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4.12.30 엄마 이름 8
  2. 2014.12.22 크리스마스 즈음에..
  3. 2014.12.04 내 인생의 그림책





1. 엄마 이름



어느날 연호가 물었다. 


연호 : 엄마, 엄마는 왜 이름이 두 글자야?


나는 익숙한 대답을 준비했다. '엄마의 할아버지가...'로 시작되는. 

워낙 많이 받아본 질문이라 대답도 거의 자동으로 나온다. ^^;


엄마 : 그건..


연호 : 그렇지? '엄'하고 '마'하고 두 글자잖아~~ 왜 그래??


ㅍㅎㅎㅎㅎㅎㅎㅎ

아. 정말.. 아이들 질문이란걸 깜빡했네.
늘 같은 대답 "글쎄다.."가 자동으로 튀어나오게 만드는 우리 꼬마들 질문이란걸!




2. 형아


올해가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아빠가 연호를 꼭 끌어안고 있다가 문득 말했다.


아빠 : 와~~! 우리 연호 다섯밤만 자면 다섯살되네~~!!^^


연호 : 응!! 그럼 형아는 몇살이야?


아빠 : 형아는 여덟살~~.


연호 : 그래? 그럼 아직도 형아라고 불러야되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은.. 숙명.




오늘 저녁에는 잠들기전에 연수가 찾아온 그림책 '뽀뽀손'과 '주머니 속 뽀뽀손'을 읽었다.

아이들은 차례로 손바닥에 뽀뽀를 해달라고했다.
그리고 연호는 잠시 누웠다가 일어나서는
'엄마의 손바닥을 부채처럼 펴서' 라고 종알거리며 내 손바닥에 정성스레 뽀뽀를 해주고는 다됐다는 듯이 씩 웃으며 제 이불속으로 쏙 들어갔다.

저 예쁜 녀석을 내년에 어떻게 어린이집에 보내나..
'다섯살되면 나도 형아처럼 어린이집에 다닐꺼야! 엄마 나도 보내줘~'하고 말해왔던 연호는 씩씩하고 의젓하게 너무도 잘 갈 것이다.
연호가 집에 없는 시간동안 내가 허전하고 그리울 것이 문제~ㅠㅠ
연제도 그리울껄~~~ 늘 저와 함께 놀아주던 형아가 곁에 없으면..ㅜ

남은 겨울 동안
연호와 더 많이 놀고, 더 많이 안아봐야겠다.

다정하고 속깊은 우리 둘째..
연호야 사랑한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이웃.동네.세상2014. 12. 22. 01:45

쓰고싶은 블로그 글은 많은데.. 사진들만 정리해두고 쓰지 못한 포스팅도 많은데...

이런저런 일들로 바빠 쓰지 못했다. 

생각할 것들도 있었지만, 움직일 일들이 우선 많아서 아이들데리고 종종거리며 작은도서관과 아파트 마당을 오고가다 보면

밤에는 고단해 아이들과 함께 곯아떨어지기 일쑤였다. 


그러는 사이에 12월도 어느새 21일이 지나 오늘은 벌써 동지다.

한해가 저물어가네..

올한해 많은 시간을 보냈던 우리 아파트 작은도서관 까페에 썼던 글 하나를 소식삼아 우선 퍼온다. 

작은도서관 이야기, 올 한해 돌아보는 글... 조만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쓸 수 있겠지...? 꼭 쓸테야.....!!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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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꼬마들이 설레어하며 기다리는 크리스마스가 멀지 않았습니다. ^^
작은도서관에도 친구들의 소원을 적은 손바닥트리가 빼곡히 채워지고, 양말로 만든 산타할아버지 인형이 웃고 있답니다.  










15일부터 작은도서관 멀티미디어실에서 '상상마루 크리스마스 도서전'이 열리고 있어요. ^^
작지만 우리 도서관의 소중한 첫 도서전이네요~~ㅎㅎ

도서관과 각 가정에 있는 크리스마스 그림책들을 모아서 전시해 보았어요.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그림책들이 많답니다. 
다양한 이야기들, 작가들의 아름다운 그림.. 
아이들 데리고 찾아오셔서 한번 천천히 읽어보셔요. 
아이와 함께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거예요. ^^
(초등학생들이 읽으면 좋을만한 책도 많답니다! 자녀들께 권해주세요~~)









혹시 지금이라도 함께 보고싶은 크리스마스 책이 있으시면 잠시 도서관에 빌려주세요~^^
'비치용 도서' 라벨을 붙여 12월 동안 전시하고 돌려드릴께요. 
도서관 데스크로 문의해주시면 된답니다~,









이번 도서전은 '엄마를 위한 그림책 모임'에서 준비해주셨어요. 
도서전의 일환으로 '세월호 머그컵'도 함께 판매하고 있답니다. 
모두들 행복한 날일수록 아픈 사람, 약한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세월호를 기억하는 여주시민모임'에서 제작한 이 머그컵은 세월호사건을 함께 아파하는 작가분들의 그림이 들어있습니다.
1개 3,000원이고요, 수익금은 '여주시민모임'을 통해 세월호희생자 가족분들께 전해진답니다. 

