와 여러가지 식재료도 함께 구입할 수 있다.

나도 그런 사람의 하나로서, 

'맛있네..'를 연발하며 쿠키를 와삭와삭 먹으며 밝맑도서관에서 들고온 브로셔를 읽고 

작은 플랭카드로 만들어진 홍동마을 지도 속의 생협, 떡집, 쌀가루공장, 오리농법으로 짓는 풀무학교전공부 논, 수공업 가게, 갓골어린이집.. 등을 구경하다보니

따뜻한 가을햇살을 거저 쬐고 있는 것 같은 고마움과 부끄러움을 함께 느꼈다. 










솔이네는 언제까지 홍성에 살까.

아직 잘 모르겠다. 곧 다시 올라올수도 있고 오래 살 수 도 있겠지..

순영씨는 명진씨가 너무 일이 많아 바쁘고 힘들어한다며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더 보낼 수 있다면 서울로 돌아가는 것도 자기는 괜찮다고 했다.

근데 이제는 명진씨가 밭이 같이 있지 않는 집에서는 못 살겠다고 했단다.

일하면서 틈틈히 집앞의 텃밭 농사 짓는 일에는 순영씨보다 명진씨가 훨씬더 정이 들고 좋았던 모양이다.

그러니 어디가 됐든 명진씨는 텃밭농사를 지을 수 있고, 순영씨는 아이들과 아빠와 함께 시간을 좀더 많이 보낼 수 있는 곳에서 자연육아와 자연스러운 삶을 살기위해 노력하겠지, 이 맑은 사람들은. 

나는 또 놀러갈 수 있을테고.

참 고맙고 좋다. 

순영씨, 겨울 잘 보내요. 이렇게 써놓고.. 조만간 전화할께요. ^^












Posted by 연신내새댁
밥상2009. 11. 24. 22:23


대추차를 집에서 한번 만들어봤습니다.
똑순이랑 밥먹고 집안일하는 짬짬이 만들다보니 1박 2일이나 걸렸어요. ^^;;

새댁의 미숙한 손맛에 똑순이의 손때(?)가 더해진 끝에 탄생한 대추차의 맛은.. 
흠.
'구수하다'는 정도가 스스로 내릴 수 있는 가장 높은 평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며칠전 솔이네에서 먹어본 달콤한 맛이나,
예전에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사먹은 진하고 부드러운 대추차를 내심 기대했는데
제가 만든 대추차는 많이 심심했어요ㅠ.ㅠ 
첫술에 배부르랴.. 더 많이 해봐야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걸꺼야..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쌀쌀한 겨울 아침, 
따끈하고 심심한 대추차를 후후 불어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맛은 참 좋습니다. 
똑순이는 고명으로 띄운 잣을 건져먹는 재미에 푹 빠져있습니다.

막상 만들고 보니 (맛이 맛인지라ㅜ) 포스팅을 하기가 좀 부끄럽지만
'곧 이어 대추차 포스팅을 올리겠다'고 큰소리 쳐놓은 것도 있고
맛은 좀 심심해도 새댁이 열심히 만드는 모든 먹거리들을 묵묵히(?) 잘 먹어주는 식구들께 고마운 마음도 담아 제작과정을 올려볼까 합니다. 
자~ 그럼 똑순이와 엄마가 함께 만든 '심심 따끈 대추차' 제작기, 한번 보실래요~^^ 








우선, 물에 잘 씻은 대추를 칼로 손질합니다. 꼭지를 떼고, 씨를 빼고.. 
그런데 살림의 달인 부지깽이님 블로그에서 보니 다른 과실과 달리 대추는 씨도 약이라 함께 끓인다고 하데요.
다음에는 저도 씨를 넣고 해볼까 싶습니다. 
(고마운 댓글을 참고하여 첨부하면.. 씨만 먼저 넣고 20분 정도 달인후 건져내시고, 그 물에 대추살을 넣고 삶는게 좋다 합니다~^^;)







엄마의 대추 바구니를 홀랑 뒤집어 버리고 놀던 녀석이 대추 하나를 집어들고 유심히 살펴봅니다.

