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2014. 3. 26. 22:44




- '마법사 모자'를 쓴 연호. ^^




며칠전에 옷장을 뒤적거리다가 처녀시절에 입던 치마를 찾아서 꺼내 입었다.

연제 낳고 1년 사이에 살이 많이 빠져서 처녀시절 옷들이 다시 맞는다. ^^ 

레깅스 위에 입으니 편하고 이쁜 평상복이 되었다.


연수랑 연호랑 '엄마 예쁘다~~'며 와서 안기고 웃고 만져보고 하더니 

연호 하는 말.



"와~ 엄마, 예쁘다~ 공주 같아! 우리 엄마가 '공주 엄마'가 되었네!"



회색 치마 한 벌로 단숨에 '공주'가 되다니.. 역시 엄마는 좋구나. ^^



"엄마, 엄마 <겨울왕국>에 엘사 같아~, 엄마는 엘사 해, 나는 안나할께! 언니! 언니~!" 



'언니, 언니' 부르며 매달리는 둘째 아들의 꽃처럼 곱고 어린 얼굴을 바라보면서 

정말로 공주 부럽지 않은 행복을 내가 지금 누리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했다. 



아이들은 엄마를 참 좋아한다. 

어쩌면 그리도 절절한 사랑을 보내주는지...

엄마가 한 삼일 머리를 안 감아도, 이 사이에 빨간 고추가루가 끼어있어도, 젖이며 반찬 얼룩이 묻은 티셔츠를 며칠째 못 갈아입어도

아이들은 그런 엄마 품에 한번이라도 더 안기고 싶어하고, 엄마 얼굴에 뽀뽀하고, 엄마 옷에 머리를 묻고 엄마 냄새를 맡으며 좋아한다.


어린 아이들의 그 부대낌과 매달림이 고단하고 힘들다가도 

문득 '엄마가, 내가 그리 좋을까.. 요 녀석들이 언제까지 요렇게 엄마라면 무조건 좋아 좋아! 하고 안겨올까' 생각해보면

이 시절이 그리 오래 남지 않았음을 알겠다.

그래서 지금의 이 조건없는, 절절한 사랑이 가슴 뻐근하게 고마워진다.


일곱살 연수도 아직 엄마를 다른 사람과 비교할 줄 모른다. 

제 엄마가 그냥 제일 좋을 뿐이다.

다른 엄마들처럼 예쁘게 화장도 하지 않고, 옷도 맵씨나게 입을 줄 모르는 엄마인데도 

그저 세수만 해도, 머리만 한 번 빗어도 '우리 엄마 참 예쁘다'고 감탄하고 (ㅎㅎ;;;) 

젖먹이 동생을 달고 후즐근한 차림으로 정신없이 하루를 살아내는 엄마에게 '엄마 사랑해' 하고 매일매일 몇 번이고 말하고 안아주는 아들이다. 


조금 더 크면 엄마가 그리 예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아들들도 알게 될 것이다. ㅎㅎ 

사내녀석들이니 곧 엄마를 어색하게 느끼고, 끌어안고 볼부비는 일 같은 것은 더욱 쑥스러워하는 날이 금방 오리라.

엄마의 옷차림에 대해 토를 다는 일같은 것도 없겠지만, '엄마, 공주같아~!'라고 감탄하는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아이들이 이렇게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말들을 쏟아내는 이 시절에

나도 좀 더 예쁘게, 곱게 입고 

고운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같이 산책하고 안아주고 입맞추며 지내야겠다. 

진짜 공주처럼, 

우리집에선 엄마가 공주인 것처럼 말이다. 

발걸음도 경쾌하게 사뿐사뿐 걷고. 

^^






엄마가 좋아 - 10점
마지마 세스코 그림, 마도 미치오 글, 이영준 옮김/한림출판사





연호가 '공주 엄마' 얘기를 한 날 저녁에 이 그림책를 다시 보는데 

그림책에 나온 많은 '동.식물 엄마'들의 모습이 새로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들이 다 참 예뻤다.

곱고 아름답고 우아했다.

아기들 눈에 비친 엄마들은 꼭 그렇게 보일 것 같다.


사실로도 그렇다.

젊은 엄마의 시절, 이 시절을 사는 모든 생명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새로운 생명을 낳고 키울 수 있는 젊고 건강하고 강인한 몸과 마음을 가졌기에

어린 생명을 돌보는 어렵고 고단하고 긴장된 날들이지만

울다가도 눈물닦고 다시 일어나 

새끼들 입에 밥을 넣어주고 

새끼들을 향해 눈부시게 웃어주고 안아주며 

기꺼이 어미로서의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미숙하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배움과 깨달음과 행복이 차곡이 쌓이는 

젊은 엄마의 날들을 살다가 

새끼들이 그 어미만큼 아름답게 자라나면

그때는 그토록 빛나던 젊음과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내려놓고

조용히, 낮게 내려앉는 것. 

그것이 모든 생명이 밟아가는 성숙의 길인 것 같다. 



엄마가 되고보니 길을 가면서 엄마들 얼굴이 눈에 제일 많이 들어온다. 

씩씩한 얼굴, 지친 얼굴, 화난 얼굴, 행복한 얼굴.. 

내 얼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 모두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오늘 들었다.

조금 더 씩씩하게 같이 웃었으면 좋겠다. 

꽃처럼 고운 아가들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그 아가보다 더 예쁜 엄마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