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에 해당되는 글 212건

  1. 2020.02.12 크리스마스 장식을 정리하며
  2. 2020.01.29 우리집
  3. 2020.01.16 사랑을 키운다는 것
  4. 2019.11.05 책 고르기
  5. 2019.04.11 따스한 봄
  6. 2019.03.24 봄바람
  7. 2018.10.20 가을 한 때
  8. 2018.05.28 사랑의 마음
  9. 2018.03.16 연호 여덟살 4
  10. 2018.01.31 서울 눈
umma! 자란다2020. 2. 12. 11:11

“루돌프야 안녕
나는 연제야
루돌프야 사이좋게 지내자
내가 너를 꼭 볼꺼야 알겠지
안녕 빠이빠이
연제가”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연제가 유치원에서 만들어온 크리스마스 장식에 써있는 편지.

편지 아래에는
썰매 줄을 매달고있는 루돌프를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는 자기 모습도 그려놓았다.
^^

몇해동안 겨울마다 우리집 거실 창문에는 반짝이 전구줄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생겼었다.
요 전등 나무 아래에 해마다 아이들 크리스마스 선물이 놓여졌다.

크리스마스 이브마다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몰래 숨겨놓았던 선물을 꺼내와 조용조용 포장지로 포장을 하는 일은 번거롭기도 하지만 즐거운 일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이제는 아이들도 많이 컸으니 ‘진실’을 알아야하지 않겠냐며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얼마후에 연수와 연호에게 “사실은 산타할아버지가 아니고 아빠가 선물 사온거야~”하고 말했다.
열두살 연수는 ‘그럴줄 알았다’는 반응, 아홉살 연호는 ‘그럴리없다’는 반응. ^^;;
일곱살 연제는 아마 아직 굳게 산타할아버지와 루돌프의 존재를 믿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흔두살, 이제 마흔세살이 된 나도 믿고 있다.
산타할아버지의 정신은 세상의 많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가난한 아이들에게 따뜻한 선물을 나눠주는 것.
산타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이브밤에 우리집 창밖에 와서 보고 “음~ 올해도 엄마아빠가 선물을 잘 준비해놓으셨구나. 루돌프야 우린 그냥 지나가도 되겠다. 연수연호연제야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라~ 허허허허허” 하고 아이들의 꿈속에 인사를 남기고
다른 선물없는 아이들의 집으로 날아가셨을지 누가 아는가.

겨우내 창문에 붙어있던 크리스마스 장식을 얼마전에 떼서 상자에 넣어 수납장 꼭대기에 올려두었다. 아이들이 만들고 쓴 크리스마스 장식들도 함께.
한해를 잘 살고 12월 초쯤되면 아이들과 또 꺼내보겠지..
올해는 진실(?)을 알게된 아이들도 있으니 조금 다른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웃을 돕고 마음을 나누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이야기를.
벌써 기다려진다. 올해의 크리스마스. ^^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20. 1. 29. 11:36

설 명절을 잘 쇠고 왔다.
오랫만에 한자리에 모인 시댁 식구들과 재미있고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며칠동안 대식구 먹일 음식들을 만드시느라 어머니가 올해도 고생을 많이 하셨고, 나는 그저 옆에서 좀 거들고 치우고만 했는데도
집에 돌아와서는 파김치가 되어 연휴 마지막 날을 꼼짝않고 누워 쉬었다.

마음속으로는 새해도 되었으니 어지러운 집을 좀 정리해야지.. 늘 생각하고 있었어서
어제는 몸을 다시 움직여서 청소를 하고 맘먹었던 집정리도 좀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정리할 거리가 너무 많고, 한 구석에서 내가 정리를 하는동안 심심한 아이들은 청소해서 나름 깨끗해진 거실에서 또 꼬물꼬물 자기들 맘대로 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석 낚시놀이를 하겠다며 종이에 물고기들을 그려 오리고 클립을 붙여 자석달린 낚싯대로 잡는 놀이를 신나게 하느라 셋이 여기저기에 스케치북 쪼가리, 색연필 들을 흩어놓더니
나중에는 각자 기지를 만들어서 너프총(길쭉하고 말랑한 고무총알을 쏠 수 있는 총)들을 하나씩 들고 공격하는 놀이를 시작했다.
그래서 한쪽 머리에서는 엄마 혼자 아일랜드와 장식장 위를 치우고
나머지 집 전체에서는 아들 셋이 온갖 가구와 이불을 끌어다가 기지를 만드는 난리북새통이 펼쳐졌다.


