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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2017. 9. 11. 11:20



내가 버스를 타고 자주 지나다니는 길에 요양원이 두 곳 있다. 

둘 다 건물이 아주 크다. 

먼저 만나는 갈색 건물의 요양원은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곳이고, 작은도서관 가려고 버스에서 내릴 때 앞에 서있는 푸른 건물은 사회복지재단에서 운영한다. 

안에 계신 어르신들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이 두 곳을 지나갈 때마다 나는 안에 있을 어르신들 생각을 잠깐 한다. 

어느 곳에서, 어떻게 살다 오신 분들일까.

한 사람 한 사람의 삶마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을까. 

그러니 저 큰 건물에는 정말로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겪고 느끼며 살아온 수많은 이야기가 깃들어 있을 것이다.


예전에 아빠가 아빠의 작은아버지, 그러니까 나에게 작은 할아버지께서 요양원에 계시다해서 한번 뵈러 서울에 다녀가셨다고 했다. 

몸이 많이 편찮으시고 치료와 돌봄이 필요하셔서 자제분들이 시설 좋은 요양원에 모신 것이었다.  

작은 할아버지는 젊을 때 고향인 강릉을 떠나 서울에서 자리잡으시고 자식들 키우며 오래도록 살아오신 분이셨다. 

강릉에서 조카가, 이제는 그도 칠십이 된 조카가 안부를 여쭈러 찾아왔을 때 할아버지의 마음은 어떠셨을까. 

잘 가늠하기가 어렵다. 

누군가가 찾아온다는 것은 그 사람과 함께 했던 한 시절이, 혹은 그 사람과 깊이 연관된, 내게도 깊은 인연을 지닌

어떤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함께 데리고 오는 것이 아닐까. 

할아버지에게는 조카가 아주 어리던, 형님이 아주 혈기왕성하던, 본인이 너무도 젊었던 

강릉에서의 청년시절로 잠시 데려간 만남은 아니었을까. 


요양원이 처음 생겼을 때 아이들과 고덕천을 산책하다 운동기구가 있는 벤치에 앉아 쉬노라면 

걸어가다 힘드신 할머님들이 옆에 앉아 잠시 쉬시면서 

요양원을 바라보며 이야기 나누시기를 

"저기 가면 끝이야, 끝. 나가 다니지도 못하고.. 들어가지 말고 살아야해" 하셨었다. 

그리 생각하시는구나,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들으며 생각했는데 

살뜰히 돌봤던, 힘들어 겨우겨우 꾸리며 살았던지 간에  

익숙한 자기 집을 떠나 낯선 공간에 적응한다는 것, 마음 대로 출입할 수 없다는 것, 정든 관계들과 단절된다는 것, 

편안하고 안전하다 해도 분명히 많이 힘들고 마음 아프실 것 같다. 

하지만 그 곳에도 여전히 삶은 있고, 어떤 마음들로, 어떤 인연들을 나누며 오늘을 보내고 계실까.

버스를 타고 지나며 한번씩 바라보게 된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