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를 어디로 설정해야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엄마를 위한 그림책'으로 정했다. 

'엄마를 위한 그림책'모임 덕분에 알게된 책들이 여럿 있기도 하고, 

아이들과 넘 재밌게 깔깔거리며 보고 있어서 '아이들책'으로 분류해야할 것 같기도 하고.. 조금 갈등하다가 전자로 결정. 

요즘은 그림책이 아이들과 같이 보는 책이기도 하지만 내게도 워낙 중요한 책이 되었다. ^^




돌시계가 쿵! - 10점
이민희 글.그림/비룡소



'이민희'라는 작가가 참 궁금해지고, 이 분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보고 싶게 만든 책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해시계'에 대해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ㅠㅠ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여러번 암기(?)하고 지나간 것 같기는 한데 그 원리는 사실 제대로 몰랐던 것이다. 

학교를 어떻게 다닌건지.. 그렇게해도 시험을 잘 볼 수 있었다는게 우리 교육의 문제인건지..ㅜㅜ

무튼, 원숭이는 대단하다. ^^

그리고 '나만의 하루를 되찾겠어!'라고 당당히 선언하는 초원의 동물들은 멋지다. ㅎㅎㅎ 

연수연호가 너무 좋아하고, 아빠도 읽어주고는 '야~, 이 책 정말 재밌네!'했던 요즘 우리집 인기 그림책!

 





삐딱이를 찾아라 - 10점
김태호 글, 정현진 그림/비룡소





이것도 참 재밌는 그림책이다. 

집나간 집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달까~~ㅎㅎㅎ

자신을 자꾸 찌그러뜨리고 망가지게 만드는 가족들이 싫어져서 '우지끈 뚝딱!'하고 발을 뽑아 성큼성큼 집을 나가버리는 집 '삐딱이'. 

집이 어떻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에게 '사람만 괴롭냐, 집도 괴롭거등~!!'하고 말해주는 것 같은, 

'에고, 우리집, 고마워~ 고마워~~'하고 엉덩이라도 토닥거려주고 싶게 만드는 책. ^^ 

떠나보는 것은 사람에게도 참 필요하지만 집에게도 역시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과, 

중요한 것은 돌아오는 것, 그러나 그전과 똑같지 않은 나, 그리고 이미 떠나기전과는 달라진 상황과 관계속으로 

다시 으랏차차 풍덩 뛰어드는 것이란 생각을 해보았다.







까만 코다 - 10점
이루리 글, 엠마누엘레 베르토시 그림/북극곰





<삐딱이를 찾아라>와 <까만 코다>는 주간지 '시사인'의 추석 별책부록으로 나왔던 '행복한 그림책 읽기'란 소책자를 통해 알게된 책들이었다. 

한국작가의 글에 외국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진 <까만 코다>.

따뜻한 이야기, 아름다운 그림에 덧붙여 우리말의 묘미(?) 같은 것도 느낄 수 있어서 연수연호가 깔깔거리며 '어, 엄마의 까만 콧구멍이다!' 하며 놀았던 책. ^^

커다랗고 풍성한 하얀털의 북극곰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그림책이고, 

모든 것을 떠나 지금 이순간 아이들을 꼭 안아주어야겠다고 마음먹게 하는 책이다. 




감기 걸린 날 - 10점
김동수 글 그림/보림



오리털 잠바를 입는 것에 대해 어느새 의문도, 죄책감도 없는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아이들은 물을 수 있고, 또 미안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읽고, 나도 다시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발그스레해졌다. 

'나는 참 따뜻한데 오리들은 춥지 않을까..' 

이 마음은 얼마나 중요한가.. 세상을 살면서 정말로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이 마음.





여우 나무 - 10점
브리타 테켄트럽 글.그림, 김서정 엮음/봄봄




얼마전 '엄마를 위한 그림책 모임'에서 소개받은 책.