연수가 거실 한복판에 식탁 의자들로 기지를 건설하자 연호는 아일랜드 옆쪽에 공부방 의자를 끌어와 이불로 덮어 기지를 건설했다.

연제 기지는 식탁 아래와 옆으로 남은 식탁의자를 연결해 만들어졌다.
아이들이 기지를 만드는 속도도 빠르거니와
한창 신나서 즐겁게 쿵짝쿵짝 노는데 내가 끼어들기도 뭐해서 가만 두고 봤더니
금새 거실은 볼만하게 되었다.

에고... 이 난리통에 정리는 무슨 정리냐..
새해를 맞아 수첩을 펴들고 적은 집정리 목록은 열가지도 넘는 것 같은데
딱 한군데(아일랜드 위)만 하고 나서
나는 우선 보류했다. ^^;;;

봄이 오면 하지.. 아이들이 개학을 하고 나면..
그전에 살살 할 수 있는 옷장 정리같은 거나 좀 하고,
아이들 침대방에 우선 다 몰아넣은 장난감 정리랑
공부방에 잔뜩 쌓인 작년 교과서들과 책상 정리나 또 하루 하고...

연수는 막대걸레 봉에 오래된 밥상보를 매달아 자기 기지의 깃발도 만들어 신나게 흔든다.
열세살 큰아들의 겨울방학.
집에서는 이렇게 맘껏 어지르면서도 놀 수 있어야지.. 다같이 치우면 금새 치울 수 있다.
나만의 기지란 얼마나 소중하고 즐거운 공간인가.

가끔 빨랫대를 펼치고 의자들을 연결해서 이불을 덮어씌우고 아이들은 자기만의 공간을 만든다.
제 힘으로 만든 텐트같은 공간에 아이들은 좋아하는 만화책도 갖다놓고, 귤이랑 간식거리도 챙겨다 놓고, 불을 밝힐 후레쉬랑 별거별거를 다 갖다나른다.

엄마인 내가 우리집을 가꾸고 싶어하는 것처럼
아이들도 자기가 마련한 작은 공간이 좋아서 포근하게 그 안을 꾸미고 싶어하는 것이다.

‘우리’들의 집안에 각자의 집도 마련해보고,
그러다가 또 다같이 치우고, 맘껏 어지르고 맘껏 놀고 같이 깔깔 웃고, 한쪽 구석을 치우고 밥을 함께 먹고,
잠잘때는 이불들을 다시 제 침대로 가지고 가서 덮고 잔다.
그러다 보면 이 겨울도 지나가고 봄이 오겠지..

아이들과 남편과 내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집의 오늘 풍경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20. 1. 16. 12:16

 

겨울방학이다.
아이들과 함께 아옹다옹 붙어지내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
함께 있으니 좋다는 것.
집은 몹시도 어지럽고 세끼 밥을 차리고 먹고 치우는 일은 쉽지않지만
같이 장난치고 웃고 잠깐씩 같이 게임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는 시간이 귀하고 좋다.

 

연수는 새해 열세살이 되었다.
오마나.. 언제 이렇게 컸담..
너의 아기시절이 생생한데

아직은 막내동생과 똑같이 삐지고 싸우며 엄마에게 응석을 부리는 큰아들이지만
얼마 안있어 성큼 내 곁에서 멀어져 저만의 세계로 나아갈 것이다.
그럴꺼라 생각하고 있어서 남은 시간을 달콤한 곶감빼먹듯 아껴아껴 보내고 싶어진다.

