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열살이 된 연수.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을 맞아 신나게 '놀고' 있다.

하루 종일 논다.
쉬지않고 논다.
동생들과 방방 뛰면서도 놀고, 티비 만화에도 한두시간 쏙 빠져서 보고, 레고랑 보드게임하면서 놀고..

나름의 방학숙제로 '만화책 한권 그리기'를 정했던데 몇페이지 그리다 말고,
일기는 아직 한편도 안썼고,
권장도서만 몇권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었다.

그러다가 어제 내 잔소리를 듣고
A4 한장으로 나온
'체험학습 보고서'를 겨우 썼다.



참 짧게도 쓴다.
맞춤법도 틀리고ㅠ

그래도 한 구절이 쓰린 엄마 속을 토닥여주었다.

"비올때 빗소리를 듯고"

문학적 감수성이 있어서라기 보단
'무엇을 보고 듣고 체험했나요?' 하는 질문에 지극히 충실하게
들은 것을 떠올려 답하려다보니
빗소리 들은 것이 기억에 남아서 쓴게 틀림없는 열살 사내아이.

요즘 나는 '아이 잘 키우는 법' 같은 것은 하나도 모르는 사람처럼
어설프고 대중없고 '어쩌지..' 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그저 즐겁게 웃으며 이 순간들을 보내주는 것만도 고맙다.. 생각하기도 하고
'이렇게 지내도 괜찮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헤메는 엄마이기는 둘째, 셋째에게도 마찬가지지만
첫 아이를 보면서는 더 아리송해져 버린다.
이제 열살.
아직 열살.. 벌써 열살.

십년치 사랑이나 뜨뜻한 국에 말아 잘 먹여주며 살아야지...

오늘도 고마웠다, 연수야.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