죽음이란, 사랑했던 한 존재를 떠나보내는 일이란 무릇 이래야하는데... 싶었다.

세월호.. 군대에서의 죽음, 환풍기사고와 가수 신해철씨까지.. 

안타까운 죽음들이 너무 많은 우리 사회라

제대로 떠나보낼 수도, 온전히 추억하고 회고할 최소한의 권리조차 빼앗긴채로

우선 싸우고, 그러면서 추억하고, 분노하고, 또 슬퍼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더 또렷이 대비되어 다가왔다.


그렇다해도

소중했던 그 한 명, 한 명의 존재들은 숲의 여우처럼 아름답고 큰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로

사랑했던 이들, 추억하는 모든 이들의 삶속에 튼튼하게 자라나 풍성한 그늘을 드리우기를... 빌고 또 믿는다.





날아라, 꼬마 지빠귀야 - 10점
볼프 에를브루흐 글.그림, 김경연 옮김/웅진주니어



엄마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 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 아이와 함께 어린시절부터 한번 더 인생을 살아보는 일...

글쎄. 뭐라 정의하기 어렵지만 아이는 엄마를 그전과는 참 다른 존재로 만든다. 

엄마 스스로의 노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변화이기도 하지만 엄마들은 대부분 노력하고, 알게모르게 많이 달라진다. 

사람이 쉽게 변하냐, 갑자기 뭐가 그리 달라지겠어.. 본래 성격이야 예전부터 만들어진거고, 아무리 엄마가 됐다해도 '난 나야!' 하고 싶기도 하고, 그 말이 맞는 측면도 있지만

분.명.히 달라진 것도 있다. 

매일 자고나면 어제와는 다른 내가 되어있다는 깨달음까지야 아니더라도, 

아이라는 새롭고 커다란 존재가 삶에 들어온 후 그 존재와 함께 살아가면서 어떻게 나라는 존재에도 변화가 없겠는가. 

그 변화가 뜻밖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삶이 준비한 깜짝선물 아닐까. ^^


내가 처음 엄마가 되고서 느꼈던 경이로움과 환희.. 같은 것을 이 책은 뭉클하게 다시 되살려주었다. 

내가 웃으면 마주보고 벙실 웃어주던 아기 연수의 얼굴이 갑자기 떠올라 울고싶은 기분이 되기도 했다.

엉덩이가 크고 펑퍼짐한 마이어 부인이 나뭇가지에 앉아있던 장면과 이어지는 두어장의 그림은 오래오래 머리속에 남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화과 - 10점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 그림, 이지유 옮김/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며칠전에 엄마그림책모임에서 마련한 '그림책으로 철학하기'라는 강좌가 있었다. 

동덕여대 유아교육과에서 같은 제목의 강의를 하고 계신 선생님과 함꼐 두어시간동안 이 그림책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참 재미있었다. 

한권의 그림책을 함께 읽고, 떠오르는 질문들을 자유롭게 모으고, 그중 하나의 질문을 선정해 다같이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보는 집단토론수업인데

그림책 한권을 아주 깊이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자기 삶에서 중요한 고민과 어려움에 대한 답까지 꼭 연결해서 고민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신선하기도 하고, 충격적이기도 하고.. 무튼 참가한 모든 엄마들이 마음에 큰 울림을 얻었던 강의였다. 


'철학'이라는 것이 언뜻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실은 우리 삶의 문제들, 세상속의 한 존재로 살아가면서 직면하게 되는 어려움과 힘겨움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을 '함께' 함으로써 더 집중하고, 풍성하게 생각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림책도 그런 생각과 토론에 참 좋은 재료이구나.. 토론의 방법(규칙 혹은 장치)을 달리하는 것은 생각을 진전시키는데서 이런 효과를 거두는구나.. 여러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어 좋았는데, 요 얘기와 별개로... 