 

 

다정한 우리 둘째 연호는 새해 열살이다.
열살.. 얼마나 파릇파릇 좋은 나이인지! ^^

속상하고 서운할 때가 많은 둘째지만 그래도 언제나 가족들을 가장 많이 이해하고, 가장 많이 보듬으려고 애쓴다.
장래 희망이 축구선수인 연호야,
새해에는 더 튼튼해지렴.
밥 많이 먹고 많이 뛰어놀자~^^

 

막내 연제는 새해 여덟살.
새봄에는 초등학생이 된다.
내가 어릴때 할아버지는 나를 보고 ‘재주꾼’이라고 하셨다. 한옥집 뜨락에서 가족 사진을 찍을 때였나.. 아무튼 그 말씀에 나는 좀 으쓱하고 기분이 좋았어서 오래오래 기억한다.
지금 연제를 보면 딱 할아버지 표현대로 ‘재주꾼’ 같다.

춤도 잘 추고, 운동도 잘 하고, 사람들 웃기기도 잘 하는 연제는
형님들 어깨 너머로 배운 것이 많아
나이보다 의젓한 면도 있지만
짖궂게 까불거릴 때도 많다.
고집은 또 어찌나 센지.. 형들도 고집이 있지만 그럭저럭 엄마 말은 잘 듣고 조율도 되는데 비해 막내는 그야말로 고집불통이다.

나는 그런 연제를 걱정했다가 화가 나면 혼을 내다가 미워하기도 했다가 또 어린 아이한테 사랑을 줘야지 미워하면 안되지.. 하고 반성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러면서 연제도 자라는 것일까.
이러다보면 어느날 막내도 엄마 말을 어느 정도는 수긍할 줄도 알게 되고, 형들과 놀 때 제멋대로 고집부리지 않고 그러다 언젠가는 의젓하게 철이 든 중학생 형님도 되고.. 그러는 것일까.


 

 

사람을 키운다는 것이 사랑을 키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사랑의 그릇을 키워가는 것.
처음부터 아주 넓고 찰랑찰랑 넘칠만큼 큰 사랑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람에 따라
내가 품고 키우고 마음쓰는 대상이 많아지고 커짐에 따라
내 사랑의 크기도 커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아이들이 엄마를 키우고,
학생들이 선생님을 키우고
친구들이, 동료들이 서로를 키우고
함께 있는 존재들로 인해, 사랑하는 존재들로 인해
내가 자라는 것이 아닐까.

때로는 필요한 것보다 줄 수 있는 것이 적어 부족할 수도 있다.
영영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늘리고,
서로 또 채워주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은 일방통행은 아니니까.
아이들이 나에게 주고 있는 사랑을
알아차리고 고맙게 받아서 나도 또 내 사랑을 키워가야.


 

방학 맞은 삼형제는 셋이서 많이 논다.
동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피구하고 축구하며 놀 때도 있지만 주로는 집이든, 공원이든 셋이 붙어 다니며 논다.
아직은 나도 늘 끼워주고 싶어해서
가끔은 넷이서 논다.
주말이 와서 아빠까지 다섯이 놀면 더 신난다.

오래 붙어있으면 많이 싸우지만 그만큼 더 서로에게 잘 맞출 수 있게 되고 잘 놀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시간의 선물이다.
하지만 그냥 시간만 같이 보낸다고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상처가 쌓일 수도 있으니까..
보며 때도 .
서로 아껴주고 이해하려고 하고, 함께 잘 성장하려고 애쓰는 시간이 쌓일 때에만 이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시간의 비밀이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고마운 ‘시간’ 말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9. 11. 5. 12:36

어릴때 우리집에는 어린이책 출판사인 ‘계몽사’의 판촉 사원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찾아오시곤 했다.
키가 크고 따뜻한 인상이었던 걸로 기억되는 나이가 지긋하셨던 계몽사 아저씨의 자전거 뒷자리에는
계몽사에서 나온 어린이 전집 종류를 소개하는 팜플렛이 꽂혀 있었다.

