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4.09.28 동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연놀이 8
  2. 2014.09.16 북극곰 감옥 6
  3. 2014.09.04 기도하는 시간
  4. 2014.09.02 달님은 밤에도 무섭지 않겠다 2





일주일에 한번씩, '동네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연놀이'라는 모임을 하고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세 집 엄마들이 함께 모여 아이들 데리고 아파트 안팎의 자연에서 작은 놀거리를 찾아 재미있게 노는 것이다.  
여름이 시작되던 7월쯤부터 어떨때는 두 집, 어떨 때는 동네 꼬마들 잔뜩 다같이 모여 놀기도 하며 꾸준히 지내오고 있다. 









다행히 우리집은 아파트 바로 옆에 작은 냇가가 있고 산책로가 있어 아이들이 냇물 옆을 오고가며 놀 수 있다.
산이 좀 먼 것이 아쉽지만 아쉬운데로 아파트 안에 있는 자투리 흙땅이라도 눈밝은 아이들은 잘도 찾아내 놀고, 
작은 곤충들이며 꽃, 열매, 나뭇가지, 돌들은 많지는 않아도 예쁘게 여기고,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두어시간 참 재미나게 고맙게 누릴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땅을 바라보고, 작은 생명들을 바라보는 엄마들이 
한 아파트에서 오래 지내다보니 눈에 들어왔다.
혼자 내 아이들만 데리고 자연속에서 놀아도 재미있지만 친구들과 함께 노는 시간도 소중하고 행복할 것 같았다. 










아이들은 어디서도 잘 논다. 

놀이기구들이 잘 갖춰진 폴리우레탄 바닥 놀이터에서 놀 때도 재밌게 놀고

이렇게 냇물과 풀밭을 첨벙거리고 뛰어다니며 놀 때도 잘 논다. 

어디서든 아이들은 씩씩하게 잘 놀며 클 수 있으면 되는 것 같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자연이 주는 고마운 선물들을 느끼며 시간을 보낼 때가 참 행복하다.

산책을 하고, 흙을 만지고,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함께 신기해하고, 무언가를 만들고 거기에 한동안 흠뻑 빠져보는 순간이 참 좋다.

나와 비슷한 엄마 친구들을 만나서 참 좋다. 

아이들을 보며 같이 웃을 수 있고, 잘 노는 아이들 곁에서 우리는 사는 얘기를 두런두런 나누다가

함꼐 해질 무렵 서로 이웃해있는 집으로 걸어돌아올 수 있어서 좋다. 










지난 여름에 이 친구들과 함께 한 일은 
잠자리 잡기(잡았다 놓아주기), 진흙 소꿉놀이, 아카시아 잎으로 가위바위보하고 줄기로 파마하기, 냇물 물고기 잡기, 비탈흙에 계곡만들고 댐만들기(?) 같은 놀이들이었다. ^^
잠자리 잡을 때는 엄마들이 더 펄쩍펄쩍 뛰면서 땀 깨나 흘리기도 했다. 










지렁이를 좋아하는 멋진 꼬마 여자아이인 유이담이 자매와 
곤충이라면 안 좋아하는 것이 없고 또 안 키워본 것도 없는 시우우진 형제, 
그리고 무척 용감한 척 하지만 실은 거미를 무서워하는 연수와 쥐며느리를 좋아하는 연호, 돌멩이를 사랑하는 연제가 함께 냇가를 오고가며 여름이 지나갔다.










기차가 지나가면 아이들은 '아빠데리러 가나보다. 기차야 잘 다녀와~! 기차야 안녕!'하고 손을 흔드는 외곽 동네.

여기가 우리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유년의 고향으로 기억되겠지.

살다보면 슬픈 일이 많을 것이다. 

자라는 일이 힘든 시간도 많을 것이다.

유년의 풍경은, 어린 날의 추억은 그런 날들에 조용한 위로가 된다. 

이제 그것을 알겠다. 

어떤 구체적인 사건들보다, 어린 날의 내가 매일 걸었던 길가에 서있던 나무, 논밭과 하늘, 멀리보이던 학교 풍경, 소꿉놀이하던 뜨락, 마당, 집 안팍의 여러 풍경들이 

그 아스라하고 고운 그림같은 장면들이 그냥 힘이 된다.

내 아이들에게는 지금 이렇게 친구와 같이 놀고, 엄마와 함께 산책하고 걷던 길들이 그런 마음속의 풍경이 될지도 모른다.


가을에는 어떤 놀이를 함께 할까.. 

아무리 슬퍼도 엄마는 밥을 하는 것처럼 

아무리 세상이 무시무시해도 아이들은 뛰어놀 것이다.