이 그림책도 참 재밌다. ㅎㅎㅎ     





어머니의 감자 밭 - 10점
애니타 로벨 글.그림, 장은수 옮김/비룡소




작은도서관에서 우연히 눈에 띄어 읽어본 그림책. 

자발적 고립.. 은둔이라 해야하나, 대안, 희망같은 것을 마지막까지 지키고있다가 다시 세상에 나눠줄 수 있는 노아의 방주같은

'어머니의 감자 밭'.

전쟁, 우리 아들(딸)들을 유혹하는 세상의 많은 폭력적인 제도와 문화들.. 그럼에도 우리가 지켜야할 가치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고 

내가 참 좋아하는 언니들과 그 아이들 생각도 많이 하게 했던 책이어서 마지막에 올려본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생명/한살림.농업2014. 11. 12. 23:28















해가 살짝 기울던 파장 무렵에 한마당을 찾았습니다. 
아이들 손에 이끌려 '쌀'님과 함께 풍물에 맞춰 춤도 추고, 마지막 파전 한장도 사서 꿀떡꿀떡 잘 먹는 아이들 입에 넣어주면서도
제가 눈으로 계속 찾았던 곳은 바로 '팔당 제철꾸러미' 부스였답니다. 

그전주에 양평 질울고래실 농촌체험마을로 우연히 이웃들과 가족캠프를 갔다가 
바로 요기 계신 '살림꾼 삼촌'님을 만나뵜거든요! ^^
제가 <생산지에서 온 편지>에 늘 써있던 성함을 기억하고 여쭤봤더니 정말로 그 분이 그 분이시지 뭐예요..!
꼭 진즉부터 알던 분 만난 것처럼 정말 너무너무 반가웠답니다...^^
25일 한마당에서 꼭 뵙자던 말씀에 '네~!'하고 왔던지라 토요일마다 하는 도서관 자원봉사 일이 끝나자마자 늦었지만 부리나케 달려간 것이었어요. (행사장 입구에 놓인 '나무수레 씽씽이'를 보고 아이들도, 저도 넘 반가웠습니다 ㅎㅎ)

생산자분들의 얼굴을 뵙고 나니 꾸러미에 담겨오는 작물들을 보는 마음이 왠지 더 애틋합니다. 
얼마나 애쓰셨을까.. 정말 감사히, 정성껏 먹게됩니다.

이날 한살림 가을겆이 한마당을 잠시 보면서 '참 좋구나..'하면서도 
이렇게 좋은 풍물가락이 마을마다, 우리 농촌의 마을마다 울려퍼지면 참 좋을텐데... 싶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11월 1일에 열리는 '설레임보따리 함께 푸는 날'은 아마도 그런 날이 될테지요. 
초등학교 운동장에 생산자분들과 함께 모여 어깨춤도 추고, 감사인사도 드리고 하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올해에는 함께 못 하지만, 내년에는 조금 더 큰 아이들과 함께 좀더 자주 얼굴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살림 가을겆이 한마당 날, 거의 마지막으로 들렀을 저에게 고구마 한봉지와 함께 쥐어주셨던 감자 세 알의 따뜻한 기운..
저는 그 시간에 떨이로 팔던 멀리 홍합부스에 다시 뛰어가서 홍합 좀 많이 사서 팔당 생산자분들께 저도 좀 선물로 드리고 오지 못한 것이 오랫동안 마음에 걸렸답니다.ㅠㅠ

올한해.. 궂은 날씨, 어려운 농업현실 속에서 한결같이 맛있는 꾸러미 꾸려주시느라 너무너무 애쓰신 팔당 생산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다가오는 겨울에도 모두 건강하세요.. 내년에 또 반갑게 뵙겠습니다. ^^




(이 글은 한살림서울 제철농산물꾸러미 까페 http://cafe.naver.com/hansalimseoulcsa 에 썼던 글인데 이번에 꾸러미 소식지에도 조금 중략된채로 실려서 내 블로그에도 기록삼아 올려놓는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