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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ma! 자란다2009/07/03 16:09


오늘따라 유난히 낮잠 들이기를 어려워하며 엄마 등에 업혀 낑낑대던 똑순이가
결국 등에서 내려와 엄마 젖을 먹고 잠에 막 빠져들던 순간에 집 밖에도 시원하게 비가 쏟아졌습니다. 

아침부터 우르릉 우르릉 천둥소리만 연거푸 울려오더니 드디어 비가 옵니다.
똑순이 잠투정이 길어지면서 어느새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던 새댁의 들끓던 마음도 시원한 빗소리에 차츰 가라앉습니다.

요사이에는 어느새 단련(?)이 많이 되었는지 똑순이의 어지간한 행동에는 신기하게도 화가 안나서
스스로 대견해하며 살았건만, 역시.. 아직 갈길은 멀기만 한가봅니다.
다행히 엄마가 폭발하기 전에 잠이 든 똑순이와, 때마침 내려준 시원한 빗줄기에 감사해하며
모처럼 나를 위해 커피 한잔을 타놓고
랜터 윌슨 스미스 라는 사람이 썼다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제목이 시를 찾아 읽었습니다.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만족해 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류시화 엮음,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중에서.







 + 한바탕 소나기 퍼붇더니 어느새 그치고 해가 났습니다. 천둥번개 요란한 와중에도 빙글빙글 돌며 똑순이는 잘 잤습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육아에도 참 절실한 경구인 것 같습니다.

제가 자주 육아 조언을 구하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선배언니가 이런 얘길 해준 적이 있어요. 
엄마들이 아이들의 서툰(?) 행동을 잘 참을 수 없는 건 '얘가 계속 이러면 어쩌나'하는 걱정 때문인 것 같다구요. 
하지만 아이들은 계속 자라고, 지금의 장난이나 서툰 행동도 더이상 하지 않게 되는 때가 온다는 걸
그 순간에 생각할 수 있다면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과하게 다그치는 걸 좀 덜할 수 있을 거라는 얘기였습니다.

언니는 첫 아이가 이유식을 흘리며 먹는걸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해요.
어린 아기가 당연히 숟가락질을 제대로 잘 할리 없고,
또 음식의 색깔, 모양, 감촉이 모두 신기하기만한 아이가 밥먹을때 어질르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매끼, 밥먹는 아이 주변이 밥풀과 이런저런 음식으로 어지러워지는 것을 견딜 수가 없어서
아이에게 소리도 치고 화도 내고 속상해 울기도 했었다는 거예요.
그래도 아이는 계속 어지르고 언니는 화내고..
그러다 어느결에 보니 끝나지않을 것처럼 반복되던 그 시절은 지나가고 아이는 자라있더라면서 
'(아이에 대해 걱정되는) 어떤 것도 끝나지 않는건 없으니 너무 걱정말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똑순이 낳기전에 들었던 이 얘길 다시 떠올리게 된 건 똑순이의 이유식 3라운드가 시작되면서였습니다.
(1라운드- "신기한 걸 주세요", 2라운드-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참조~^^;;)


자신이 평소 무척 깔끔한 성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유식먹는 아기와 함께 밥을 먹으면
상상을 초월하는 그 지저분함(?)에 깜짝 놀랄만큼 아기들은 밥을 지저분하게 먹습니다. ^^;
물론 엄마가 깔끔하게 숟가락으로 떠먹여주고 그걸 잘 받아먹는 아기라면 다르겠지만 똑순이의 그 시절은 금방 끝나버렸어요.
돌 즈음부터 똑순이는 엄마가 떠먹여주는 음식은 뱉어내고 제 손으로 입에 넣은 음식만 씹어 삼키는 결연한(?) 태도로 
음식에 대한 제 호기심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스스로 먹겠다는 의지를 단호하게 밝혔습니다. 
흥....!!!!! 

저 먹일려고 특별히 좋은 재료써서, 정성껏 만들어준 이유식을 고스란히 뱉어내는게 넘 괘씸하기도 하고,
엄마 숟가락은 거부하고 제 손으로만 음식을 집어먹으려고 하는 똑순이에게 화도 많이 났습니다.
그러면서도 자꾸 손으로 음식을 헤집고 주무르는 통에 식탁 주변과 옷은 금새 엉망이 되었고요.
저는 어린아기를 앞에 두고 혼자 화를 내다 야단을 치다.. 제풀에 지쳐 정말 울고싶은 심정이 되기 일쑤였어요.

그러다 문득 저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래.. 이 시절은 지나간다. 
이렇게 혼자 먹으려고 바둥대고, 지저분하게 밥먹는 시절도 영원히 지속되는건 아니다. 아이는 자랄꺼야.
 
게다가 다른 것도 아니고 독립을 하겠다는데.. 엄마로서 환영해야할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 손으로 밥을 먹고 싶어하는 아이를 기특하게 여기기로 마음을 고쳐먹고
대신 아이에게 턱받이를 꽁꽁 매주고 식탁의자 밑으로 신문지 세 장을 곱게 펴서 깔아줬습니다.
좋아, 어디 네가 원하는데로 해봐!

