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15. 4. 4. 23:35




연제가 25개월을 꼭 채웠다.

형님들이 초등학생이 되고,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는 큰 변화에 가족 전체가 적응하느라 분주한 이 봄.
세 녀석 모두 참 빛나는 성장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어린 연제는 하루가 다르게 피는 봄꽃들처럼
매일매일이 다른 것 같다.

어린 아기 시절의 고운 입말들을 미처 기록해 놓기도 전에 어느새 연제는 떠듬떠듬 문장을 말한다.
연수연호가 많이 컸을때 '네가 제일 먼저 말한 단어는 이거였어, 아기때 넌 이렇게 말했어'하고 말해주는걸 참 좋아하고 재밌어했었다.
연제가 한 말들도 기록해놓았다가 자란뒤에 말해줘야할텐데.. 바쁘고 고단한 엄마가 기록을 못하고 아기 시절이 다 지나갈 참이다ㅠㅠ

연제는 요즘 이렇게 말한다.

"안자 찌찌 머긍까~ 누어 찌찌 머긍까~~ 안자 찌찌! 끄읏~!!"

엄마젖을 앉아서 먹을까.. 누워서 먹을까 혼자 즐거워하며 고민해보다가 앉아서 먹기로 결정했다는 말이다. '끝~~!'을 외칠때의 시원함이란!ㅎㅎ

"바다가 아야아야 했어요, 요쪼게, 쿵 했어요. 바다가~~ㅠㅠ"

냇물옆에서 놀다가 쿵 넘어져서 손을 좀 다쳤던 때의 얘기를 생각날때마다 다시 해주는 것이다. 물이 좀 많으면 연제에게는 다 '바다'다. ^^

"아빠 해사 갓꼬요~ 아야 어지비 갓써요. 언제 먼머 앙 해떠요."

아빠는 회사에 가셨고, 작은 형아는 어린이집에 갔다는 말이다. 연제는 엄마랑 산책하다 강아지를 만났는데 앙 하고 덤벼서 무서웠다는 얘기. ^^
주로 할머니들이랑 전화통화할때 하는 근황보고 용 멘트.


토끼는 '떼또', 고양이는 '네오'. 아주 엉뚱하게는 물고기를 '아요'라고 부르고, 사슴벌레는 '아미미'라고 한다. 일찍부터 불러온 동물들은 모두 제 나름대로 듣고 말해서 좀 신기하고(ㅎㅎ), 요즘 말하기 시작한 것들은 거의 정확하다. 두 동물을 제일 좋아한다. 근데 작은 생쥐, 햄스터도 모두 '떼또'라고 부름. ㅎㅎ

저만한 아기들을 보면 '칭구, 언제 칭구~'하면서 좋아하고 한참 보고, 곁에 있다가 온다.
이웃의 친한 엄마들은 '이모~'라고 부르며 무척 좋아한다. 할머니할아버지들도 참 좋아해서 처음보는 분들께도 열심히 인사했었는데 요즘은 좀 달라졌다. 낯선 어른들이 자기를 보고 웃으며 말을 걸면 무서워서 '안아줘, 안아줘~!' 하며 얼른 매달린다.

3월들어 기저귀를 안하려고 열심히 도망다니더니 그 길로 쉬를 가리게 되었다.
이제는 낮잠, 밤잠 잘때도 거의 실수를 안한다.
형아 학교마중갈 때도, 버스타고 텃밭갈 때도 기저귀 안하고 간다. 야~~! 연제도, 엄마도 시원하다. ^^

형아들 노는데 참 열심히 낀다.
상대를 안해줘도, 저를 피해 도망다녀도, 방해한다고 구박받고 설움당해도
재밌는 판 벌어지면 어떻게든 엉덩이들이밀고 끼고 본다. ㅎㅎ

연제를 보면서 막내, 셋째, 어린 동생.. 이었던 나를 생각해보곤 한다.

그래, 참 저렇게 끼고, 어울리고 싶었겠지.
말도 안되게 떼도 쓰고, 억지도 부리고, 제가 잘못해놓고도 되려 제가 구박받은듯 억울해했겠구나..
그나저나 저 마음에 새겨지는 '나도 형들만큼 잘하고싶다!!'는 욕구는 엄청난 것이겠구나...

까맣고 작고 악바리였던,
손위형제들과는 많이 다르게 성장했던,
눈치빠르고 생각많고 공상도 많고 실수도 많았던
나를 거듭 돌아보게된다.
우리 막내 연제를 보면서.

연제야, 잘 커라.
네 그늘, 네 빛나는 양지.. 엄마가 모두 다 이해할수도, 없애줄 수도 없겠지만
그 모두를 키워가고 있는 어린 시절의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진심으로 감사해하고 있단다.
네가 내 곁에 와준 것을.
우리가 함께 보내고있는 다시 못올 이 시간들을.

고맙다, 정말 고맙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