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15. 1. 15. 00:08







내 큰아이 연수가 새해에 여덟살이 되었다. 

연수 만날 준비를 하며 이 블로그를 처음 쓰기 시작했으니 연수가 태어나 자라는 8년이라는 시간을 블로그 이웃분들이 함께 지켜봐주신 셈이다. 
꼬물꼬물하던 아기 연수(태명이 '똑순이'여서 한동안 계속 똑순이로 불렀던)가 어느새 훌쩍 커서 여덟살이 되다니.. 
새 봄엔 초등학생이 된다니.. 
매일 같이 살아온 엄마도 이렇게 얼떨떨한데 이웃분들은 얼마나 신기하실까. ^^

요즘 연수는 말도 못하게 개구장이짓을 하기도 하고, 까칠하고 예민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떄도 있다가, 팩 토라지고, 까르르 웃고, 펄쩍펄쩍 날뛰고, 조용히 집중하고, 버럭 화내고, 아기처럼 안기고, 세상 모든 것(특히 어른들의 일)이 궁금했다가, 또 제 세상(로봇과 레고와 초콜렛과 바보똥개멍청이쉬야 동생들과의 놀이)만 중요하다가... 를 하루에도 수십번 반복하는 것 같다.

무슨 사춘기 청소년도 아니고.. 고작 여섯해하고 조금 더 산 녀석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다가 엄마는 마음도, 머리속도 뒤죽박죽 부글부글 폭발 일보직전이 되기 일쑤다. 

큰 아이 키우는 일은 엄마도 처음 가보는 길이라 제일 어렵고 힘들다고 하던데... 나도 정말 그렇다. 
연수에 대해서는 참 걱정되는 일이 많다. 
그리고 잘못한 일도 정말 많다. 
엄마가 늘 참 부족하다.

둘째, 셋째 아이들을 대할 떄도 잘못하는 일들이 많다. 
오히려 첫 아이라서 더 많이 신경쓰고, 더 열심히 정성을 기울였던 일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보다는 처음이라서 서툴고, 빨리 바로잡지 못하고, 지난 후에 후회하고 미안해하는 일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아이들의 기질은 언제쯤 드러날까.

연수는 아기시절에는 퍽 차분한 아기였다. 신생아시절 잠이 자주 깨고, 많이 우는 예민한 아기이기는 했지만 조금 큰 뒤엔 생활리듬이 안정되어서 잘 먹고 잘 잤다. 호기심이 많았고, 무엇이든 한참씩 들여다보고 만져보기를 좋아했다. 잘 웃었고, 걸어다니는 걸 좋아했다. 고집도 세고 떼쓸 때도 있었지만 어디서든 잘 놀아서 크게 힘들지 않게 엄마와 쿵짝을 잘 맞춰가며 유아기를 보냈던 것 같다. 


첫번째 동생인 연호가 태어날 무렵, 그러니까 네살 즈음에 처음으로 연수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 

놀이터에서 만난 친구들을 밀어 넘어뜨리기도 하고, 왁~!하고 소리질러 놀래키거나 울리기도 하고 좀 무섭게 굴 때가 있어서 '왜 그럴까.. 무슨 이유일까..'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아기 동생 돌보느라 힘들다는 핑계로 종종 보여줬던 만화영화들의 영향일까.. 아니면 본래 기질일까.. 그도 아니면 엄마가 연수에게 화를 내서 보고 배운걸까.. 동생이 생겨서 연수도 한층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걸까..


뾰족한 답은 못 찾은 채로 시간이 흘렀다. 
다행히 연수의 공격적인 행동은 천천히 사라졌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집에서 어린 동생과 엄마와 지내는 시간들도 그럭저럭 평화롭게 흘러왔다.  

말을 더듬는 것 때문에 한참 고민한 것도 그 무렵이었는데, 같이 서서히 좋아져서 지금은 말을 빨리 해서 다른 사람들이 잘 못 알아듣는 경우가 자주 있기는 하지만 더듬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그런데 일곱살이 된 올해, 참 여러모로 연수의 기질이랄까, 성격같은 것이 또 도드라지게 마음에 걸렸다. 

많이 성장하는 때여서 그런걸까.. 

사춘기 시절이 그렇듯이 일곱살 무렵도 갑자기 몸도, 마음도 쑥 크는 때여서 아이도 혼란스럽고, 보살피는 어른도 같이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는걸까.


일곱살이 된 연수는 때때로 눈에 띌만큼 거칠게 말하고, 동생들에게 거칠게 행동할 때가 있었다.

타인의 아픔에 잘 공감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자기 생각만 앞세우거나 제 관심과 호기심에 마냥 몰두할 때가 많았다.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하다보니 엄마와 자주 부딪치고, 동생이나 친구들과 놀때도 자기 뜻대로만 하려했다. 

동생들이 울 때도 많았고, 동생이 제 말을 안 듣는다고 연수가 삐져서 혼자 씩씩대고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버리거나 화를 낼 때도 많았다. 


말도 꼭 만화영화에 나오는 여중생 누나들처럼 팩팩! 던지듯이 하고, 따지고 묻고 비아냥거리고 성내는 말투를 너무 자연스럽게 구사해서 

'내가 얘한테 뭘 잘못하고 있나..'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엄마 스스로에게 던지며 멍 해지게 만들곤 했다. 


참.. 왜 이런걸까. 

엄마가 잘못한 일들도 많았다. 

연수의 요구를 많이 들어주었지만, 제 욕구를 조절하는 법을 가르쳐주진 못한 것 같다. 

'아직 어리니까..'라고 하기엔, 연수는 너누 자기 주장을 굽힐 줄 모르고, 제 욕구의 적절함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보지 않고 무조건 관철시키려고만 하고 있다. 