냉장고에 넣어둔지 꽤나 오래됐던 대추라 맛이 심심했나...
대추는 2~3년도 두고 먹을만큼 저장성이 좋은 과실이라고 듣긴했지만 그래도 새댁네처럼 냉장고에 그저 '방치'해둔 것보다는
제대로 잘 갈무리해둔, 아니면 갓 거둔 햇과실로 만들면 더 맛이 좋겠지요? (서툰 목수가 연장탓하고 있습니다..^^;;)








모처럼 벌어진 대추판에 신난 녀석이 작은 거실에 대추를 온통 널어놓는 통에 주워가며 손질하느라 무척 애먹었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렸고요. 그래도 이때까지는 1박2일이나 걸릴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발려낸 대추살만 넣고 푹~ 삶습니다. 솔이네는 배를 같이 넣고 삶았다 하시던데 그럼 더 달달하고 좋을 것 같아요.
감초나 생강을 같이 넣고 우리기도 한데요. 아이들도 그 향이나 맛을 좋아한다면 함께 넣어도 좋겠지요~.
센 불에서 끓이다가 끓으면 불을 줄여 오래오래 푹~~ 익혀줍니다.









대추가 푹 잘 익으면 체와 주걱을 써서 대추살을 잘 내려줍니다.
얇은 껍데기만 체에 남을 때까지 주걱으로 잘 훑어주는 것인데, 여기서 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손목이 좀 아픕니다.
첫날 저녁에 해보다가 '아고 이게 금방 끝낼 수있는게 아니구나' 싶어 그대로 덮어두었다
다음날 오전에 다시 천천히 하기 시작해서 점심먹기전에 겨우 끝냈습니다.

솔이엄마가 '대추차도 시간의 음식'이라 쓰신걸 본적 있는데.. 그 말이 딱 맞습니다.
시간과 힘(?), 정성 같은 것이 충분히 들어가야만 제 맛이 나는 음식들이 있지요.
그렇게 만든 먹거리들은 만든 이의 기운이 그대로 먹는 이들에게 옮겨지는 종류의 음식들인것 같아요.
그래서 먹는 이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든든하게 지켜주는게 아닐까.. 생각했네요.
우리 어머니들이 끓여주시는 곰탕같은 것들이 그렇듯이...










'시간의 음식'이 만들어지는 동안, 이 녀석도 나름의 방법으로 그 '시간'을 함께 합니다.
엄마가 대추껍데기를 발려내는 동안 똑순이는 제 식탁의자에 앉혀놓고 삶은 대추를 몇 개 떠주었습니다.
요 녀석, 숟가락으로 조금 맛을 보더니....










이내 엄마의 냄비를 차지해버렸습니다.
지난번 솔이네에서 처음 마셔볼때부터 달달한 대추맛을 넘 좋아했던 똑순입니다.
푹 고아진 대추맛을 보자 완전히 열광해서 손수 체로 푹푹 건져먹기 시작했습니다.









우여곡절끝에 겨우겨우 껍질을 다 발라낸 대추차입니다.
이 액을 다시 한번 약한 불로 오래 끓이면서 졸여줍니다. 바닥에 눌러붙지않게 중간중간 잘 저어주면서요.
이 과정없이 그냥 바로 물에 타서 먹기도 합니다. 그러면 조금더 연한 대추차가 되겠지요.






휴~~ 긴 기다림과 노동끝에 대추차가 완성되었습니다.
다 먹고 씻어둔 작은 유리병으로 한 병에 딱 찼습니다.
맛은 심심해도, 완성된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젤로 맛있는걸 만들어낸 요리사마냥 뿌듯했다지요. ^^~










몹시도 추웠던 지난 주, 오후 햇살이 비치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주 잠깐 놀고 왔을 뿐인데도 
똑순이랑 엄마가 모두 손이 꽁꽁 얼었어요. 
자~ 이때를 위해 준비했다! 드디어 '대추차'를 마실 시간입니다^^  








'오호홋~~~ 내가 좋아하는 대추차다!'
동동 뜬 잣부터 먼저 모두 건져먹고...









따뜻한 찻물도 조심조심 떠서 마십니다..










