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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1.25 방학숙제 6
  2. 2017.01.24 눈물 그림자




새해들어 열살이 된 연수.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을 맞아 신나게 '놀고' 있다.

하루 종일 논다.
쉬지않고 논다.
동생들과 방방 뛰면서도 놀고, 티비 만화에도 한두시간 쏙 빠져서 보고, 레고랑 보드게임하면서 놀고..

나름의 방학숙제로 '만화책 한권 그리기'를 정했던데 몇페이지 그리다 말고,
일기는 아직 한편도 안썼고,
권장도서만 몇권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었다.

그러다가 어제 내 잔소리를 듣고
A4 한장으로 나온
'체험학습 보고서'를 겨우 썼다.



참 짧게도 쓴다.
맞춤법도 틀리고ㅠ

그래도 한 구절이 쓰린 엄마 속을 토닥여주었다.

"비올때 빗소리를 듯고"

문학적 감수성이 있어서라기 보단
'무엇을 보고 듣고 체험했나요?' 하는 질문에 지극히 충실하게
들은 것을 떠올려 답하려다보니
빗소리 들은 것이 기억에 남아서 쓴게 틀림없는 열살 사내아이.

요즘 나는 '아이 잘 키우는 법' 같은 것은 하나도 모르는 사람처럼
어설프고 대중없고 '어쩌지..' 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그저 즐겁게 웃으며 이 순간들을 보내주는 것만도 고맙다.. 생각하기도 하고
'이렇게 지내도 괜찮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헤메는 엄마이기는 둘째, 셋째에게도 마찬가지지만
첫 아이를 보면서는 더 아리송해져 버린다.
이제 열살.
아직 열살.. 벌써 열살.

십년치 사랑이나 뜨뜻한 국에 말아 잘 먹여주며 살아야지...

오늘도 고마웠다, 연수야.


Posted by 연신내새댁

연호가 아침에 울었다.
형과 동생은 집에서 재밌게 노는데 자기만 유치원에 가는게 슬프다고.

엄마, 눈물이 자꾸 나는데 어떻게 가?

이제 그만 울어..

엄마, 나 얼굴에 눈물 그림자 있지않아? 훌쩍, 훌쩍..

눈물 그림자? ^^ 그거 너무 예쁜 말이다...

조금 웃으며 연호가 눈물을 닦는다.

눈물 자욱 말이야.. 눈물 자욱있는데 유치원버스 어떻게 타? 엄마가 닦아줘..

서둘러 종종걸음으로 걸으며
예쁜 연호의 작은 얼굴에 묻은 눈물 그림자를 급히 닦아주며
슈퍼 기둥뒤에 숨은 연호를 소리쳐불러
기다리는 유치원 버스에 태웠다.

선생님이 연호 옆에 앉아 무슨 일인지 물어주고 가방을 챙겨주고 안전띠를 해주시는게 보였다.

일곱살이 된 연호.
유치원 버스 창가자리에 앉아
바깥풍경을 보며 눈물그림자를 지우며 유치원에 가겠지.
자기 삶에 대해 나름대로 심각한 고민도 하고
여러가지 감정을 겪으며..

나의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고민 많고 고집스럽고 까무잡잡한 작은 여자아이였던 시절.
나름대로 굉장히 진지하게
나와 주변인들을 바라보고 생각을 키웠었다.
연호도 그런 시절에 들어섰을까.

내가 할 일은
그런 너의 곁을 잘 지켜주는 일.
따뜻한 밥을 챙겨주고
네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일.

자기 눈물의 말간 그림자 속에
잠시 머물러 앉아서
곰곰히 들여다보는 시간.
마음이 한뼘 자라는 시간.
어른인 내게도 필요한 시간.

연호야, 힘내자. 사랑한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