제 바램과 다른 사람의 바램을 잘 조절하는 일.. 어른도 쉽지 않지만, 아이에게도 꼭 필요한 일이다. 

조화로운 사고와 태도는 삶속에서 꼭 배우고 몸안에 익혀야한다... 나는 연수에게 그런 것을 가르쳐줘야 한다.







또 다른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어떤 불만, 질투, 속상한 감정 같은 것이 잘 풀리지 않는채로 연수의 마음속에 계속 깃들어있다가 

작은 상황 하나에도 팍! 하고 불이 붙어서 터져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연제가 태어나 두 돌 가까이 크기까지 가족 모두 조금씩 힘든 몫을 감당하며 지냈는데, 특히 연수도 힘든 일이 많았다. 

동생이 태어났지만 저도 아직 아기였던 연호조차 눈치껏 철들어가며, 나이보다 훨씬 의젓하게 행동하며 자란 2년 동안 

연수는 엄마에게 제일 많이 야단맞고, 제일 적게 엄마와 같이 있고, 불만도 많고 속상한 것도 많은 채로 지냈다. 


동생들을 더 따뜻하게 대했으면,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짜증내고 토라지지 말고 지냈으면, 자기 뜻대로만 해야한다고 고집부리고 화내지 말았으면, 욕심내지 말았으면...

엄마는 많이 바랬고, 연수를 안아줄 시간은 늘 부족했다. 

연수가 많이 커서 친구들과 노는 것도 좋아하고, 동생과 꿍짝맞춰 잘 노는 시간도 많아졌지만

그래도 아직 연수도 밤에 잘 때 엄마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어하고, 엄마에게 매달리고 업히고, 책 읽어달라 저랑 놀아달라 조르고 싶은 어린 아인데

그 마음을 참 많이 못 받아주며 지낸 시간이었다. 









엊그젠가 연수가 또 무슨 일로 팩 토라지는 것을 보고 명선 이모님이 '큰애는 사랑을 못 받아서 그러는 거고요..' 하셨는데 나도 요며칠 이 글을 쓰며 그런 생각을 깊이 하고 있었다. 

큰 아이들은 정말 그렇다.

어린 동생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지는 엄마의 포옹, 입맞춤, 다정한 눈길, 무슨 일이 있으면 우선 그 애 편이 되어주는 든든함.. 그런 것들이 첫째들에게는 늘 제일 부럽고 아쉬운 것일 것이다.


그래서 부모가 보기에는 그동안 제가 제일 많은 것을 받았고, 지금도 집에서 제일 좋은 것, 제일 큰 자리를 누리고 있는데도 

걸핏하면 토라지고 속상해하는 첫째 아이를 '너무 자기 중심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그만큼 그 아이 마음에 결핍된 무엇이, 허전하고 속상한 무엇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12월에 연수 어린이집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공연을 했다. 

많이 컸구나.. 내 첫아기.. 새삼 마음 뭉클해지는 시간이었다.

연수는 어린이집 가기를 늘 힘들어했다. 엄마와 동생들과 집에서 같이 놀고 싶어서 미적거리다가 떨어지는 않는 엉덩이를 마지 못해 들고 겨우 10시쯤 집을 나섰었다. 

여섯살, 일곱살.. 두 해를 그랬다. 

갓난아기 동생을 키우는 엄마가 동생들과 곤한 낮잠을 자느라 연수의 하원시간은 늘 오후3시반, 4시가 되었다.


다니기 싫어하는 어린이집을 엄마가 힘들어서 그만 두게도 못하고, 

그렇다고 씩씩하게 재미있게 다니도록 힘을 북돋아주지도 못하고, 

좀 재미있는 행사가 있는 날은 그런대로 신이 나서, 그렇지 않은 날은 집에서 동생과 계속 놀고 싶어하는 녀석을 겨우겨우 등 떠밀어서 보내며 지내온 시간.

연수에게는 이 시간이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그래도 다행히 어린이집 친구들을 좋아하고, 같은 아파트에서 늘 신나게 어울려 놀아서 그런 추억은 좋게 남을 것 같지만 '어린이집 다니기'는 싫은데도 억지로 해야했던, 아픈 기억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어린이집에서 했던 활동과 배움들을 싫어했던 것은 아니지만, 가족과 떨어지고 싶지 않았던 마음을

그 마음을 잘 다독여주고 충분히 풀어주지 못했던 것이 연수를, 그리고 나를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새롭게 다니게될 초등학교 생활을 연수는 많이 기대하고 있다. 

초등학생이 된다고 어깨가 으쓱하기도 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 기대되기도 하는 것 같고.. 무엇보다 '일찍' 집에 온다는 것을 무척 신나한다. ^^;;

12시, 1시에 집에 와서 연제랑 많이 놀아줄거라고, 연호는 어린이집에 가니 자기보다 더 늦게 올 거라고 신나게 얘기하는 연수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짠하다..

연수야.. 엄마가 많이 미안하다.

많이, 많이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너에게 다른 어떤 가르침보다.. 네 마음의 서운함을 풀어주는 것이, 그냥 엄마의 따뜻한 말 한마디, 눈빛 한번으로 네 편이 되어주는 것이 

너 스스로 너 자신을 너그럽고 여유로운, 따뜻한 아이로 자라게 해줄 것 같은데

어린 나이의 너를 자꾸 날서게 해서 엄마가 미안해.

엄마의 마음 밖으로 자꾸 내몰아서 미안하다.


앞으론 더 너를 품어주고, 끌어안아주려고 노력할께.

여덟살 연수. 사랑한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