'음~ 좋은데~' 심심 따끈 대추차가 똑순이 입맛에는 썩 잘 맞나 봅니다.
네가 먹고 있는건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란다~ 흠흠. ^^;;










'엄마, 담엔 쪼금만 더 달달하게~! 부탁해~'

냉장고에는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대추가 한봉지 더 있습니다.
두번째는 조금더 잘 할 수 있겠지요... 
언제든 놀러오세요. 따뜻한 대추차 한잔 대접할께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5. 18. 15:02


한 이틀 비가 시원하게 잘 내리더니 오늘은 날이 화창하게 개었습니다.
며칠만에 보는 환한 햇살이 무척 반갑습니다.
야~ 오늘은 천기저귀 안 다려도 되겠어요~! ^^

한 달쯤의 적응기간을 거쳐 똑순이 기저귀를 종이기저귀에서 천기저귀로 바꿨습니다.
진즉부터 천기저귀를 쓰고 싶어 준비는 다 해놓고 있었는데
막상 아가가 태어나고 나니 모유수유하랴, 아기 잠재우랴 너무 정신없고 힘들어
천기저귀까지 쓸 엄두를 못 냈습니다.

그러다 평소 알고지내던 솔이네의 '도시자연육아' 블로그에서 천기저귀 이야기('똥기저귀 빠는 아빠' 외)를 읽고
새댁도 다시 용기를 내보기로 했습니다.(고마워요, 솔이엄마아빠~~!^^) 

똑순아빠는 결사반대했습니다.
이 분이 워낙 다정한 분이라 새댁이 하는 일에 좀처럼 반대를 않으시는데
이번에는 너무 강경하게 나와 새댁도 순간 주춤했습니다.

사실 출산전에 둘이 의논해서
신랑이 기저귀 빨래를 맡기로 하고 천기저귀를 미리 준비해둔 거였거든요.
그런데 똑순이 태어나고 얼마 안있어 신랑의 회사일이 넘 바빠졌습니다. 
주중에는 거의 매일 야근을 하고 밤늦게서야 퇴근하는 통에 똑순이 얼굴도 아침 잠깐밖에 못봅니다. 
똑순이와 새댁이 깊이 잠든 밤에 돌아와서 혼자 기저귀 빨래를 돌리고 널고 자는건 신랑에게 넘 힘든 일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빨래도 새댁이 할테니 걱정말라고 해도 신랑은 계속 반대했습니다. 
지금도 힘든데 더 힘들 필요가 뭐 있냐고, 그냥 종이기저귀쓰고 그 시간에 더 쉬거나 새댁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것이었지요.
그 말도 일리가 있었지만, 새댁은 천기저귀가 무척 쓰고 싶었습니다. 

새댁은 여러모로 좀 민감합니다(한예슬도 아닌데..ㅎㅎ)
좀 촌스럽게 민감해요. ^^;;
새가구냄새, 새집냄새, 새옷냄새, 종이생리대 냄새.. 이런 것을 맡으면 머리가 심하게 아픕니다.
신랑은 잘 모르겠다고 하는 옅은 냄새에도 새댁 몸은 금세 반응합니다.
시골에 갔다 서울로 돌아올 때면 서울냄새도 맡습니다. 숨이 살짝 막히고 어딘가 매캐한 서울 냄새.. ㅠㅠ
똑순이는 이런 엄마의 민감함은 안 닮았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어떤지 잘 모르겠어요. 

한참 정신없던 신생아시절이 지나고나자 똑순이 기저귀를 갈아줄때
종이생리대를 하다 면생리대를 하면 훨씬 기분도 상쾌하고 머리도 덜 아팠던 새댁의 경험이 생각나며
혹시 울 똑순이도 그런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결정적으로 똑순이 종이기저귀 냄새를 맡고 역시나 예민한 새댁의 머리가 띵~하고 아파오는 것을 보고는
천기저귀를 쓸 결심을 굳혔습니다. 

신랑이 워낙 반대를 하였는지라
처음에는 신랑 몰래 천기저귀를 써보기 시작했어요. ^^
낮에, 똑순이가 똥을 한번 싸고 나면 천기저귀를 채워서 한 2~3장만 써봤습니다. 
처음엔 오줌기저귀만 물에 잠시 담궈뒀다 건져서 세탁기돌리고, 널어 말리는 것도 힘들더라구요. 
안그래도 바쁜 낮에, 안하던 일 한가지가 더 늘었으니까요.
어쩌다 똑순이가 천기저귀에 똥이라도 싸면 갑작스런 대형사태에 당황해 쩔쩔매기도 했고요~ㅋ

그렇게 낮에 천기저귀 쓰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고, 똥기저귀에도 제법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는데 2주쯤 걸렸습니다.
그때 신랑에게 커밍아웃을 했지요. '나 천기저귀 쓴다~'
신랑, 웃으며 '어찌 말리겠습니까' 했습니다. ^^