농사일에 바쁜 엄마가 잠시 짬을 내 뜨락에 앉거나 서서 아저씨가 팜플렛을 펼치며 소개하는 전집 설명을 들으시는 동안
나는 그 주위를 괜히 기웃거려보곤 했다.

책이 귀한 시골에서 우리집은 책이 꽤 많은 집이었다.
범우사르비아문고의 어린이세계명작은 60권 정도되는 작은 문고판 책이었는데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내 유년기의 학습과 정서는 그때 우리집 책장에 꽃혀있던 책들에 아주 큰 영향을 받았다.
위인전들, <금오신화>, <구운몽> 같은 한국고전들도 전집으로 읽었고
좀 더 큰 뒤에는 김동인, 현진건, 김유정 같은 현대 소설가들의 단편 소설 전집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테스’처럼 고전 명화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모아놓은 전집도 읽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책값은 만만치 않다.
다 잘 읽으리라는 보장도 없지만 그래도 선뜻 책을 사실 때에는
책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어주리라는 믿음이 우리 부모님께 있으셨겠지.

그런 부모님 덕분에 나의 청소년기의 정신세계는 참 풍요로웠다.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다.
자연속에서 보낸 유년기와 함께 좋은 책이 많았던 청소년기를 보낸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릴 때는 좋은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려고 했다.
뒤로 갈수록 많이 못 읽어줘서 아쉽지만 학교에 들어간 큰 애와 둘째는 다행히 자기들이 책을 좋아해서 책을 열심히 본다.
그런데 학습만화 종류를 주로 많이 읽는다.
만화는 책보다 훨씬 읽기가 쉽다.
줄글로 된 책은 훨씬 책읽기 훈련이 되어있어야 온전히 책 내용을 이해하고 감동도 느껴가며 읽을 수 있다.

만화책도 나름의 좋은 점이 있지만
좋은 책이 줄 수 있는 고유의 감동과 깊이가 따로 있다.
아이들이 좋은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도 요즘 아이들 책을 열심히 찾는다.
우리집에는 계몽사 아저씨가 오시지 않으므로
인터넷 서점과 좋은 추천도서들 목록을 구해 나름대로 열심히 찾는다.

요즘은 정보가 워낙 많고, 아이들 책 또한 너무 많기 때문에 그중에서 정말 좋은 책, 필요한 책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
고전, 명작 위주로 잘 추천해주시던 계몽사 아저씨의 팜플렛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내가 다녔던 작은 시골 초등학교에 3학년 때쯤인가 처음으로 도서관이 생겼었다.
서가가 크지않았기에 정말로 또 좋은 책들만 엄선하여 들어올 수 있었던 작은 도서관이었다.
반짝반짝하는 새 책 맨 뒷장에 붙어있던 도서카드를 꺼내 내 이름을 적고 대출하던 기분이 지금도 생각난다.
셜록 홈즈와 괴도 루팡 시리즈를 읽고, <초원의 집>, <작은 아씨들>, <시튼 동물기> 같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것 같다.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좋아했던 책을 읽혀줄까 싶어서 다시 구해 읽어보니
좋은 면도 있지만 아쉬운 면들도 이제는 보였다.
그때는 그저 감동과 재미에 푹 빠져 읽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다시 봐도 좋은 책도 많지만, 그동안 읽어온 다른 책들이 있다보니 어릴때와 같은 기준으로 읽게되지는 않는 것이다.