작은도서관에 들리시면 따뜻한 머그컵도 하나 장만하셔서 
추운 겨울, 따뜻한 차 한잔 드실때 마음아픈 분들께 소중한 위로도 함께 건네주시길 부탁드려요..


상상마루를 찾는 이웃분들 모두.. 가족과 함께 행복한 성탄절과 겨울 보내시길 빕니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


우리 순이 어디 가니 - 10점
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보리












첫아이 돌선물로 이 책을 받았다. 

그림책이라고는 보드북 두어권밖에 없었던 때라 어린 아기보다 내가 더 설레어하면서 책장을 펼쳤던 기억이 난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한장씩 책장을 넘기며 읽어주다가 그만 목이 콱 메어왔다. 

목소리가 이상해지고, 눈물을 자꾸 훔치고, 그러다가 우는 자신이 멋쩍어서 또 헤헤 웃는 엄마를 우리 꼬마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려나..?  


책 내용은 전혀 슬픈 내용이 아니다. ^^

어린 여자아이 순이가 엄마를 따라 밭에서 일하시는 할아버지 아버지께 새참을 갖다드리러 가는 길에 

들쥐, 청개구리, 딱따구리 들을 만나는 것이다, '우리 순이 어디 가니?' 하고 묻는.

봄날 들판의 풍경이 너무나 따뜻하고 밝은 색감으로 그려져있고, 머리에 새참 광주리를 이고 멀리 걸어가시는 엄마의 뒷모습, 양은주전자를 들고 팔랑팔랑 따라가는 순이의 모습이 아련하고 고운 그림책이다. 


문제는 할머니.

그림책 표지에 그려진 할머니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 증조할머니랑 똑같이 생기셨다!

하얀 머리를 하나로 묶어 비녀로 쪽진 모습, 얼굴 모양.. 우리 증조할머니를 보고 그렸나? 싶을 만큼 똑같이 생긴 책속의 할머니를 보고 시작부터 나는 콧날이 시큰해져 버렸던 것이다.

어린시절에 나는 증조할머니 짝꿍이었다. 언니는 할머니 짝꿍, 오빠는 할아버지 짝꿍.. 함께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으며 자랐던 어린시절이었다. 나는 증조할머니와 한 방을 썼다. 귀가 잘 안들리는 할머니를 위해 큰소리로 다른 식구들 말을 전해주는 통역사 노릇도 하고, 할머니가 살짝 챙겨주시는 사탕과 과자를 오물오물 받아먹으며 놀았다. 증조할머니는 내가 열네살때, 아흔여섯의 나이로 돌아가셨다. 자그마한 몸, 주름진 얼굴, 하얀 머리.. 말수가 거의 없으셨던, 하얀 치마저고리를 늘 입고계셨던, 나를 좋아해주셨던 다정하고 고운 증조할머니.


그림책이 주는 감동과 기쁨이 참 크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며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림 한장으로 단박에 나를 유년시절로, 증조할머니와 함께 했던 추억속으로 데려가 주었던 책.

이 책에는 젊은 시절의 우리 엄마, 아빠의 모습도 들어있고, 새참이고 가는 엄마 뒤로 주전자를 들고 따라갔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도 들어있다. 

아마 그 시절의 나도 순이처럼 들판의 많은 자연들이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나는 그 소리를 듣는다. 다정한 목소리들, 잘있니, 욱아, 우리는 잘 있어, 손흔들듯 흔들리는 나뭇잎, 풀잎들, 먼 산 풍경에서 늘 듣는다.  





세월호 이야기 - 10점
한뼘작가들 지음/별숲



<내 인생의 그림책>이란 주제로 '엄마를 위한 그림책' 모임 엄마들과 함께 글을 쓰기로 하고,

무슨 책을 고를까.. 고민하다가 이 책을 보았다. 

그림책에도 숨결이 있다면 이 책의 숨결은 거칠다. 뜨거운 울음이 목구멍에 차있어서 '흑흑'하고 금방 터져나올 것 같은 그런 글과 그림의 모음집이다.

많은 사람들이 울었고, 지금도 울고있다. 오래도록 고통스럽게 남을 큰 아픔과 슬픔을 그림책 작가들이 어떻게 같이 지고 나가려고 하는지.. 애쓰는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기억'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충 잊고 지나가자 하다가는 다시 반복될지 모르는 무서운 사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명 한 명.. 그 삶의 이야기가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 

슈퍼집 착한 아들, 음악 좋아하는 아이, 구두 좋아하던 딸, 아들 만나러가던 엄마, 엄마아빠동생과 함께 이사가던 일곱살 어린 아이... 


한번 쭉 읽고나니 힘이 탁 풀려서 '내가 이 그림책을 다시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책꽂이에 꽂힌 다른 그림책들처럼 이 책도 이따금 한번씩, 그냥 뽑아서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꼭 그러고 싶다. 

아이들이 자라면 함께 읽기도 할 것이다. 작은 내가,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을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오래도록 슬플 사람, 아픈 사람을 마음으로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내가, 우리가 되고싶기 떄문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