그때부터 똑순이는 식사시간마다 밥그릇에 담긴 야채들부터 신나게 제 손으로 집어 먹은 다음, 
밥도 손으로 집어서 옆에 있는 물컵에 넣고, 숟가락으로 푹푹 찌르고 휘젓습니다. 
그 와중에 밥알과 물과 야채조각들이 신문지 위로 후두둑 떨어집니다.
그 소리가 재밌어서 일부러 떨구기도 하고, 그럼 엄마한테 야단을 좀 맞습니다.  
가끔은 한 손가득 밥을 집어서 바로 입에 넣으려고 하다 온 얼굴에 밥풀을 덕지덕지 묻혀 놓습니다. ^^;;;;;;

처음엔 그 모습이 너무 지저분해 엄마인 저도 당황했으나 곧 "아고.. 어디 인도에서 오셨어요?"하며 웃어 넘기게 되었습니다. 
"똑순아, 이 모습은 엄마랑 너랑만 아는 비밀로 하자. 사람들이 알면 우릴 싫어할꺼야~~" 하고 말하며 웃으면
똑순이도 저를 보며 해맑게 웃습니다. ㅎㅎㅎ






+ 똑순이가 요즘 제일 사랑하는 과일, 수박이 왔습니다. 
새댁이 주문하는 생협물품이 배송돼오면 똑순이는 무척 신나합니다^^ 제 몸만한 수박을 굴려 굴려 가더니.. 
 





+ '앙~! 다 먹어줄테다~~' 어느새 깨물고 있습니다. ^^;;;



 
똑순이가 그렇게 한참 제 맘대로 밥을 먹는 동안 저는 제 밥을 열심히 먹습니다.
그전처럼 똑순이 밥 다 먹일 때까지 배고파하며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건 정말 좋습니다.
지저분해지는 것만 견디면 아이도, 엄마도 함께 즐겁게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 

나중에 하정훈샘의 '삐뽀삐뽀 우리 아이 이유식'을 다시 펼쳐보니 돌쯤 내용에
'아이가 숟가락질을 하고싶어하면 하게해주시라, 자꾸 못하게 하면 음식에 대한 흥미도 잃고 나중엔 밥숟가락 자체를 거부하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아고... 우리가 딱 그 상황에 처했던 건가 봅니다. 
똑순이의 단식투쟁(? 엄마가 떠주는 음식은 거부하는~^^;) 덕분에 상황이 더 심해지기 전에
음식에 대한 똑순이의 관심과 스스로 먹겠다는 자립심을 살려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은 꼭 그 이유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똑순이가 밥을 안먹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젖을 많이 먹고 있었다던가, 밥이 맛이 넘 없었다든가...^^;;;
정확한 원인을 찾긴 어렵지만 그 시점에 음식을 마음껏 탐색하고 스스로 먹도록 변화를 준 것이 
다행히 똑순이가 다양한 음식의 질감과 맛을 느껴보는 재미(?)에 빠져
일단은 식탁에 앉아 밥먹기를 좋아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 밥을 기다리는 동안 장갑을 끼고 놀고 있습니다. 새로운 놀이가 맘에 들어요~!ㅎㅎ



스스로 밥을 먹은지 어느새 한 달이 넘었습니다.
똑순이 여전히 많은 양을 흘리지만 먹는 양도 그럭저럭 꽤 많습니다. 
잘된 일은 제 손으로 잘 집어먹을 수 있는 야채들을 무척 좋아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어떤 야채도 말랑하기만 하면 가리지않고 다 잘 먹습니다. 
밥은 제 손으로 물에 말고 잠시 숟가락으로 떠먹으려 노력하다 잘 안되면 그때부턴 엄마가 떠줘도 잘 받아먹습니다. 

숟가락은 아직 한 손에 꼭 쥐고만 있지만 포크는 이제 제법 잘 쓰고, 
물티슈를 주면 상위를 싹싹 닦을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훨씬 편합니다. ㅋㅋ   
신문지와 바닥에 떨어지는 밥풀 양은 들쭉날쭉 하는데 새롭고 신기한 음식을 먹을땐 거의 안흘리지만,
2끼 이상 같은 음식이 나오면 갑자기 확 늘어납니다. 벌써부터 반찬투정을~~~ㅠㅠ  

저 책에 따르면 18개월쯤 되면 아이들이 숟가락질을 대략 잘하게 된다고 하니...
이제 5달만 기다리면 됩니다. 
다행히 우리는 일간신문을 구독하고 있고,
엄마의 인내심도 자주 바닥 가까이 가긴 하지만 그럭저럭 충전하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증거사진들만 좀 찍어놨다가 나중에 똑순이가 저 혼자 큰것처럼 잘난 척하면 이 사진들을 공개하겠다고 점잖게 일러줘야겠습니다.







+ 앗! 엄마, 부끄러워요~ㅎㅎㅎㅎ
요즘 좋아하는 '까꿍놀이' 중입니다. 피자판도 들고 까꿍~ 했는데 그건 사진이 없네요.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너무나 예쁜 아기 시절의 모습과 장난들도, 미숙하고 어설프기만한 아기 시절의 행동들도 곧 지나가버릴 것들이라 생각하니 살짝 아쉽습니다. 
그러나.. 지나갈 것들은 잘 지나가야하는 것임을, 잘 떠나보내는 것이 삶과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이를 키우며 새로 배웁니다.
언젠가는 지나가버릴 이 모든 순간들을 잘 견디며, 더 사랑하며 살아야겠습니다.
그 날이 오면 정말로 멋지게 안녕!을 하고 똑순이도 새댁도 새로운 내일로 걸어갈 것입니다.  







+ 비 그치고 나니 베란다 장독대위에 빗물이 고였습니다.
세찬 소나기가 언제 있었냐는 듯 고여있는 물은 점잖기만 합니다.
우리 아이도 이 시절이 언제 있었냐는듯 숟가락질 잘하고, 혼자 잠도 잘 자고, 엄마한테 떼쓰며 매달리지도 않는.. 그런 날이 오겠지요? ^^;; (꼭 와야합니다!!!)
시침 뚝 떼고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화분과 장독대 한장 찍어보았습니다. 

어제 오전에 쓰기 시작한 글인데 오늘 오후에야 끝냅니다. 아고.. 애기엄마, 글 한편 쓰기가 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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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신내새댁