아이들 책, 어른 책.. 여러 책들을 읽고 하면서 내가 책읽기를 참 좋아했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
늘 좋아한다고는 생각했지만 따로 좀 정리를 해봐도 좋을만큼
책이라는 친구가 내게는 늘 가까이 있었고
큰 즐거움과 기쁨과 위로와 힘이 되어주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 이야기를 따로 좀 해보려고 한다.
네이버에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란 이름으로 책 이야기하는 블로그를 하나 따로 마련했다.
원래 네이버에도 블로그가 있었는데 안 쓰고 있다가 이번에 책 이야기 블로그로 따로 열어보았다. 책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쌓일지는 모르겠지만 또 하나의 소중한 내 공간으로 꾸려가보고싶다. 놀러오세요~~^^
(Http://m.blog.naver.com/dlahrrh)

아참참,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래서 어렵게 이번에 아이들을 위해 ‘고전 책’전집을 하나 구입했다.
우리 꼬마들이 재미있게 잘 읽어주길...! ^^
부족한게 많은 엄마지만 자연과 책, 두 가지의 아름다운 세상을 더 풍부하게 느끼게 해주지 못해 늘 미안한 엄마지만
열심히 노력중이야.
재미있게 읽고, 건강하게 자라렴. 우리 꼬마들~!





주르륵 꽂힌 전집을 보니 내 어린 시절 언니방에 있던 갈색 책장이 생각난다.
재미있는 전집들로 가득 했던 나의 보물상자가. ^^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9. 4. 11. 12:10





아직은 추운 봄이라
따뜻하고 꽃 많이 핀 봄이 언제 오나.. 기다린다.

겨울이 가물었던지라 봄비들이 반갑고
찬바람 덕분에 미세먼지없이 깨끗한 공기도 넘 고맙다.
그래도.. 따뜻한 날, 포근한 봄도 기다리게 된다.

춥지만 벚꽃은 피었고
요며칠 맑은 공기속에 새소리가 엄청 많이 들렸다.
2층인 우리집은 창문앞이 바로 새들이 오는 나무가지다.
무슨 일이 있나 싶을 정도로 짹짹짹 쪼롱쪼롱 열심히 우는 새들도
깨끗한 공기가 반가워서 그러는건 아닐까_^^





열심히 자라나느라
열심히 살아가느라
오늘도 모두모두 참 애쓴다.
고맙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9. 3. 24. 22:24

잠든 아이들이 콜록콜록 기침을 한다.
연수는 어제 밤에 열이 높아 힘들어하다가
오늘 아침에 병원에 가서 독감 진단을 받았다.
연호도 열이 있긴한데 심하지않지만 가래와 기침은 더 많다.
내일 아침엔 연호도 병원에서 검사를 해봐야할 것 같다.

봄들어 조금씩 쿨쩍거리던 아이들 감기가 지난주중에 비오고 날이 추워지면서 심해졌다.
미세먼지는 덜해져서 좋았는데
친구들과 찬바람쐬며 놀이터에서 노는걸 놔뒀더니 주말에 탈이 났다.
연수는 밖에서 많이 놀지도 않았는데
학교 수업들 들으며 바람속에 오고가는게 힘들었나...
겨울내 집에만 있으면서 체력이 약해진 것같기도 하고ㅠ

나도 학기초라 아이들데리고 좀 종종거리고
나 나름대로 겨울방학동안 꼼짝못하고 집에만 있어 답답했다고 오랫만에 친구들 얼굴도 보고 나름 먼 외출도 하고 다녔더니
기침감기랑 몸살이 와서 콜록거리며 밤마다 일찍 이불덮어쓰고 자줘야했다.

아이들이 아플때나 내 몸이 아플때는 ‘아 아프지만 않으면 정말 바랄게 없겠다’ 생각하다가도
아픈 것이 낫고 나면 또 다른 바램들, 속상한 것들로 마음을 끓이곤한다.
그러지 말아야지..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만 하면 더 바랄게 없다.

아이들이 아프면 어깨에 힘이 저절로 빠진다.
잘 챙겨주지도 못하면서, 제대로 살뜰히 보살펴주지도 못하면서
뭐 대단하게 잘 해주는 엄마이기라도 한 것처럼
아이들 앞에서 그렇게 화내고, 혼내고 했었나... 싶어
미안하고 부끄럽다.




