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2017. 3. 23. 13:22

아이키우는 엄마가 되고나서는
내가 내 아이만큼 어렸던 시절에,
지금의 내 나이셨던 엄마가 생각나는 순간이 자주 있다.

오늘처럼 아이들 주려고 바나나를 살때
강릉 중앙시장 골목의 과일 트럭에서
당시 참 비쌌던 바나나 1개(천원쯤 했을까?)를
엄마 시장길에 따라온 내게 사주셨던 기억이 나듯이 말이다.

참 신기하고 달콤한 맛이었지..
워낙 비싼 간식(?)이라 한번밖에 못사주신 것같긴 하지만
그 한번으로 충분했다.
유년의 특별하고 달콤한 추억으로 간직하기에.
'언니오빠한테는 먹었단 말 하지마라'하셨던 당부에 막내로서 비밀을 갖게된 것이 떨리기도 했고. ^^

나만 사주고 엄마는 드시지도 않았는데
내가 맛있게 한개 다 먹는동안 엄만 옆에서 뭐하셨을까.. 드시고 싶지 않았을까..
이제사 생각하기도 한다.

엊그제는 연수 학교에서 학부모 총회가 있었다.
연수가 올해 덜컥 학급회장이 된 덕분에 그냥 편하게 가도 될 학부모 총회가 가기 며칠 전부터 고민거리였다.
1,2학년때는 늘 청바지에 운동화신고 편하게 잠바입고 다녀왔는데
이거 참 괜히 회장 엄마라 하니 정장까진 아니어도 최소한 구두 정도 신을 옷차림은 갖춰야하지 않나 싶고 봄외출복이 뭐가 있나 생각하게 되었다.

어린 아기들 키우는 10년동안 옷이나 화장은 나와 늘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늘 집과 놀이터, 동네 정도만 오가고
편하고 막 입는 옷이 제일이었다.
실은 원래도 멋낼 줄 모르고 예쁜 외모도 아닌지라 육아라는 좋은 핑계로
외모를 깔끔하고 단정하게 가꾸는 일은 귀찮아서 안하고 지낸 것이다.

결국 총회 당일 오전에서야 동생들 유치원 보내놓고 시간을 내서
잠시 옷을 사러 다녀왔다.
짧은 시간을 쪼개서 후다닥 매장 두어군데를 휘돌아 살펴보고
바지 한벌과 조끼 하나, 티셔츠 하나를 샀다.
이 정도면 그럭저럭 구색은 맞겠다 싶었다.

옛날에 우리 엄마도 이랬겠지.
아이들 학교가봐야하는 날이 되면 뭘입고 가나.. 며칠전부터 생각했다가
모처럼 시내 나가서 바지 한벌, 쟈켓 하나 사입고 하셨겠지.
농사일과 살림으로 바쁘셔도
엄마는 반장 자주 하던 우리 남매들의 학교에 오실때면
옷도 깔끔하게 멋지게 입으시고, 화장도 예쁘게 하고 오셨었다.

엄마는 언제나 좋다.
집에서 푸근히 밥차려주실 때도 좋고,
모처럼 예쁘게 꾸미고 손잡고 나들이 나갈때도 좋고,
뒷마당에서 부지깽이로 종아리 때리며 혼낼 때도 좋다.
들길로 새참 광주리 머리에 이고 광주리에는 손도 안대고 흔들림없이 걸어가시는 놀라운 묘기를 선보이실 때도 좋고,
좋은 동요와 가곡들을 함께 부르며 숲길을 산책할 때도 좋았다.

엄마는 언제나 좋다.
그런 엄마도 중년을 보내시는 동안 힘든 날들이 많았을 것이다.
요즘 이런저런 일로 힘들 때면
'아 엄마도 나처럼 힘들었겠지' 생각한다.
어린 날 사진속의 아빠모습이 연세드신 지금보다 오히려 더 피곤하고 아파보였던 것이
비로소 이해가 되는 나이가 된 것이다.

40살이 되고 이제 칠순을 넘으신 부모님과 통화를 하면
엄마아빠는 지금 나보다 더 씩씩한 목소리로
내 걱정을 하시고
잘 챙겨먹어라, 잘 살아라 생활의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챙기며 당부하신다.
그러면 나는 다시 어린 시절처럼 용기가 생기고
잘 지내야지, 잘 살아야지 힘을 낸다.

부모님은 언제나 부모님, 자식은 언제나 자식인가보다.
나도 내 꼬마들에게 그런 부모가 되어야지.
늘 든든하게 지켜주는, 언제나 좋은 엄마가 되어야지.

봄날이 왔다.




동네 친구들과 봄방학 마치기전 올림픽공원으로 나들이가서 찍은 사진. 아이들 소풍이 엄마들 소풍이기도 했던 어린 시절처럼 이날 참 좋았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