우리에게 그럴 시간이 아직 허락되어지는 것에 감사하면서 가을에도 고맙게, 함께 잘 놀아야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아이들과 동물원에 갔다.
연호 태어난 후로는 처음 가는 것이라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부모도 살짝 들떴다.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대공원. 
처음 만난 동물은 북극곰이었다.











북극곰은 자고 있었다.
초가을 한낮은 아직 무덥다. 
물은 시원해보였지만 회색 페인트가 칠해져있는 시멘트 우리는 적적하고 답답해 보였다.


한참 들여다보던 연호가 말했다. 

"북극곰 감옥이네--"


감옥이란 말의 뜻을 네살배기가 제대로 알까?
정확히는 모르지만 형과 레고놀이 같은걸 하며 '감옥 어쩌구' 하며 놀던 것 같기도 하다.
뭔가 꼼짝못하게 가둬놓는 곳이란 느낌은 알고 있나보다.

나가 놀 수 있는 마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산책하고 친구도 만나고 사냥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아 기르고... 
'집'은 그럴때 쓸 수 있는 말이라고 한다면..
엄마는 네 말이 맞다고 할 수 밖에 없겠구나.


"엄마, 북극곰이 감옥에 갇혔어"

연호말에 나는 '그래... 가엾다..' 대답했다. 









연호는 꿀우유를 좋아한다.
뜨거운 꿀차에 찬 우유를 섞어서 미지근하게 만들어주면 한컵을 단숨에 다 마신다.

며칠전 꿀우유를 마시다말고 연호가 물었다.


"엄마, 꿀은 벌이 농사지어서 우리 먹으라고 준거야?"


친가와 외가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농사지어서 보내주시는 쌀, 감자, 고구마 같은 것을 먹을 때, 
한살림 농부 아줌마아저씨들이 키워준 채소, 과일을 사먹으면서 한 얘기들을 기억하고는 
꿀은 벌이 우리를 위해 '농사지어서' 준 거냐고 묻는다.

 
"음.. 글쎄..^^;; 벌이 꽃에서 꿀을 얻어와서 자기 집안에 모아놓는데. 사람들은 그걸 얻어서 먹는 거란다."


"엄마. 나는 다시 태어나면 그때는 '벌띠'로 태어나고 싶다. 난 벌이 좋아.. 꿀을 주니까."


시원하게 한컵 들이키더니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아니야, 나는 물이 제일 좋아. 그러니까 이 담에는 '물띠'로 태어날거야, '물띠'~!!" 











연호가 맨처음 좋아했던 동물은 거북이였다. ^^
꼭 연호 같다. 조심스럽고, 꼼꼼해보이는 것이.
자기 띠인 '토끼'도 좋아하는데, 맛있는 꿀을 주는 것이 고마워서 '벌띠'도 되고싶고, '물띠'도 되고싶은 이 엉뚱한 네 살이라니.


오늘은 공룡 책을 함께 보다가 '주로 물가에 살았다'라는 문장을 듣고는 "물가가 뭐야?" 하고 물었다.

'물가는.. 강물이나 호수처럼 물이 많이 있는 곳, 그런 곳 가까운 땅이야.. 이 공룡은 그런 곳을 좋아했나봐..' 했더니

"아~ 우리 동네 냇가 같은데~?" 하고 아는 곳이 나와 반갑다는 투로 말했다.
 
그러고는 은밀하게 이어놓는 이야기.


"엄마, 사실은... 내가 엄마 배속에 있을때, 그 때 공룡들이랑 같이 놀았다~?!
내가 밥도 주고, 같이 놀기도 하고 그랬어..."



엄마는 끔뻑 넘어가서 '정말~~?' 하고 묻고 연호는 철썩같이 '응!'하고 대답하던
조용한 한낮을 오래 기억해두고 싶다.









엄마사슴, 아기사슴.

파리들이 사슴들을 너무너무 귀찮게 하고 있었다. 

파리를 뗴어내느라고 사슴들이 사시나무처럼 털을 온통 곧추세우고 파르르 파르르 떨고있었다. 잠시 날아올랐다 그래도 달라붙는 파리들, 파리들.


동물원은 고통스러웠다.

동물들은 너무 아름다웠는데, 갇힌 그들의 무력하고 멍한 모습은 차마 보고있기 힘들었다.

동물원에서 멀리 벗어나 오래된 나무들이 서있는 대공원의 다른 한구석에서 그나마 마음이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동물들에게 죄를 짓는 동물원은 그만 하는게 좋지않을까.. 싶었다. 

동물을 보고 싶고, 만나고 싶다면 멀찍이 떨어져서, 그들이 살 수 있는 큰 숲이나 초원을 주고 멀리서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초식동물들은 최소한 큰 목장에서 조금은 더 자유롭게 방목하며 키우고, 아이들이 찾아가면 먹이를 줄 수 있는 정도로만..

