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8.04.28 국밥집 풍경
  2. 2018.04.23 아는 얼굴
  3. 2018.04.14 농부
  4. 2018.04.11 연수 그림들
  5. 2018.04.09 나무 친구
  6. 2018.04.06 올해 처음 본 살구꽃
오늘 그림2018. 4. 28. 15:53



내가 운동하는 요가센터 근처에 콩나물국밥집이 있다.
뜨끈한 국물 먹고싶을때 가끔 요가마치고 가서 점심먹고 오는데
나는 늘 티비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는다.

집에는 티비가 없어서 뉴스를 잘 못보는데
국밥집 티비에는 늘 정오무렵의 뉴스(뉴스 종편 채널같다)가 잘 나와 밥 떠먹으며 열심히 본다.

지난 겨울 어느 날에는 북핵위기가 한참 고조되던 때라 미국 정가에서 ‘한반도 군사옵션’ 이야기를 하는 뉴스를 보는데 참 무서웠다.

이 사람들, 뜨거운 김이 펄펄 나는 값싸고 푸짐한 콩나물국밥을 한술 떠먹으며 오늘도 힘을 내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 사람들 위로 폭격이 퍼부어지는 일만은 제발 없기를 빌며 국밥을 떠먹는 마음이 먹먹했다.

어제는 남북의 정상이 만나는 모습을 국밥집 티비로 보았다.
어느 때보다 뉴스 화면을 보는 손님들이 많았고 정상회담 이야기를 나누는 목소리들도 많이 들렸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함께 살아갈 사람들.
우리 모두의 희망과 꿈을 빌며
청소부 아저씨들도 드시고, 장애인 청년도 먹고, 할아버지 할머니, 나같은 엄마들도 함께 먹는
3800원 콩나물국밥을 맛있게, 열심히 떠먹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4. 23. 11:05



토요일에 한살림 강일매장 조합원 분들과 함께
괴산에서 열린 ‘삼짇날 풍년기원제’ 행사에 아이들데리고 다녀왔다.
함께 신청한 영미언니와 준혁이, 고전읽기 같이 하는 순영씨, 매장 활동가분들 빼고는 다 모르는 분들이었다.
큰 전세버스 한대를 함께 타고가면서 모르는 얼굴과 아는 얼굴 생각이 들었다.
잘 모르던 사이도 인사나누고 이야기나누고 몇차례 만나다보면 아는 사이가 된다.
모를때는 왠지 무서워보이기도 하고 까칠(?)하고 쌀쌀해보이던 인상도
아는 사이가 되고 보면 좋아보인다.
이제는 그 사람의 마음을 조금은 알기 때문이다.
다정하고 곱고 매일을 애쓰며 살아가는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르는 분들도 많이는 무서워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모를뿐 다 알고보면 부족함 속에서도 정나누며 살아가는 같은 시대 우리 이웃들.


Posted by 연신내새댁

며칠전 잠들기 전에 연호가 말했다.

“엄마, 외할아버지는 참 힘들겠다.”

“왜?”

“외할아버지는 농부 일을 하시잖아.
오늘 학교에서 배웠는데 쌀을 키울 때 농부의 손이 여든여덟번 필요하대. 그것도 하루에!
그럼 이틀만 되도 백번이 넘는거잖아! 엄청 힘들겠지?”

그날 하남시 급식지원센터 선생님이 연호네 반에 오셔서 ‘쌀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떡으로 만든 간식을 아이들과 직접 만들어먹는 식생활교육을 했는데 그때 들은 이야기가 생각이 난 모양이다.

“엄마, 농부들은 지금이 가장 바쁜 때래. 4월, 5월.. 왜냐면 음.. 어린이날에 조카나 뭐 친척들에게 쌀을 보내줘야 하니까.”

“응??? 연호야.. 쌀은 가을에 나는데..?”

“그래? 그럼 왜 바쁘지...?”

요 부분은 기억이 잘 안 났던 모양~^^;;;

봄에는 못자리를 준비하고, 모를 심어야하니까..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봄은 농부에게 가장 바쁜 때이니까.
도시에서 나고 자라는 연호가 농촌의 봄을 알 수는 없겠지. 외할아버지를 따라 들에 좀 나가보면 알까.

“연호야, 엄마는 외할아버지가 농부여서 참 좋다.”

“왜? 쌀을 보내주셔서?”

