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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0.20 가을 한 때
  2. 2018.09.07 백일홍을 보다가
umma! 자란다2018. 10. 20. 21:26



친정 부모님들이 홍시와 밤, 김치 등 가을 먹거리를 풍성하게 담아서 택배를 보내주셨다.
아이들 맛 보여주라고..
제 때에, 그 계절의 맛을 보여주고 싶으셔서.
지금 한창 자라고있는 밭의 배추와 무를 솎아서 담근 김치까지.
시댁에서는 햇고구마를 한 박스 캐서 보내주셨다.

덕분에 신도시 아파트, 텃밭농사도 안짓는 우리집 베란다에도 가을이 도착했다.





아이들 키우는 일이 참 쉽지 않다.
제 때에 무언가 필요한 것들을 잘 채울 수 있도록 보살피고 가르치는 일을
나는 잘 하지 못해서
우리 아이들은 공부며 생활습관, 건강.. 여러모로 허술하고 부족한 면이 많다.

그래서 아이들을 두루 잘 보살피는 주위의 언니들이나
후배맘들을 보며 참 대단하다.. 생각하고 반성할 때가 많다.
도시의 복잡하고 바쁜 삶속에서
아이들 키우며 살뜰하게 살림하며 살아가는게 참 쉽지않은데
어떻게 그렇게 잘 해내시고들 계실까..
정말 부지런히 애쓰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살수록 느낀다.





음식이 때가 있듯 아이들 키우는 것도 다 때가 있겠지..
지금 우리 아이들은 어떤 때인지..
가을 햇볕 아래 많이 뛰어놀며 알밤처럼 영글기도 해야할 때이고
편식하는 습관을 이제는 고쳐야할 때이고..
또 어떤 때일까.
내가 놓치고 있는 때는 무엇일까..
아이들에 대해서도, 나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해본다.





부족한 것은 부족한 것이고
우리가 함께 바라보는 이 가을은 참 아름답다.
마음에 이 한 때를 잘 간직하자.
아쉬움도, 희망도, 보살펴주시는 사랑도, 함께 살아가는 오늘 속에 녹아들던
빛나는 가을을.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9. 7. 22:52

우리 아파트 단지안에 백일홍 나무가 참 많다.
작은 나무도 있지만 가지를 넓게 벌린 키 큰 백일홍 나무도 여럿 있다.

백일동안 붉은 꽃이 피어있어 백일홍이라 불리는 ‘배롱나무’.
친정집에서 가까운 강릉 오죽헌에는 아주 오래되고 고운 배롱나무들이 많다.
도종환 시인의 시 <배롱나무>에서 한 꽃이 백일을 가는게 아니라
작은 꽃들이 피었다 지고 또 피고 지고 하며 백일 동안 나무가 붉은 것이라는 구절을 읽은 뒤로는
배롱나무를 보면 괜히 한번더 쳐다보게 되었었다.

아파트 마당의 배롱나무들을 보며
고향 생각, 시 생각에 애틋한 맘이 들어 한번 그려보고 싶었다.
이 작은 배롱나무는 단지안에 있는 정자 옆에 있다.





우리 인생도 그럴지 모른다.
빛나는 어느 한 시절이 계속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시절의 꽃이 지면 또 다른 시절의 꽃이 피고,
피고 지고 피고 지고..
모두 다른 꽃, 삶의 다른 시기들에 저마다의 곱고 빛나는 꽃들을 피워내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며칠전 한결 시원해진 바람을 맞으며 걷다가
나뭇가지에 무성한 푸른 잎들을 보았는데
이 잎들은 모두 올해 이별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슬펐다.

생명은 피고 진다.
아이들 교육방송을 보다가 우리 몸의 세포는 7년마다 거의다 새로운 세포로 바뀐다는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7년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세포로 보면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라는 얘기.
(그런데도 나를 계속 같은 ‘나’라고 할 수 있을까?를 묻는 어린이 철학 강의였다^^;;)

나날이 새롭고, 매일 변하고, 매순간 피고지는
백일홍 꽃, 배롱나무, 나, 우리들.
매일매일은 비슷한 것 같지만
부단히 달라지고 있고
큰 리듬을 타며 중요한 한 굽이 한 굽이를 넘어가는..
산다는 건 쉬운듯 하면서도 참 어려운 일인것 같다.

가을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