좁은 우리속에 가둬놓고 사육하며 구경하는 방식은 지양했으면 좋겠다. 

코끼리도, 북극곰도 본래 제 고향으로 돌려보내주자고 하면 온난화로 빙하가 붕괴돼 멸종위기에 처한 북극곰에게는 더 가혹한 일이 될까.

그래도 더이상 감옥에 갇힌 북극곰을 만나고 싶지는 않다.

슬픈 북극곰. 

그 슬픔에 내 슬픔을 기대고 싶을만큼 정말 아름다웠고, 그래서 또 보고싶지만.. 이렇게 보고싶지는 않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4. 9. 4. 21:49





조용하고 작은 절이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월문리에 있는 '묘적사'.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하셨다는 천년고찰이다.


마음이 꽉 막혀 문득 숨쉬기가 갑갑하다 느껴질 때면 

천천히 가서 조용한 절집의 댓돌 한 끝에 오래도록 앉아있다 오면 좋겠다.








낮은 지붕, 낮은 계단. 

묘적사는 소박하고 정갈했다.

애써 소박하려 노력한 마음이, 손길이 느껴질 만큼.










내가 사는 곳에서 차로 30분 정도 거리, 
아름다운 절이라는 이야기를 연수 친구 엄마에게 듣고 언제든 한번 가봐야지.. 생각하며 살았다.
어느 계절에 가도 참 좋다고 했었는데
여름 끝물, 초록이 조금은 지친듯한 지금 가보면 어떨까.. 싶었다.










작은 절집 묘적사는 몇해전에 가수 이효리 씨가 '템플 스테이'를 하고 간 것으로 유명(?)한 것 같다.
이효리 씨는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여러 기부활동을 진행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정리해고 노동자들이나 파업노동자의 가족들이 손해배상과 가압류 등으로 고통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에도 동참하는 연예인이라 나도 참 좋아한다.
환경과 생명, 농업문제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과 대안을 담은 글들을 실어온 계간지 '녹색평론'의 정기구독자라고도 해서 나는 '나, 이효리랑 같은 잡지 구독하는 사람이야~'하고 친구들에게 자랑한 적도 있다. 
여기서 만나니 또 반가웠네. ^^   










묘적사 해우소 맞은편에는 차고와 함께 큰 개집이 두칸이나 있고, 
사자도 닮고 곰도 닮은 무지 큰 개들이 네 마리나 살고 있다.
누워서 졸다가 우리 애들이 다가가자 겨우 눈을 뜨고 '꼬마들이군.'하고 시큰둥하게 눈을 다시 감는 녀석, 
잠시 일어섰다가 다가오지는 않고 '구르릉, 구르르릉'하고 소리내던 녀석..
곰돌이, 사자, 복실이, 구릉이 라고 이름을 붙이고 한참 그 앞에서 놀았다. 
아이들은 절에서 여기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수로도 좋아했다.
묘적사 옆 계곡도 작지만 깨끗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절 안에도 대웅전 옆부터 작은 수로가 절 한켠으로 졸졸 흘러가 절 대문 앞까지 깨끗하게 씻어주고 있었다.










스님들 하얀 고무신이 깨끗해보였다. 
옛날 내 증조할머니도, 할아버지할머니도 하얀 고무신을 신으셨던 것이 생각났다.
뜨락에, 댓돌위에 놓여있던 흰 고무신.
복잡한 우리 일상에도 정갈한 정돈이, 색채의 유혹을 쫓지않는 담백한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묘적사 연못.
빨간 고추잠자리 여러 마리가 연못 안 물풀 줄기끝에 앉아있었다.

신기한 곤충들을 많이 보았고, 아기 다람쥐 여러 마리가 키큰 나무위 구멍속에 있는 집에서 나와 숲속을 재빠르게 돌아다니는 모습도 아이들과 오래 구경했다. 

아이들은 부처님이 누군지 잘 모르고, 절이 무엇하는 곳인지도 잘 모르지만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넓은 흙마당을 오고가고, 수로를 따라 걸어보며 낯선 풍경을 만나는 것을 즐거워했다.









나는 오래도록 고개를 숙이고 빌었다.

성당에 가면 성모상 앞에서, 절에 가면 부처님 석상 앞에서 나는 한참씩 눈을 감고 서서 미음속으로 하고싶은 말들을 한다.

내 마음 안의 소요들, 나를 불편하게 하고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감정들을 내가 버릴 수 있기를 빌고, 

아이들을 키우는 일을 좀 더 의연히, 잘 해나갈 수 있는 힘이 생겨나기를 빌고, 

지금 이 순간, 아프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


묘적사 석굴암 안에는 '세월호 희생자 극락왕생'을 비는 꽃등이 부처님 제일 가까운 곳에 걸려있었다.