“음..(이 녀석이 자꾸 쌀받는 생각을..^^;;) 쌀을 키우는건 가장 훌륭한 일이니까.”

“왜?”

“쌀을 먹어야 사람들이 힘이 나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놀 수도 있으니까.”

^^
졸린 연호는 뭐라고 좀더 종알거리다 잠이 들었고
나는 옛날 생각을 했다.

학교에서 나온 가정환경조사서의 아버지 직업란에 ‘농업’이라고 쓰는 것을
내가 살짝은 부끄러워했던 것이 언제까지였던가..하고.

회사원, 교사, 변호사 같은 도시 냄새가 나는 직업이 아닌 ‘농업’이라고 쓰면서 어릴때는 뭔지모르게 우리집이 촌이고,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다는 사실이 조금은 창피하게 여겨졌었다.
좀 큰 뒤에는 힘든 농사일로 우리들을 키워주시는 부모님이 감사했고,
식량을 키우는 농부라는 직업이 참 착하고 곱고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은 농사지으시는 분들께 다 절하고 싶은 마음이다.

쌀 미 자에 여덟 팔 자가 두번 들어가는 것은
쌀을 한톨 얻으려면 농부의 손길이 여든여덟번 가야해서라고 이야기한다.
쌀 한톨을 키우기위해 흘리는 농부의 땀이 일곱 근이나 된다는 ‘일미칠근’이란 말도 있다.

아버지는 올봄에도 논에 나가시겠지.
이제는 아버지도 연세가 드셔서 제일 작은 두마지기 논에만 직접 농사를 지으신다.
그래도 평생 걸어오신 논둑길을 올해도 변함없이 정성으로, 천천히 걸으실 것이다.
5월에는 친정에 가서 아이들과 외할아버지와 함께 논 구경 다녀와야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연수 책꽂이 정리하다가 예전 그림들을 찾았다.

2학년 봄에 쓴 것 같은 ‘매실’ 글은
리엔파크살 때 우리집앞 뜰에 있던 매화나무에서 매일 놀고는 학교에서 쓴 것 같다.

나무그림을 한참 그렸었는데 비슷비슷한 그림을
꽤 여러장 그린 것이 지금은 세 장만 남았네.

작년엔 졸라맨 만화인 ‘메롱모험’시리즈를 A4낱장에 칸그어 그려서는 여러장 테이프로 붙여 2,3권까지 만들더니 요즘은 좀 뜸하다.

연수는 그림그리는걸 좋아한다.
천천히, 오래 연수가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
^^
나랑 같이.





Posted by 연신내새댁


(연호가 엊그제 진외가 증조할머니 생신선물로 드린 나무그림)


며칠전 저녁을 먹다가 연호가 말했다.

“엄마, 내가 오늘 학교갈 때
분수대 옆 소나무한테 ‘소나무야 안녕!’하고 인사했더니
소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려서
나한테 ‘안녕~!’하는 것처럼 보였어.
그런데 소나무는 초록색 잎이 복슬복슬하게 나있잖아.
그래서 내가 ‘너는 복슬복슬한 잎으로 우리를 항상 따뜻하게 감싸주는구나’하고 말했더니
소나무가 ‘고마워~’하고 나한테 말하더라~”

정서라는 것은 대물림되는걸까.
나에게도 어린시절 이야기를 나누던 나무 친구, 바위 친구가 있었다.
고향 도시 어디서나 멀리 보이는 산맥의 능선에게도 나는 이야기를 하곤했다.
지금도 고향에 가면 인사하고 마음속 이야기를 한다.
^^

재작년에 이사와 연수가 혼자 아침에 학교에 갈때
나는 그전날 오후에 같이 쫓아다니며 놀았던 잠자리들이 연수의 등교길 친구가 되어주기를 빌었던 적이 있었다.

형보다 늦게 집을 나서는 1학년 꼬꼬마 연호에게는 소나무가 등교길의 친구인 모양이다.

“연호야, 엄마도 어릴때 나무 친구랑 얘기 많이 했었어~”하니
‘“나무가 뭐라고 그랬어?” 묻는다.
“응.. 나무가 잘 지내라고 하더라..^^”

연호야. 오늘도 나무 친구랑 얘기했니?
꽃샘추위 잘 견디고 아이들도 나무들도 새봄 잘 지냈음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4. 6. 10:08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