지난 주 일요일에는 나 혼자 바람 좀 쐰다고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겨두고 광화문 나들이를 갔었다.
영화를 한편 예매해놓고 이리저리 걷다가 덕수궁 석조전을 구경하게 되었는데
단아한 아름다움에 깜짝 놀랐다.

크지는 않지만, 대한제국 황실의 궁전이었던
석조전의 은은한 베이지색 벽돌들과 기둥들.
화려하면서도 단정한 황실의 기품이라고 해야할까..
서울 도심에 남아있는 1900년대 초반의 다른 오래된 건물들-교회, 은행,학교 등-과는 느낌이 확실히 달랐다.





봄바람을 쏘이고 오니 기분이 참 좋았다.
몸은 좀 힘들었지만 새로운 기운도 나고.

아이들은 어떨까.
새 학년, 새로운 친구들 선생님을 만나며
새로운 자극도 받겠지만 힘든 것도 많겠지..
무엇보다 지금은 몸이 고달픈 것 같고ㅜㅜ

아픈 시간을 통과하며 얻는 것이 있기를..
새롭게 더 단단해지고 여물어지는 것이 있기를.
내가 그렇게 보살필 수 있고, 아이들이 힘을 내서 부디 잘 견디고 성장해주기를
봄바람 속에서 기도한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8. 10. 20. 21:26



친정 부모님들이 홍시와 밤, 김치 등 가을 먹거리를 풍성하게 담아서 택배를 보내주셨다.
아이들 맛 보여주라고..
제 때에, 그 계절의 맛을 보여주고 싶으셔서.
지금 한창 자라고있는 밭의 배추와 무를 솎아서 담근 김치까지.
시댁에서는 햇고구마를 한 박스 캐서 보내주셨다.

덕분에 신도시 아파트, 텃밭농사도 안짓는 우리집 베란다에도 가을이 도착했다.





아이들 키우는 일이 참 쉽지 않다.
제 때에 무언가 필요한 것들을 잘 채울 수 있도록 보살피고 가르치는 일을
나는 잘 하지 못해서
우리 아이들은 공부며 생활습관, 건강.. 여러모로 허술하고 부족한 면이 많다.

그래서 아이들을 두루 잘 보살피는 주위의 언니들이나
후배맘들을 보며 참 대단하다.. 생각하고 반성할 때가 많다.
도시의 복잡하고 바쁜 삶속에서
아이들 키우며 살뜰하게 살림하며 살아가는게 참 쉽지않은데
어떻게 그렇게 잘 해내시고들 계실까..
정말 부지런히 애쓰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살수록 느낀다.





음식이 때가 있듯 아이들 키우는 것도 다 때가 있겠지..
지금 우리 아이들은 어떤 때인지..
가을 햇볕 아래 많이 뛰어놀며 알밤처럼 영글기도 해야할 때이고
편식하는 습관을 이제는 고쳐야할 때이고..
또 어떤 때일까.
내가 놓치고 있는 때는 무엇일까..
아이들에 대해서도, 나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해본다.





부족한 것은 부족한 것이고
우리가 함께 바라보는 이 가을은 참 아름답다.
마음에 이 한 때를 잘 간직하자.
아쉬움도, 희망도, 보살펴주시는 사랑도, 함께 살아가는 오늘 속에 녹아들던
빛나는 가을을.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8. 5. 28. 13:43




5월 8일 즈음에 세 녀석이 모두 학교와 유치원에서 어버이날 선물을 만들어왔다.
카드도 쓰고, 꽃도 만들고, 효도쿠폰(?)도 여러장 넣어 제법 두툼한 봉투들을 안겨주었다. ^^

맞춤법이 아직도 군데군데 틀린 열한살 연수 편지부터 인심좋게 쿠폰을 삼십장이나 넣은 여덟살 연호 카드, 선물이 담긴 예쁜 반짝이빽을 절대 지금 열어보면 안되고, 네 밤자고 월요일 아침에 열어야한다는 선생님 말씀을 신신당부하며 전하는 여섯살 연제 선물까지 하나하나 재미있고 고마웠다.