추석을 맞는 마음이 편치 않다.

봄에 세월호 참사가 있고나서 여름이 지나고 이제 가을이다.

계절이 두번이 바뀌도록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조차 제정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다.

국회의 국정조사도 아무것도 밝히지 못하고, 책임져야할 사람들은 처벌받지 않고, 그저 시간만 자꾸 흘러서 유야무야 사건이 덮여지고 잊혀지기만 바라는 것일까.

'제 아이가 왜 죽었습니까' 하는 절박한 물음을 붙들고 겨우겨우 버티며 진상규명을 위해 단식과 농성을 마다않고 애쓰는 유가족들을 '더 많은 보상을 바라고 떼쓰는' 사람들로 왜곡하는 파렴치한 여론몰이에 넘어가고, 

당장 내 일이 아니라고 언제 또 그런 일이 생길지 모르는 위험하고 부도덕한 사회나 세상을 '어쩔 수 없지 뭐, 원래 그런걸'하고 체념하고 무심해져 버릴까봐 

내 가까운 사람들조차 그럴까봐 걱정이다.


기억하는 일, 

이 무서운 사고의 처음부터 끝까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꼼꼼히 따지고 살펴서 하나씩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는 일.

그 것이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수사권, 기소권을 가진 특별법 만이 제대로 진상을 밝힐 수 있고, 잘못한 사람들의 책임을 묻고 처벌을 요구할 수 있다.

얼렁뚱땅 또 대충, 정치인들의 입발린 말들에 넘어가서는 미래를 장담하기 힘든 시절을 우리가 살고있다. 

140여일 전, 4.16 세월호 사고 직후, 무엇이라도 다 할 것 처럼 얘기했던 정치인들이 아닌가.

특별법도, 철저한 진상규명도, 대통령의 유가족 면담도 언제든, 얼마든지 다 할 것처럼 얘기했던 정치인들이 이제는 무엇때문에 안되고, 무엇은 어렵고 하며 차 떼고, 포 떼고 그저 또 유야무야 제 몸 다치는 일 없게 넘어가자고 한다.


세월호는 우리 사회의 마지막 안전장치일지도 모른다.

잊어버리고, 무심해지면 안된다.

유가족은 스스로 돈(보상)의 유혹, 권력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정말로 존경스럽게 맨앞에서 이 아프고 두려운 시절을 버티고 있다.  

보상으로 유혹하는 것은 정치권이고, 그 유혹을 유가족이 받아들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그 자신이 거대권력이고 기득권세력인 언론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가족들과 함께 광장과 거리를 지키고, 진실을 알리는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멀리있어도 마음으로 유가족들을 응원하며 함께 하고 있다.

그 마음이 그저 집에서 아이들 키우며 지내는 내게도 느껴진다.

그 보이지 않는 사람들, 진실과 정의와 연민과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의 존재가 우리 사회의 큰 버팀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 다녀온 이야기를 하다가 세월호 이야기가 길었네..

부처님도 아마 지금 같은 마음이실거다.


눈 올 때쯤, 그때는 조금더 가벼운 마음으로 묘적사에 다시 가 볼 수 있기를 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하늘이 정말로 멋진 날이 있었다.
연수 연호는 자전거 타고, 연제는 유모차 태우고 냇가옆길을 걸었다.

'구름 정말 멋지다!' 하는 내 말에 연호가 해 준 대답.

"응, 엄마. 구름이 꼭 파도 같아..!' 










어느 날은 산책에서 돌아올 무렵, 아직 푸른 저녁 하늘에 하얀 반달이 떠있었다.

함께 반달을 보며 걷다가 연호가 문득 말했다. 


"엄마, 달님은 밤에도 무섭지 않겠다."

'왜?'

"달님은 밤에도 빛이 나잖아."

'그렇구나.. 정말 달님은 무섭지 않겠네.. 밝은 빛을 낼 수 있으니까.'



나는 웃었다.
연호 마주이야기를 써야할 때가 됐구나.. 생각하면서.








오르막길도 야무지게 제 손으로 네 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다.

연호는 조용하고 차분하다.

어린데도 행동이나 말투가 침착하다.

나는 아마도 성격이나 기질이 참으로 다른 아들들을 키우게 되려나보다.


연호를 더 많이 안아줘야하는데...

이 아이는 커서, 일곱살이 되어도 '엄마, 사랑해~ 엄마, 아기처럼 안아줘~'하고 매달리고 응석부리는 제 형과는 다르게 그저 쑥 엄마에게서 멀어질지도 모른다. 

지금도 네살치고 정말 의젓한 연호.

고맙고 미안하다.


사랑한다, 연호야. 

내 고운 둘째 아기.

엄마가 정말 많이 사랑한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