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동안 강릉집에서 잘 쉬었다.
내 손으로 짓고 차리지않아도 삼시세끼 따순 밥이
나와 내 아이들의 입으로 (일주일이나!!) 들어오는 지구상에 몇 안되는 곳..^*^




근데 엄마를 너무 고생시켰다.
아침밥상 차려질때까지 이불속에 누워있기, 밤에 아이들 재워놓고 혼자 옆방에 이불펴놓고 쏙 들어가 책 읽고있자니
이 집에서 보냈던 소녀시절로 돌아온 것 같아
서른여덟살 아줌마는 혼자 슬며시 웃기도했다(헤헤~^^;)

엄마가 아니면 내가 어디서 이런 호사를 누릴까..
하지만 엄마도 어느새 예순여덟이란 낯선 나이의 예쁜 할머니.
엄마를 너무 고생시키면 안되는데ㅠㅠ
아직도 철부지인 딸은 펄펄한 외손주 셋을 할머니한테 다 맡겨놓고
주는 밥 받아먹고 뒹굴뒹굴 쉬었다.
언제 엄마한테 삼시세끼 맛있게 차려드리지..




아이들 청은 다 들어주시는 외할아버지는
경포호수와 바닷가를 한바퀴도는 마차를 태워주셨다.
모래사장에서는 언제 해도 아슬아슬 재미있는 파도 기다렸다 도망치기 놀이를 하고...

깔깔거리며 뛰는 연수연호 옆에는
막 대학생이 되었거나 아직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청년 세명이 딱 붙어서서
우리 꼬마들과 똑같은 놀이를 하고 있었다.
예뻤다.
얼마나 좋은가.. 친구들과 함께 동해바다를 보러왔던 젊은날의 추억은.

강릉에서 나고자란 나는 늘 바다보기를 좋아하지만 바다를 볼때의 마음은 그때마다 다르다.
세월호 생각이 나서 바다를 보는 마음이 슬펐다.
젊은 청년들을 보니 더 아팠다.





강릉에서 지내는동안 눈이 하루 왔다.
춥지않은 날씨에 금방 녹았지만 아이들과 많이 구경하고 마음에 시원하게 담아왔다.
올겨울은 가뭄이 심해서 봄에 물이 부족하진않을까.. 걱정된다.
땅과 멀리 떨어져사니 농사 물 걱정까지야 못하지만 아버지보시는 농민신문을 보니
벌써 강원도 산간지역은 지하수가 부족해 식수난을 겪고있다는 소식이 실려있어 걱정스러웠다.
작은 냇물, 강들이 마르면 큰강도 물이 줄어들겠지.. 도시의 뿌리없는 삶은 더 불안하다.



2월에는 포근한 눈이 한번에 너무 많이는 말고, 적당히 적절히 와줘서 마른 땅을 해갈해줬으면 좋겠다.

돌아온 서울집은 포근하다.
내 집, 다시 내 손으로 삼시세끼! 어설픈 실력이지만 내 아이들과 남편과 지지고볶고 밥상차리고 치우며 아옹다옹 지내는 소중한 일상, 다시 시작했다.

고향집의 엄마아빠 보고싶다. 오늘은 집이 오랫만에 다시 고요해졌겠네..
연제의 '하부느은~? 함미느은~?' 찾는 목소리가 귀에 선하실텐데.
사랑하는 엄마아빠, 편히 주무셔요.
건강하게 잘 자란 수호제 데리고 여름에 또 외가집 마당으로 뛰어갈께요.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