어느새 세 녀석이 다 각각 어버이날 선물을 만들어오는 나이가 되었네..
한동안 몇년간은 색종이꽃과 예쁜 그림이 그려진 카드들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가 어릴때 부모님들께 해드렸던 것처럼.
엄마아빠 방 벽에 한동안 붙여두기도 하셨던 내 어린시절의 카네이션 그림처럼.

어버이날 당일에는 우리 동네 곳곳에 꽃이 많이 보였다.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는 아이의 유모차를 밀고가는 젊은 엄마의 손에도,
일찍 귀가하는듯한 스무살 정도 되보이는 청년의 손에도 작은 카네이션 꽃바구니들이 들려있었다.

일년에 하루라도 이렇게 사람들 손에 꽃이 들려있으니 좋구나..
그리고 꽃만큼이나 사랑의 마음들이 따뜻하게 환하게 피어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부모 노릇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부모가 되어서야 알게된다.
꼬꼬마들을 키우는 시절은 이제 겪어봐서 알지만 점점 자라는 아이들을 키우는 시절은 또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아직 모른다.

걱정되는 것은 많고, 제대로 잘 해주는 것은 없는 것 같은 나의 부모 노릇.
때로는 기대가 앞서고, 걱정이 지나쳐서 아이들을 힘들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힘에 부치다고 게으름 피우느라 바로 못 키우고 소홀하기도 한
내 보살핌의 품 안에서
오늘도 애써 제 힘껏 자라고있는 아이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좋은 부모가 되는게 어렵게 느껴지고, 아이들을 잘 키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힘들 때
아이들이 안겨준 고운 종이꽃을 보고, 서툴지만 마음이 담겨있는 편지들을 읽으면서 기운을 내야겠다.

나도, 아이들도 완벽하지 않고 부족하고 모자란게 많은 사람들이지만
오늘 우리가 함께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
사랑하고 웃고 안아주며 지낼 수 있는 것
이 큰 선물 앞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따뜻한 사랑의 마음으로
이 시간을 고맙게 살아야지.

사랑한다 우리 아가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8. 3. 16. 11:53




연호가 여덟살이 되었다. 

새봄에 연호는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많이 컸다. 

서울 동쪽에 와서 낳은 아기인데 어느새 여덟살 소년으로 훌쩍 자랐다. 

첫째와는 또 다른 감회로 둘째의 여덟살이 크게 느껴진다.






1월부터는 집앞에 있는 피아노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저녁을 일찍 먹고 7시쯤 학원에 갈 때도 있는데 

어느 눈내리는 날, 손을 꼭 잡고 걸으며 연호가 말했다. 

"엄마, 눈 밟는 소리는 왜 이렇게 듣기가 좋지?"

뽀드득 뽀드득. 그래.. 눈 밟는 소리는 참 예쁘지. 참 듣기 좋지..^^


어느 날 연호가 또 말하길

"엄마, 표를 안 사도 탈 수 있는 기차가 있다. 뭔지 알아?"

"글쎄.. 그런 기차가 있어?"

"응! 꿈나라 열차~. 신기하지? 꿈나라가는 열차는 돈내고 표를 안사도 탈 수 있어~~^^"


어린 아들의 손을 꼭 잡고 학원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길. 

나는 예전에 우리 엄마아빠도 나의 손을 잡고 어디로 가실 때, 늦은 시간 여고 앞으로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오실 때 

이런 마음이셨을까.. 생각해보았다. 

어린 아들의 작고 따뜻한 손을 꼭 잡고

폭신한 눈을 밟으며, 그 소리를 함께 들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오래오래 기억해두고 싶은 시간이었다. 