그 뒤에는 밤에도 천기저귀를 써보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똑순이는 기저귀가 젖었다고 해서 울거나 낮잠자다 깨지 않더라구요.(푹 젖어도 넘 잘 놉니다.. 똑순이는 민감한 엄마과가 아니라  덤덤한 아빠과인듯..;;;)
사실 똑순이 신생아 시절에 천기저귀 쓰기를 겁냈던 제일 큰 이유는 
안그래도 잠들이기 어렵고, 쉽게 잘 깨는 똑순이가 
흡수력좋은 종이기저귀가 아닌 한번 젖으면 계속 축축한 천기저귀를 하면 잠을 더 못 잘까봐 무서워서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천기저귀도 아기 잠을 그리 방해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럴줄 알았으면 진즉 쓸껄.. 아쉽습니다. 
대신 잘때나, 깨어있을 때도 종이기저귀보다 좀더 자주 갈아주긴 해야하더라구요.
젖은 기저귀를 오래하고 있으면 발진이 쉽게 생기니까요. 

기저귀량이 늘어나자 세탁이 좀 문제였는데 그도 나중엔 숙달되었어요.
다행히 똑순이는 기저귀에 많이 안묻는 되직한 똥을 하루에 1~2번밖에 안싸서 똥기저귀가 그리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물에 좀 불려놓으면 쓱쓱 쉽게 애벌빨래를 할 수 있어 
걱정했던 '똥기저귀빨다 손목 다 상한다'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듯 합니다. 

처음엔 세균걱정에 똥기저귀는 애벌빨래후에 무조건 삶았어요.  
햇볕 쨍쨍한 날에는 일광소독이 되니 세탁기에 빤 기저귀를 잘 말렸다 그냥 쓰고, 
비오거나 흐린 날에는 다림질을 한번 해서 씁니다. 
가끔 한번씩은 삶아도 주고요. 
다행히 살균이 잘 되는지 똑순이 엉덩이는 뽀송뽀송합니다. ^^
  






쨍쨍한 날, 햇볕에 잘 마르는 하얀 기저귀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다 빨아진 기저귀를 탁탁 털어 널 때 기분도 좋고요.
"아고~ 밥순이, 빨래순이 힘들기도 하다~~~~" 한탄을 하면서 탁탁 털면 박자도 잘 맞고 그림도 잘 만들어집니다.
가끔 똑순이가 한쪽을 잡아서 둘이 같이 탈탈 털고 쭉쭉 잡아당겨 펴기도 합니다. 
 
아! 다듬이 방망이까지 있으면 완전 딱일텐데~ 
가끔 다림질하면 약간 뻣뻣한 기저귀천이 보드라와져서 감촉이 참 좋아지거든요. 
탁탁탁~ 다듬이질까지 하면 육아 스트레스 해소에 아주 좋을 듯합니다~ 
신랑이 늦게 들어와도 탁탁탁~ 똑순이가 집안을 어질러도 탁탁탁~~ㅋㅋ

기저귀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것도 참 좋아요. 
20L 쓰레기 봉지도 며칠 안걸려 금세 채우고마는 아가 기저귀 쓰레기를 보고있으면 마음이 답답해지곤 했거든요. 
저 썩지도 않는 쓰레기를 이렇게 많이 만들어내서 어쩌나...
한달에 7~8만원씩 여유가 생기는 것도 반가운 일이고요~^^

암튼 이래저래 참 좋습니다. 천기저귀~~~^^
아무래도 하루 1~2번쯤 기저귀만 모아 세탁기를 돌리고, 널고, 개고 하는 일이 적진 않지만
써보기 전에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그리 힘들진 않습니다. 마음도 훨씬 편하고요~

첫째때는 엄두가 안나 못 썼다던 저희 새언니도 둘째 조카는 신생아때부터 천기저귀를 쓰시길래 무척 반가웠습니다.
새언니도 기저귀 쓰레기 안나오는 것이 젤로 기분좋더라고 하시네요.
그 얘길 들은 똑순아빠가 한마디 했습니다.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왜이리 많냐..."
그러고 툴툴거리면서 똑순아빠, 쉬는 날엔 천기저귀들 열심히 접고 있습니다.  

똑순이가 언제쯤 기저귀를 뗄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고맙게 잘 쓸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비온 뒤 화창하게 갠 북한산 한장 찍어보았습니다. 5월이 짙어가고 있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