​​일곱살때 연호는 한창 까불까불 개구진 장난이 심한 장난꾸러기였는데 

여덟살이 된 요즘은 조금(아주 쪼금^^) 의젓해진 것도 같고 

엄마한테 종알종알 하는 얘기의 주제도 다양해졌다. 


어느 날은 나에게 아빠와 어떻게 만났는지 묻고, 왜 결혼하기로 했는지도 묻고 

어떻게 결혼할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지도 물어서 

꽤 한참 진지하게 외모와 성격과 호감과 사랑, 결심과 약속과 책임에 대해서 밤늦은 시간에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었다. 


연호는 '예전에는' 긴 생머리인 사람이 좋았으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어서 파마머리를 한 사람이 좋다고 한다. 

자기는 결혼하면 제주도에서 살 테니, 자기 아이가 태어날 때는 엄마가 제주도에 와서 아기낳는 것을 지켜봐달라고 부탁했다. 

제주도의 마당있는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며 예쁜 부인과 아기랑 사는 것이 여덟살 연호가 그리고 있는 '어른이 된 미래'의 풍경이다. 

예쁜 풍경이네..^^ 







밤이면 세 녀석중에 보통 가장 늦게 잠드는 연호와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다가 문득

'아 지금 이 녀석은 자기 인생을 한창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은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 기간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아주 빛나는, 아름다운 인생의 한 시절이다. 

생각해보면 내 어린 시절도 그랬다. 

어쩌면 그 날들이 가장 분명하게 나를 알아가고, 내 꿈을 생각하고, 매일 진지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매순간 어떻게 놀까, 친구들과 무얼 할까, 궁리하고 생각하며 에너지에 가득 차서 즐겁게 지냈던 시간이었다. 

다양한 경험과 매체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저 나름의 생각을 키우며 사는 시절이다. 

아직 어려서 부모가 보살피고, 학교에 가서 배우며 자라는 시절이지만 

이미 그 안에 너무 멋지고 당당한 한 '사람'이 있다. 


학교 끝나고 놀이터에서 유치원때 친구들과 만나 놀면서 

"이건 비밀인데..."하고 친구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저희들끼리 속닥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인생이 저기 성장하고 있구나.. 생각한다. 


내 꼬마 인생 친구의 건투를 빈다. 

사랑한다, 우리 연호. 

^^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8. 1. 31. 20:01




밤에 눈이 몇번 왔다.
강아지처럼 뛰어나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달래 저녁밥부터 먹이고서
나는 아빠 마중간다는 핑계삼아 옷을 단단히 입혀 마당에 나간다.

바닥에 벌렁 누워 눈천사도 만들고
눈덩이를 굴려 눈공, 눈사람도 만들고
떨어지는 눈을 받아먹는 아이들.

내가 눈 먹지말라고, 먼지 많이 섞여있을지 모르니 먹지말라고 해도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입 속에서 녹는 눈이 시원하고 맛있어서
자꾸만 먹는다.
받아도 먹고 쌓인 눈은 퍼먹기도 한다.

나는 혼을 내다가 미안해졌다.
눈을 먹어보는 것은 어린시절의 권리같은 것 아닌가.
건강하게 잘 자랄 권리가 있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는 눈을 맛보고 뛰어놀 권리도 있는거 아닐까.

미안해진 내가 “서울 눈은 안 깨끗해서 그래.. 나중에 엄마가 깨끗한 눈보면 먹게 해줄께..”하고 말하니
“언제? 어디 눈은 깨끗해?”하고 묻는 아이들을 보며
또 미안해진다.

눈이 깨끗한 곳에서 아이들을 키워줘야 하는데..
나는 아이들 교육때문에 서울을 못 떠나는 것도 아닌데..
남편의 직장, 우리 가족 생계 궁리에
서울을 못 떠나는 것인데
아이들을 생각하면 공기좋은 지방에 가서 살고싶다.

올겨울 눈은 몇번이나 더 올까.
아이들을 자꾸 혼내게 돼서 미안한 눈.
그래도 곱게 몇번 더 와줬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